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오후 5시,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신혼부부의 행복주택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주변 시세의 80%로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이 주택에는 결혼 2년 차 신혼부부 우재완, 이진경 씨가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집이 해결되니 이제 2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면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반 동안 신혼집을 세 차례나 옮겨야 했던 부부는 “그동안 새집은 꿈도 못 꾸고, 20~25년 된 오래된 집에서 살았다”고 했다. ‘언젠가는 깨끗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이룬 셈이다.
문 대통령은 “내 집 마련을 위해 개인과 가족이 져온 큰 짐을 이제 국가가 나눠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오류동 행복주택은 국내 최초의 신혼부부 특화 단지다. 이곳은 청년이 결혼하거나 신혼부부가 두 자녀 이상 출산하면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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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부부 행복주택 내부의 모습 ⓒLH
지난 5월 4일부터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신혼부부가 특별 공급을 받을 기회가 늘어났다. 국토교통부가 특별 공급 대상 신혼부부의 소득 기준과 혼인 기간 등 자격 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녀 한 명을 둔 맞벌이 부부는 월소득 650만 원 이하라면 특별 공급을 받을 수 있다. 이전까지는 3인 가족 기준 부부 합산 월소득 600만 원이 넘으면 지원이 불가능했다.
자녀가 없는 결혼 7년 이내 부부도 특별 공급을 신청할 수 있다. 무조건 자녀가 있어야 신청 가능했던 예전과 달리 자녀가 없어도 신청이 가능해졌다.
공급 비율은 2배가 됐다. 민간 건설사가 지은 민영주택은 전체 공급량 중 신혼부부 특별 공급 비율이 10%였는데, 20%로 확대됐다. 공공기관이 짓는 국민주택은 15%에서 30%로 늘었다. 집을 보유한 적이 있어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2년이 지난 경우에는 특별 공급 청약 2순위를 주기로 했다.
즉 신혼부부 특별 공급 1순위는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 2순위는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와 새롭게 추가된 ‘기존 주택을 매각하고 무주택 기간이 2년을 경과한 신혼부부’가 된다. 국토교통부 주거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무주택 신혼부부의 공급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신혼희망타운’도 특별 공급을 앞두고 있다. 12월 27일부터는 위례신도시, 평택고덕지구에 신혼희망타운 청약 접수가 시작된다.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15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주요 업무지구와 교통망이 편리한 입지에 보육 특화 단지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주변 시세보다 60~80% 저렴한 분양가다. 초기비용 30%를 부담하면 1%대 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연계해 목돈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공급대상은 신혼부부와 예비신혼부부로 혼인 기간이 7년 이내인 신혼부부나 예비신혼부부, 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족이다. 입주자는 혼인 2년 이내 및 예비부부에게 30%를 우선 공급하고 남은 70%를 가점제로 선정하게 된다.
아이와 함께 행복한 신혼희망타운
보건복지부는 신혼희망타운 안에 국공립어린이집과 다함께돌봄센터 등을 설치해 양질의 육아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는 공동육아나눔터 설치 등 돌봄사업으로 지역사회 돌봄공동체 조성을 지원한다. 실제로 신혼희망타운에는 법정 기준보다 두 배 많은 어린이집이 생긴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분양사업을 맡고 있는 박철우 차장은 “첫 분양인 점을 고려해 LH 청약센터에서 ‘인터넷 청약 연습하기’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례지구의 경우 12월 27일에서 28일에 접수한 뒤 2019년 1월 14일에 결과를 발표한다. 평택고덕지구는 2019년 1월 15일부터 16일에 접수한 뒤 1월 31일 발표한다.
“분양가격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초기 공급가격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계획입니다. 신혼부부의 실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1%대 초저리 수익공유형 모기지를 연계해 지원합니다.”
즉, 1.3%의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간 집값의 70%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신혼희망타운에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전매 제한기간을 최대 8년으로, 거주기간을 5년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신혼희망타운 안에는 지속적으로 신혼부부가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육아보육시설들을 활발히 사용하도록 분양형 주택과 장기임대주택을 혼합해 건설할 예정입니다. 단지 안에서는 전체 호수의 1/3 정도를 장기임대인 행복주택이나 국민임대주택으로 건설해 총 15만 호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찾아준, 가족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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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하는 전주 시내버스 허혁 기사 ⓒ조선DB
전주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허혁 기사는 격일로 하루 18시간 운전대를 잡았다. 그런 속에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글을 썼다. 교대 근무는 고됐다. 핸들을 잡고 종점을 향해 가는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이었다.
“하루 종일 친절하기 힘드니까, 버스 기사들의 표정이 무뚝뚝한 거예요. 그래야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을 버틸 수 있거든요.”
근무제도가 바뀐 뒤에는 표정부터 달라졌다. 잘 먹고 잘 잔 뒤 운전석에 앉으니 같은 길을 오가면서도 신바람이 났다. 퇴근 후에는 딸과 아내와 마주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주52시간 근무제가 찾아준 행복이었다.
“아들은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키우고 있어요. 최저임금제가 잘 정착되어서 아들이 꿈을 꾸는 게 너무 고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육아휴직으로 아이들과 추억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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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주택가에서 휴직 중인 아빠 세 명이 아이를 안고 있다. ⓒ조선DB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한국의 사회 동향> 보고서를 보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1.2%에서 13.4%로 크게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 신선조리 식품생산 업무를 맡은 이익중 대리는 지난해 11월 늦둥이 셋째 아들을 낳았다. 그가 근무하는 직장에서는 ‘아빠 육아휴직’이 흔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육아휴직을 해보니, 안 했더라면 후회했을 것 같다”는 후기다.
“아내가 출산한 뒤 병원과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할 동안 집에서 일곱 살, 아홉 살짜리 아들을 돌봤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게 그리울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어요. 직접 해보니 아이가 저절로 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배우자 출산 시 유급휴가를 현행 3일에서 10일로 늘리기로 했다. 부모가 같은 아이를 위해 연달아 육아휴직을 할 경우 두 번째 육아휴직자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아빠의 달’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은 2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