내장산의 가을은 참 바쁘다. 청명한 가을 날씨를 반기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곳을 향한 발걸음은 유독 끊임없다. 초록에 지친 잎들이 하나 둘 붉게 물들다 마침내 온 산이 울긋불긋 뒤덮인 풍광은 가히 절경이다. 내장산은 호남 5대 명산 중 한 곳으로, 1971년 여덟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신선봉을 주봉으로 봉우리들의 높이가 700m 내외지만 그 정상이 저마다 독특한 기암으로 이뤄져 예로부터 ‘호남의 금강’이라 불렸다. 내장산의 비경은 결코 누가 빚어낸 게 아닌 자연 그대로이지만, 내장산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손길은 늘 있어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내장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이다. 내장산이 더 빛날 수 있도록, 탐방객이 더 편하게 다녀갈 수 있도록 매일 머리를 맞댄 이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국립공원 종사자로서, 평범한 시민으로서 쏟아낸 그들의 목소리를 전해본다.
후계목 증식 빠르게 이뤄져야
내장산은 단풍 명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그만큼 빼어난 가을 풍경을 자랑하지만 그 모습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에요. 이전엔 단풍잎이 풍성하면서 밝고 붉은 빛을 냈다면 요즘은 마른 느낌이 들어요. 나무가 노화된 탓이라고들 해요. 후계목을 심어야 하는 때가 온 거죠. 하지만 많은 비용과 시간 문제로 서둘러 진행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공원을 관리하는 저희가 앞장서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더 많습니다. 국립공원의 면모를 더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후계목 증식에 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형태(42) 탐방시설과
국립공원 정보 더 알릴 수 있길
10여 년 동안 국립공원에서 근무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방문객 수가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산 정상을 정복하는 데만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저지대 탐방도 가능해지면서 국립공원을 찾는 연령대가 다양해진 덕분이에요. 그러나 방문객 수보다 중요한 건 방문객들이 국립공원을 어떻게 인식하고 얼마나 제대로 이용하는지가 아닐까요? 탐방객에게 도움 될 만한 콘텐츠를 여러 채널에 공급하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하는 이유예요. 인프라 개선으로 사람들을 유인하는 것도 좋지만 국립공원에 관한 이야기를 알릴 수 있는 캠페인과 함께 구체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 예산 이외에 국립공원 사무소와 대외기관의 협력 기반이 마련돼야겠죠.

김현수(43) 행정과
이곳 경험 살려 꿈 이루고 싶어
육아휴직자를 대신해 6개월째 대체 인력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계약기간이 끝나면 주 전공인 아동복지학을 살려 보육교사가 되고 싶어요. 다만 남성 보육교사 채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남성 보육교사에 대한 어색함 때문인지 보육기관 측에서 고용을 꺼려하는 분위기거든요. 남성 보육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변화되고 관련 정책이 마련되면 좋겠어요. 국립공원 업무와 보육교사 일의 성격이 다르긴 하겠지만 이곳 선배들이 보여준 열정적인 모습을 따른다면 보육교사로서 제 역할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국립공원에서 직접 경험한 내용을 들려주는 보육교사도 괜찮지 않나요.

이해빈(29) 자원보전과
노년 대상 일자리 지원 확대 기대해
40년 가까이 근무한 병원에서 정년퇴직하고 녹색순찰대가 된 지 8개월이 지났습니다. 퇴직하고 찾아드는 아쉬움을 어떻게 달래야 하나 걱정했는데 새 사회생활을 시작한 덕분에 아쉬울 겨를도 없었어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지원이 이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삶에 활력이 생기는 것뿐 아니라 맑은 공기 속에서 일하니 더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곳곳에 노인 일자리가 늘어서 저처럼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강경구(64) 자원보전과
일과 삶 균형 지켜지는 직장이죠
요즘 워라밸을 지향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잖아요. 국립공원만큼 워라밸이 지켜지는 직장이 또 있을까요. 출퇴근 시간이 확실한 건 말할 것도 없고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는 덕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아요. 제복이 있어 의류비 부담도 적죠. 전문 체험농장을 운영하고 싶어서 경험을 쌓고자 시작한 자연환경 해설사인데, 할수록 재밌고 보람을 느껴요. 특히 아이를 좋아해서 어린 탐방객을 볼 때면 덩달아 신이 나더라고요. 집에 있는 15개월 된 아이도 생각나고요. 내장산 단풍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계절입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곳에 오셔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김주승(30) 탐방시설과
안전수칙 준수하는 산행 문화 확산되길
재난안전 근무환경의 아쉬움이 있다면 인력과 장비 아닐까요. 인력은 많을수록, 장비는 최신형일수록 좋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조금 욕심을 내본다면 등산객 스스로 안전수칙을 더욱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곳은 악산이 아니라 산행을 무리하게만 하지 않으면 큰 부상을 피할 수 있는 산이거든요. 철저한 준비운동을 거치고 산행 틈틈이 휴식을 취하시길 당부합니다. 특히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가을철엔 서로를 배려하는 산행 문화가 확산됐으면 합니다.

최영빈(34) 탐방시설과
자연 이야기 들려주는 게 매력
고등학생 시절 진로부가 제공하는 자연환경 해설 시연대회 영상을 보고 진로를 결정하게 됐어요.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라 더욱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친구들보다 이른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좋아하는 일도 하고 있는 셈이고요. 해설사는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때론 나무가 되고 때론 곰이 되어서 말이죠. 해설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안내할 수 있는 게 참 좋아요. 무엇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연령대 구분 없이 자연 속에서 함께 대화하고 융화될 수 있는 점이 이 직업의 장점이죠.

사다은(21) 탐방시설과
해설사 급여 환경 개선됐으면
자연환경 해설사의 장점을 꼽으라면 자연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해설과 탐방 안내를 하면서 다양한 연령대와 교류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고요. 그럼에도 급여 부분은 여전히 아쉬움이 있어요. 요새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고들 말하잖아요. 일자리 수가 적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이 생각한 것과 많이 동떨어진 보수 조건도 한몫했다고 봐요. 해설사 역시 아무리 매력 있는 직업이라지만 보수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롱런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재정면에서 더 나아진다면 지금의 해설사에게 좋은 건 물론이고, 해설사를 꿈꾸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질 거라 기대해요.
김현녀(50) 탐방시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