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설립된 (주)쏠리드는 국내 최대의 통신장비회사다. 통신장비는 무선통신과 유선통신으로 나뉘는데, 쏠리드는 이동통신망에서 사용되는 무선통신중계기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국내 이동통신 3사인 KT·SKT·LGU+ 모두에 장비를 납품하는 유일한 기업일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는 곳이다. 기술력 못지않은 여가친화경영도 눈길을 끈다. 직원 수 220명인 이곳은 ‘즐겁게 일하는 조직 문화’라는 철학에 따라 다양한 여가친화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직도에서도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일반적인 인사팀을 인재육성팀으로 명명해 직원들의 교육과 여가, 자기계발을 지원하고 있다. 인재육성팀에서는 인사, 평가, 보상 등 일반적인 HR업무 외에 여가지원제도와 자기계발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관리를 담당한다. ‘22세기위원회’라는 별도의 조직에서는 임직원 여가지원 및 자기계발 프로그램 관련 반응 조사, 의견 수렴 및 개선안 제시로 여가지원의 완벽한 짝을 이룬다.
일상의 문화가 회사를 바꾼다
쏠리드의 여가지원은 일상에서 이루어진다. 일회성 이벤트보다 일상의 여가활동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대표적으로 동호회 활동이 있는데, 사원들의 취미에 따라 농구·축구·골프·탁구 같은 운동부터 공연을 관람하는 컬처동호회 등이 다양하게 활동 중이다. 각 동호회마다 분기별로 회비를 납부하는데, 회비의 총액과 동일 금액을 회사에서 지원하고 있다. 연초에는 종잣돈 형식의 초기 자금도 지원한다. 영화와 뮤지컬을 관람하는 컬처동호회는 12~15명이 활동하는데 분기마다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
재경팀 김한솔(28) 씨는 “분기마다 5만 원의 회비를 내는데, 회사의 지원 덕에 공연 관람 후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한다. 대작 뮤지컬의 경우 티켓 가격이 1인당 15만 원 정도라 이럴 때는 초기에 지원받은 씨드머니로 부족분을 보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호회 활동으로 타 부서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서로 이해하게 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김 씨는 “재경팀에 있기 때문에 회계처리 기안문을 작성해야 하는데 타 부서의 업무를 이해하고 있으면 좀 더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해진다”며 업무를 진행할 때도 친분이 있으면 업무 이해도와 효율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 ‘목요 Communication Day’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직원들(왼쪽). 사내 도서관 외에도 회사 곳곳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오른쪽) ⓒC영상미디어
‘목요 Communication Day’도 소소한 기쁨을 주는 행사 중 하나다. 목요일 4시 30분이면 쏠리드의 S-Garden에 맛있는 간식이 차려지는데, 음식을 나누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누며 한 템포 쉬어가자는 의도다. 딸기빙수나 붕어빵처럼 계절음식이 나오기도 하고, 떡볶이나 순대 같은 분식이 등장할 때도 있다. 인재육성팀의 허찬회(34) 씨는 “목요일 오후 정도 되면 다들 지치는 시간인데, 그럴 때 S-Garden에 가면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당도 보충할 수 있어 회사 생활에 큰 활력이 된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목요 Communication Day’에서는 놀러 왔다가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 부담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자유로운 발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인재가 곧 자산, 체력 단련에 아낌없는 지원
건강한 신체는 모든 일의 근본이다. 쏠리드는 인재가 곧 자산이라는 철학으로 2011년 사옥을 신축하며 사내 피트니스센터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90평(297㎡) 규모의 피트니스에는 네 명의 전문 트레이너가 교대로 상주하고 있으며 유산소 운동기기 20대, 근력운동이 가능한 머신과 프리웨이트 23대가 갖춰져 있다. 운동기구들은 세계 3대 브랜드 중 하나로 고급 피트니스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최근에는 1억여 원을 들여서 샤워실 리모델링 공사를 하기도 했다. 오픈 시간은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로 두 차례의 브레이크타임(오전 10시 30분/오후 5시, 1시간 동안 청소 및 정리)을 제외하고 상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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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을 이용해 헬스장을 이용하는 직원들. 사내 헬스장은 점심과 퇴근 시간에 가장 붐빈다. ⓒC영상미디어
‘가장 좋은 헬스장은 가장 가까운 곳이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이다. 김강산(27) 트레이너는 “점심시간에 유산소 운동을 하고 퇴근 후에 잠깐 들러서 근력운동을 하기도 한다. 오전에는 상체 운동, 오후에는 하체 운동을 하는 식으로 나눠서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가까우니까 헬스장을 들르는 데 부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출근 전에 샤워실에 들렀다 가기도 한다. 사내 피트니스이기 때문에 맞춤 운동도 가능하다.
“IT 기업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장시간 앉아 있기 때문에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엉덩이 근육이 약화됐을 때 허리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스트레칭이나 엉덩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처방해드리고 있습니다.”(김강산 트레이너)
사내 탁구장도 헬스장 못지않게 붐비는 곳이다. 친목을 다지기에 운동만큼 좋은 것도 없다. 풋살동호회인 ‘쏠리드FC’에서 활동 중인 유선영업팀 이범석(37) 씨는 “몸으로 부대끼면서 안면을 익히니까 더 빠르게 친해지는 것 같다. 회사 적응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신입사원들에게 운동 동호회를 적극 권하고 있다”는 팁도 전했다. 동호회 활동은 운동으로 그치지 않는다. 특정일이나 연말에는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농구동호회인 ‘SOBAT’는 연탄배달 봉사활동으로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내기도 했다. 여가는 이처럼 일상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여가친화기업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가친화기업 선정·지원 사업이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근로자의 일과 여가생활을 지원하는 모범 기업을 선정해 인증하는 제도다. 문체부가 여가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서 ‘일과 여가의 조화’로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2015년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을 제정하고 2018년 6월 법정계획으로 국민여가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어서 관련 부처와 지자체는 시행계획을 수립해 기본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2017년까지 79개 기업이 선정됐으며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공기업 모두 신청이 가능하다. 평가기준은 여가시간, 공간 및 비용, 프로그램 등 여가지원제도와 경영진의 관심도, 운영 시스템, 지원 예산 등이다. 여가친화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문화예술 프로그램 제공, 정부 포상 및 인증기업 홍보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인증은 3년간 유효하고, 추가 2년 연장이 가능하다. ‘2018 여가친화기업’은 8월 31일까지 모집 중이다(선정기업 10월 중 발표 예정).
강보라│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