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혁신성장본부 워크숍’에서 일자리 창출 모범기업으로 선정돼 큰 주목을 받은 국내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 티맥스OS(대표이사 박학래, 이하 티맥스)를 찾았다. 분당에 위치한 티맥스는 중소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대규모 신규채용을 진행해 큰 화제를 모았다. 워크숍에 직접 참석한 박학래 대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관한 혁신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 7월 3일 개최된 ‘TmaxDay 2018’을 통해 보안성과 호환성이 대폭 강화된 티맥스OS 새 버전을 발표했다. 기업용 B2B시장에서 MS윈도우와 경쟁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티맥스
티맥스는 지난 2년 동안 400여 명의 연구인력을 채용했으며, 올해도 전체 채용 규모가 400여 명에 이른다. 올 상반기에만 신입 연구원을 150여 명 채용했으며, 현재도 영업 마케팅 기술지원 등의 분야에서 100여 명의 공채 신입사원을 모집 중에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간절한 상황에서 티맥스의 채용 소식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것도 중소기업에서 말이다. 더군다나 티맥스는 강도 높은 근무 환경으로 악명이 높은 여타의 IT 업계와는 달리 대기업 이상의 처우와 보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연구원 중심의 근무 환경과 직원 복지로도 정평이 나 있다. 티맥스 본사에서 만난 박학래 대표는 양질의 일자리는 회사 성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 기업으로, 혁신 모범사례로 선정됐는데요. 사실 저희는 채용 규모보다 질적인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판단했을 때, 장기적인 일자리로 만족하며 다닐 수 있는 회사냐는 거죠. 직원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가질 수 있는 회사가 성장합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직원들을 더 많이 뽑을 수 있겠죠. 성장의 바람직한 선순환입니다. 우리 회사가 바로 그 선순환의 롤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 혁신은 필연이다
티맥스는 21년 전 당시 카이스트 교수였던 박대연 회장(현 티맥스소프트 회장)이 창업한 회사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이름이지만 미들웨어, DB, OS, Cloud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SW를 개발해 제공하면서 국내 미들웨어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물리치고 M/S(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도 오라클(Oracle)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오랫동안 개발해온 PC용 운용체제 티맥스오에스(TmaxOS)와 클라우드 플랫폼 프로존(ProZone)을 최근에 출시해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까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 ‘국내 미들웨어 시장의 절대 강자’, ‘국산 운영체제를 개발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부동의 1위 기업’ 등은 모두 티맥스를 소개할 때 붙는 단골 타이틀이다. 티맥스의 경쟁 상대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이비엠(IBM), 오라클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이다. 회사를 소개하던 박학래 대표는 갑자기 명함을 꺼내 보여줬다. 사각형 명함 오른쪽 상단에 오버 더 미라클(Over the Miracle)이란 작은 영문 글씨가 보였다.
“우리 회사 핵심 비전 중 하나입니다. 오버 더 미라클, 말 그대로 ‘기적을 넘어서’라는 말인데요. 철자의 조합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비엠, 오라클 등 경쟁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경쟁사를 뛰어넘자는 거죠. 그런 뜻으로 저희 사이에선 통용됩니다. 국내 기업끼리의 단순 경쟁이 아닌 연구개발 회사, 그것도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회사에게 있어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연 그 자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티맥스에서 OS를 개발하는 인력만 350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박학래 대표는 “9000여 명의 연구인력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오버 더 미라클을 위해선 최소 5000여 명의 연구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무모한 도전은 성공기업 가는 지름길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란 말처럼 멋있기만 한 일은 아니다. 어쩌면 무모하기 짝이 없단 말을 듣기 십상이다. 2년 전 티맥스OS 발표 직후 부족한 완성도 탓에 시장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뼈아픈 기억도 가지고 있다. “미들웨어나 잘하면 되지, 되지도 않을 OS 개발에 왜 목을 매느냐”, “티맥스의 자체 OS 개발은 무모한 도전이다” 같은 말들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박학래 대표는 실패라는 세간의 말 대신 ‘성공의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OS 운영체제는 1∼2년 안에 승부가 나지 않죠. 장기적인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 보니 쉽게 아무나 하지 못합니다. 운영 체제는 할 일이 너무 많아요. 과정에서 비판도 많이 받고요. 깜깜한 터널 안에서 아무리 걸어 나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기분 아세요? 작년 말에 아래아한글이 처음 돌아갔어요. 아래아한글 창이 모니터 화면에 딱 뜨는데…. 연구소에서 창업주 회장님 포함 모든 연구원들까지 모여서 박수치며 환호했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으로 터널 끝을 본 순간이었죠. 처음으로요(웃음).”
박학래 대표는 도전 없이는 새로운 역사도 없다고 단언했다. 무모하다는 세간의 말들을 이겨내고 지난 7월 3일에 개최된 ‘TmaxDay 2018’에서 완성도를 높인 새 버전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티맥스OS는 보안성과 호환성이 대폭 강화된 제품으로 기업용 B2B 시장에서는 MS윈도우와 경쟁해볼 만한 수준이 되었다고 자부했다. 경쟁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는 박학래 대표는 1위 기업에 도전해야 1위 기업도 발전한다고 역설했다.
“제가 생각하는 혁신은 도전입니다. 도전 없인 혁신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고치는 건 개선에 불과합니다. 영원한 1등 기업도 없고, 존재감 없던 기업이 어느 날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경제의 역동성이죠. 무모하더라도 원대한 목표에 도전하는 것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혁신 아닐까요?”

▶ 티맥스데이에 참석한 박학래 대표와 티맥스소프트 미국지사 대표 조슈아 율리시 ⓒ티맥스
박학래 대표는 경쟁을 통해 새로운 기업이 끝없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기업을 통해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새로운 직원들에 의해 더 많은 부가가치가 또 창출되며 기업은 계속 발전한다고 했다. 그것이 티맥스가 가지는 비전이자 철학이라면서 말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기업용 SW 시장은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절대 불변할 것 같던 그 시장에 작지만 건강한 균열을 내고 자리매김한 티맥스의 사례는 혁신성장이 무엇인가에 좋은 답이 되어준다.
강은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