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익대 회화과 수업 도중 촬영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이 유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수사에 속도를 냈고 열흘 만에 용의자를 특정했다. 여성 동료 모델이었다. 떠들썩한 사건이 논란으로 번진 건 그 다음이었다. 경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고 가해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됐다.
5월 11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홍대 사건 대처가 지금까지 발생한 불법촬영(몰카) 가해자에 대한 대처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여성이 피해자일 경우 “네가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 아니냐?”, “어쩔 수 없다”와 같은 2차 피해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지난 5년간 경찰이 검거한 불법촬영 범인은 1만 9623명으로 남성이 97.5%다. 그러나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5.32%에 불과했고 대부분 벌금형에 머물렀다. 반면 홍대 여성 용의자는 불법촬영 혐의로는 최초 경찰 포토라인에 선 주인공이 됐다. 청원 게시자가 원하는 건 ‘동일범죄 동일처벌’이었다. 이 청원 참여자는 약 일주일 만에 40만 명을 넘어섰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센터’ 대응조치 지원
청와대는 5월 21일 청원 답변에 나섰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공동 답변자로 나섰다. 이 청장은 “그동안 불안에 떨고 상처받은 여성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여성들이 체감하는 불공정이 시정되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경찰이 (용의자 여성을) 포토라인에 세운 것이 아니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불가피하게 노출됐다”며 “의사든 판사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동일범죄 동일처벌 원칙으로 더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했다.
이날 답변은 20만 명이 참여한 ‘몰카 범죄 처벌 강화’와 함께 18만 명이 지지한 ‘피팅 모델 불법 누드 촬영’ 청원에 대해서도 이뤄졌다. 현재 피팅 모델 협박촬영과 관련해 피고소인 두 명은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스튜디오·자택 등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 청장은 “이번 사건 관련, 인터넷에 유포된 피해자 불법촬영물 차단조치를 지속하고 있다”며 “향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협력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일반인 불법촬영을 유포하는 사이트에 대응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5월 17일 ‘여성악성범죄 집중단속 100일 계획’에 착수해 강력단속에 나섰다. 기차역, 지하철역, 물놀이시설 등에서 불법카메라 일제 점검을 실시하는 동시에 골목길과 공중화장실 5만 2000곳에 대해 CCTV와 보안등 설치 여부도 확인했다. 아울러 성폭력 사건의 경찰 조사과정에서 불거지는 2차 피해와 관련, ‘피해조사 표준매뉴얼’을 개발하고 있다.
방심위는 지난해 9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이 발표된 후 국내외 1만여 건의 불법영상물을 삭제·차단했다. 또 ‘디지털 성범죄 대응팀’을 신설하고 최근 유포된 고등학교 여학생 기숙사 불법촬영물 98건을 접속 차단하기도 했다. 경찰은 해외 사법 공조를 강화해 대책 발표 이후 아동음란물 소지자 156명을 검거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발생하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 또는 ‘여성긴급전화 1366’에 연락하면 된다. 센터는 대응방안 상담, 불법촬영물 삭제, 사후 모니터링, 법률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정현백 장관은 “보복성 영상물을 유포하면 징역형으로만 처벌하고, 스스로 촬영한 영상물이라도 동의 없이 유포하면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등 처벌이 강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선수현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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