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크(WEEK) 2018’ 컨퍼런스가 11월 14~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올해 13회를 맞이하는 ‘기후 위크 2018’은 국내 최대 규모인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정책 컨퍼런스로 ‘저탄소 사회 구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열렸다. 올해 행사는 2021년 출범하는 신기후체제(파리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추진 전략과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기술 사업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 ‘기후 위크 2018’ 컨퍼런스가 ‘저탄소 사회 구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11월 14~1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한국에너지공단

▶ 1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 전략과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논의하는 ‘기후 위크 2018’ 컨퍼런스가 열렸다. 2 주영준 산업통산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3 조엘 이보네 주한 EU 대표부 공보참사관이 유럽의 재생에너지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축사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면서 지속가능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온실가스 감축이 위기가 아닌 우리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산업계와 함께 긴밀하게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현황을 진단하고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산업 발전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역할하며 저가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중앙집중식 대규모 공급 구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됐고 석탄·원자력 발전 위주로 전력 정책을 펼쳐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낮은 현상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기존의 에너지 정책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 동향은 이미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돌입했다. ‘21세기를 위한 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 전력의 26.5%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됐다. 그중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한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조 원장은 재생에너지 연평균 성장률에 주목했다. 1990~2016년 재생에너지는 화석에너지에 비해 몇 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설비 용량 역시 증가 추세에 있다. 조 원장은 “간혹 수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 실제 재생에너지 비율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수력발전의 비중이 큰 증감이 없는 데 반해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은 엄연히 늘고 있다”고 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조 원장은 이와 같은 흐름을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한 자료를 제시하며 “2020년부터 2050년까지 석탄 사용은 급격히 감소하지만 태양광, 풍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 더 과감해질 필요 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가장 큰 요인은 비용에 있다. 2018년 상반기 태양광 발전 비용은 1MWh당 70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9% 하락한 값이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태양광·풍력 생산에 드는 비용이 화석연료 발전 비용과 같아지는 ‘그리드 패러티’에 도달했다. 태양광 발전 비용이 하락할 수 있었던 건 기술의 발전 덕이다.
그동안 재생에너지는 정부의 보조 없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에너지원으로 여겨졌다. 조 원장은 “태양광 신규 설비가 경매제도에 들어가며 비용이 하락하고 있다”면서 “일부 사례지만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은 경매 제도를 이용해 정부 보조금 없이 태양광 발전 설비가 들어서고 있다”고 했다. 육상·해상의 차이는 있지만 풍력 발전도 주요 부품인 터빈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발전 비용이 하락세를 그리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로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청정에너지 비중이 낮고, 주민 수용성과 국민의 참여 부족, 각종 규제로 경제성 확보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조 원장은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양질의 에너지 개념을 환경 친화적이고 깨끗한 에너지를 적정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야만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이룰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어 다른 나라의 에너지 전환 실태가 소개됐다. 유럽의 에너지 전환 사례를 공유한 조엘 이보네 주한 EU 대표부 공보참사관은 “EU의 목표는 에너지 효율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기술 혁신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환경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혜택은 소비자에게도 돌아간다”고 했다. 전기요금이 낮아지고 대기오염 해소에 이바지해 삶의 질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또 재생에너지가 소비자뿐 아니라 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보네 참사관은 “한국은 신기술과 관련해 경쟁력이 강한 나라로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며 “다른 나라들과 경쟁하고자 한다면 기존보다 관련 정책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재생에너지 목표를 더 과감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U가 2009년 설정한 목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20% 저감, 재생에너지 20% 확대, 에너지 효율성 20% 향상 등 소위 20-20-20 목표를 세웠지만 EU는 2014년 목표를 재설정했다. 2011~2012년 대부분의 EU 국가들이 202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목표를 상당수 조기 달성했기 때문이다. EU는 2014년 온실가스 40% 저감, 재생에너지 27% 확대, 에너지 효율성 27% 향상으로 목표를 다시 세웠다. 그러나 이마저도 목표치에 근접하며 2018년 현재 새로운 목표를 논의 중에 있다고 했다.
이보네 참사관은 “EU도 한국처럼 천연자원 부존양이 높지 않은 지역”이라며 “예전에는 석탄이 많았지만 점차 고갈 상태에 있으며 수입 에너지원의 의존도와 비용을 낮추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재생에너지원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개인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비용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EU의 흐름을 볼 때 GDP가 성장하면서도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그의 설명은 한국이 EU의 사례를 참고해 과감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수립해도 충분히 달성할 역량이 있는 나라임을 시사했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증가 추세 지속될 것”
미카 오바야시 일본 신재생에너지연구소 디렉터는 “일본의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높은 건설비용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편”이라면서도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태양광 발전비용은 2025년 59%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 추세가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발전차액지원(FIT) 제도를 도입해 재생에너지 부분을 지원하고 있지만 점차 지원액을 줄이려고 하는 추세다. 관건은 비용 절감이다. 오바야시 디렉터는 “일본의 재생에너지가 비용 절감을 많이 달성했지만 중국, 인도, 독일 등에 비하면 여전히 일본의 재생에너지 비용이 비싸다”며 “비용 부분에서 더 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발전이 어렵다”고 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2~24%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바야시 디렉터는 “2020년이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본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예상했다.
중국은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왕종잉 중국 국립재생에너지 총장은 “중국의 상황은 여타 선진국들과 다르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 중 여전히 에너지 소비량이 높은 편인 데다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30년 뒤에도 에너지 소비가 증가할 전망이란 것이다. 그는 “석탄 중심의 1차 에너지원 공급은 경제성장으로 인한 에너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중국 정부 역시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파리협약 이행과 환경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중국 역시 파리협약 서명국으로 2021년부터 지구의 평균기온을 2도 이상 낮추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
환경과 에너지 소비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 재생에너지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석탄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뤄야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룰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에서 태양광과 풍력 설비 증가 추세가 가장 큰 나라다. 왕 총장은 이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이뤄지면서 제조·생산 과정부터 설치, 유지 보수, 연구개발 등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고용인원 역시 확대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예측했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고용 현황에 따르면 2013년 823만 6000명에서 2015년 971만 4000명, 2017년 1034만 3000명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2030년에는 2365만 명, 2050년에는 2884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새만금·염해간척지 등 재생에너지 내수 활로 필요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산업과 일자리 축소의 위험 소지를 지적했다. 국내 풍력산업 시장이 더디게 형성되는 동안 사업을 철수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외산기기를 설치하는 비중이 높아진 현상을 우려한 것이다. 최근 보급량이 증가하고 있는 태양광의 경우도 가격 하락세가 생존의 임계점 수준까지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 소장은 “지자체 98곳이 이격거리 규제를 이어가는 등 거미줄 규제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태양광 산업도 벨류체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새만금, 염해간척지 등 대형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전력계통 확충, 규제 완화 등을 적극 추진해 내수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대만의 사례처럼 프리미엄 제품 개발, 신흥시장 개척, 기업 구조조정 등 신시장 발굴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