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월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관련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과감한 혁신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19세기 영국의 ‘붉은 깃발법(Red Flag Act)’ 사례를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19세기 말 영국에 붉은 깃발법이 있었다.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들이 붉은 깃발을 흔들게 했다”며 “결국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 규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는 새로운 산업의 가치를 키울 수도 있고 사장해버릴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개혁은 강력한 혁신성장 정책”이라며 “핀테크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거듭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혁신기술과 자본을 가진 IT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는 연구개발(R&D)과 핀테크 등 연관 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8월 7일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해 핀테크기업 페이콕의 ‘QR’코드를 이용한 결제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뉴시스
이러한 혁신성장 방안은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실제로 체험했다.
가장 먼저 들른 인터넷전문은행 부스에서 문 대통령은 가상의 신분증을 가지고 짧은 시간에 계좌를 개설하는 시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은행 지점에 들르지 않고 모바일 공인인증서와 직장, 계좌 비밀번호 등 간단한 정보만으로 기존의 은행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계좌를 만들었다.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부스를 찾은 문 대통령은 실제 고객이 모바일로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받는 과정을 지켜봤다. 전월세 계약서와 보증금, 직장과 소득정보 등으로 한도와 금리 확인이 가능한 것을 비롯해 6분 정도면 대출이 완료되는 과정도 체험했다.
별도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QR코드, 신용카드 결제 등이 가능한 기술을 선보인 핀테크 업체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QR코드를 이용해 800원짜리 음료수를 현장에서 결제하는 과정을 체험했다. 결제와 동시에 물건을 사는 사람의 연결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파는 사람은 중간 과정 없이 다음 날 대금을 받을 수 있어 수수료가 없다는 설명을 들은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겠다”고 말했다.

금융회사·핀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 선도
이날 행사에서는 인터넷은행 1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금융 혁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이 출범 1년 만에 7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총대출액이 8조 원에 육박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와 인터넷전문은행 고객, 핀테크 기업, 소비자단체 등은 24시간 공인인증서 없는 거래, 계좌번호를 모르는 상황에서도 간편하게 송금이 가능한 점 등 편의성이 혁신적으로 높아진 것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리가 비교적 저렴하고, 은행에 가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소액대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경쟁 촉진과 혁신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방침이다. 4차 산업혁명 선도, 금융규제 개선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신용정보법의 조속한 입법을 위해 국회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만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50% 또는 34%로 상향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업집단은 대주주가 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개선으로 금융 이용 편의성 향상, 금융 부담 경감, 일자리 확대, 혁신기술의 신속한 도입·확산, 금융회사·핀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 선도 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계좌 개설, 자금 이체, 대출 등 금융거래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간소화한 서류·절차로 금융거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용정보부족자, 청년층 등 중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 확대, 금리·수수료 부담 경감, 핀테크 등 연관 산업에 대한 기업 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인터넷은행은 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보다 출발이 20년 늦었고, 중국보다도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2014년 도입돼 우리와 출발은 비슷했지만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해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앞서 있다.
중국은 알리바바·텐센트·샤오미·바이두 등 4개 대형 ICT 기업에 인터넷은행을 인가했다. 전자상거래·SNS·스마트기기·검색엔진 등 각 주력 분야에 맞춰 키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규제에 가로막혀 인터넷은행의 자본 확충이 어려운 실정이다. 빅데이터도 ‘개인정보 보호’와 부딪혀 활성화가 부진하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규제를 완화하면 계좌 개설, 자금 이체, 대출 등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간편결제 등 혁신적 서비스가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신용정보가 부족한 사람이나 청년층 등에 대한 중금리 대출을 늘리고 자동입출금기(ATM)·해외 송금 등의 수수료도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고용 유발 효과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를 합쳐 5000명으로 추산했다.
이정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