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8월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발표된 후, 국민 누구나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 없이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제반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의료비로 연간 50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국민이 46만 명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보장률은 최근 10년간 60% 수준에서 정체돼 있었다. OECD 평균인 8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평범한 가정이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은 더 큰 상황이었다. 문재인 케어는 2022년까지 국민 모두가 어떤 질병에 걸려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사회 안전망 정책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임플란트·특진비 부담 던 어르신들
올해 81세의 강영옥 할머니. 젊을 때부터 충치 하나 없이 이를 잘 관리해 동네 할머니들이 “오복을 타고났다”며 부러워했다. 그런데 얼마 전 딱딱한 음식을 씹다 이가 시큰거려 치과를 찾았더니, 의사가 “아랫니 석 대가 무너져내렸다”며 “임플란트를 하셔야 한다”고 했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도 덧붙였다.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이야기를 하자니 엄두가 안 나 속으로만 끙끙 앓다 주변 지인으로부터 희소식을 들었다. 지난해 11월 틀니에 이어 올해 7월부터는 임플란트 본인부담률이 50%에서 30%로 인하된다는 것이었다. 부담이 한결 줄어 연말 안으로 시술을 받을 예정이다.
심규훈(91) 할아버지는 요즘 자꾸 깜박깜박 정신이 없어지고, 점심을 먹고 돌아서 설거지를 하는 할머니에게 “왜 점심을 안 주느냐”고 해서 할머니를 안타깝게 했다. 할아버지는 말이 점점 어눌해지고 덩달아 몸도 쇠약해지면서 넘어져 다치기 일쑤였다. 얼마 전 경로당에 다녀오다 밭고랑에 빠져 팔 골절상을 입는 바람에 춘천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노인 열 명 중 한 명은 심 할아버지와 같은 치매를 앓고 있다. 무엇보다 치매는 ‘치매 푸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로 치료비가 만만치 않은 질병이다. 2016년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2054만 원으로 집계됐다.
심규훈 할아버지와 옆에서 같이 고통을 겪는 가족들은 지난해부터 본인 부담금이 최대 10%로 대폭 낮아졌다는 소식에 그나마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2017년 10월부터 중증치매질환에 산정특례가 적용되면서 최고 60%까지 부담했던 건강보험 진료비를 10%만 부담하고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심 할아버지는 ‘선택진료비 폐지’ 덕도 봤다. 그동안 ‘특진비’로 불리며 담당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때 추가로 비용을 내야 했던 선택진료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50세 성인이 상급종합병원에서 폐암수술을 받고 일주일 입원했을 때 총진료비는 약 1200만 원(현행)으로 이 가운데 본인 부담은 약 300만 원이었다. 선택진료비가 폐지되면 대략 55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약 2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절감된다. 게다가 2018년 1월부터 노인들의 동네의원 방문 시 본인 부담은 총진료비의 30%에서 10%로 줄어들게 된다.
아들 심대용(53) 씨는 “신문과 방송에서 건강보험 특진비가 폐지됐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오늘 진료비 계산 창구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국민건강보험은 이제 국민에게 공기 같은 존재가 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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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 건강보험 보장 강화 관련 현장 방문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입원해 있는 어린이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
아동 진료비·간 초음파 보험 적용 가계 부담도 뚝
폐렴과 알레르기 비염으로 종합병원에 10일 동안 입원한 9세 아동 김찬혁(가명) 군은 건강보험 총진료비 131만 원 중 26만 원(본인부담률 20%)을 부담해야 했던 것을 7만 원만 부담하고 퇴원했다. 본인부담률이 5%였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부터 15세 이하 아동의 진료비 부담이 낮아졌다. 건강보험 입원진료비의 경우 10~20%를 본인이 부담했는데, 이젠 5%만 내면 된다.
김형진 군의 어머니 최경희(38) 씨는 “비염이 심해 훌쩍거리느라 온종일 힘들었다며 학교 가기 싫다고 우는 아이를 달래 학교에 보냈는데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복통으로 쓰러져 보건실에 누워있다는 전화가 걸려왔을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며 “그나마 힘이 되는 건, 아동 진료비 부담이 낮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고 했다.
게다가 7월부터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2~3인실에 입원할 때도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된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반 병실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비싼 상급병실을 이용해야 했던 불편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회사 영업부장 이 모(49) 씨는 건강진단에서 간기능 저하로 지방간이 심하다는 소리를 듣고 지난 5월 초 대학병원을 찾아 간 초음파를 찍었다. 이 씨는 검사비용으로 10만 원 정도 생각는데 수납창구에서 2만 원 정도가 청구돼 놀랐다. 이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지난 4월부터 상복부(간·담낭·담도·비장·췌장) 초음파가 보험 적용을 받게 됐고, 오는 12월부터는 하복부(소장·대장·충수)의 초음파 보험 적용이 추진된다. 이번 급여 확대로 B형·C형 간염, 담낭질환 등 상복부 질환자 370만여 명의 의료비 부담이 평균 6만~16만 원에서 2만~6만 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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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비 지원으로 부담 던 난임 부부
노정욱(42) 씨는 결혼 10년째 아이가 없다. 노 씨 부부는 “아이를 낳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며 “마음만 굳게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거듭되는 시험관 시술에 하루하루 점점 지쳐간다”고 했다.
그러나 노 씨 부부에게도 희소식이 찾아왔다. 2017년 10월부터 난임시술 의료비 부담이 낮아져 필수적인 시술 과정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3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이전에는 시술 기관별로 보조생식술 항목과 가격이 각각 달랐다.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1회 시술당 300만~500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했다.
노 씨 부부는 부인 연령이 28세 이하로, 체외수정은 최대 7회, 인공수정은 최대 3회까지 보장받는다. 기존 비급여로 시술 기관별로 달랐던 시술비용이 표준화되고 본인부담률도 30%로 줄어들었다.
오동룡│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