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 경기 화성시 송산면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실험장에서는 간간이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차량들이 쉼 없이 달리며 성능을 실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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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1일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주행시험장에서 시험중인 자율주행차 ⓒC영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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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
특히 자율주행차 실험을 위해 새롭게 조성된 자율주행 실험도시(K-City)에는 마치 시내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상가, 교차로,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다. 케이시티는 개발 단계의 자율주행차를 다양한 환경과 조건에서 실험하기 위해 조성된 것이다. 이번에 조성되는 케이시티는 국내 최대 규모로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버스전용차로를 포함한 편도 4차로와 반대차선 1차로로 구성된 1km 길이의 자동차 전용도로, 가로수길과 회전교차로, 신호 없는 교차로 등이 마련되었다. 평행주차와 직각주차는 물론 주차타워 진입까지 실험할 수 있다. 더불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과 과속방지턱까지 갖춰진 시설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시티는 종합상황실에서 모니터링하면서 다양한 실험 상황을 지켜볼 수 있다. 현장을 찾았을 때 1단계 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로 벌써 자율주행차 실험이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주변 차량 감지, 안전거리 유지 가능
현장에서 만난 민경찬 자율주행연구팀 책임연구원은 “마치 실제 도시와 같이 만들어져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며 “민간에까지 개방해 무인차 기술 발전을 도울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2022년 케이시티 2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 비나 눈이 오거나 악천후와 전파가 교란되는 상황까지 실험이 가능하다. 또 2026년에는 시속 250km까지 주행이 가능한 고속주행로와 비포장 상황까지 실험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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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행 중 연구원이 완전히 손을 뗀 모습 2. 3 차량에 부착된 센서 장비들 ⓒC영상미디어
현재 자율주행차는 예상이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별 상황에 따른 대처 상황을 연구 중이다. 다만 주행 현장은 매우 복잡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이러한 복잡 다양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비슷한 현장을 만들어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자율주행차에 동승해 다양한 상황별 주행을 시행하니, 무인차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운전자석에 앉은 연구원이 수동으로 이동하던 차량에 70km로 차량 속도를 입력하고 핸들에서 손을 떼자 자율주행이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단순한 이동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따른 주행도 이뤄졌다. 우선 앞 차선에 다른 차량이 끼어드는 상황이었다. 자율주행차는 이를 감지하고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속도를 조정했다.
자동차 발전 로드맵에 따르면 2년 후인 2020년에는 운전자가 동승한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구는 바로 이러한 조건부 자율주행을 위한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따라서 고속도로 하이패스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다양한 상황 변화에 모두 반응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이것은 “단지 자동차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안 되고, 도로 등 기타 인프라의 발전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운전석에 운전자 없이 위치만 입력하면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자율주행차의 등장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도래할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구축했다. 지난 11월 8일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논의, 확정된 ‘자율주행차 분야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은 자율주행차 발전 단계를 고려, 4대 영역에 대해 규제 이슈 30개를 발굴했다. 여기에는 운전자 개념을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확대하고, 안전한 자율주행차 제작 및 안정적 주행을 위한 안전기준을 만들고, 사고 발생 시 민형사 책임 소재를 재정립하고, 그 밖에 보험규정을 정비하며, 자율주행에 필요한 영상정보·사물위치정보 수집·활용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규제혁파 로드맵에는 기존 규제혁신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규제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간 업계 건의를 받아 개별 규제를 발굴·혁파하는 기존 방식은 시급하고 당면한 문제 해결에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신산업의 융·복합적 성장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고, 문제가 불거진 후 규제혁파를 위한 법령 정비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선제적인 대응이 어렵다.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은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산업·신기술의 전개 양상을 미리 내다보고 향후 예상 규제 이슈를 발굴해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비하는 것이다.
고속도로 자율주행 대비 규제 정비
특히 2년 앞으로 다가온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준비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가 단기계획으로 만들어져 곧 시행될 예정이다.
우선 교통법규상 운전자의 개념이 자율주행차에 맞춰 바뀌게 된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사람에 의한 운전을 기본 전제로 교통에 필요한 각종 의무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사람 대신 시스템이 주행하는 상황을 대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 또 자율주행차에 부합하는 시스템 관리의무가 신설된다. 현행 자동차 검사의무, 정비불량차 운전 금지 의무 등 자동차 관리의무에는 자율주행차에 부합하는 의무사항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운행자의 관리 소홀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비해 자율주행 시스템 관리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미 기술적으로 상당 부분 완성된 자동주차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운전자 이석 시 ‘정지 상태 유지 의무’로 자율주행 기능을 활용한 자동주차가 어려웠다. 도로교통법을 운전자 이석 시 ‘교통사고 방지 조치 의무’ 등으로 개정해 운전자 이석 시에도 자율주차 기능 사용이 가능해졌다.
자율주행 중에 운전의 제어권이 시스템에서 사람으로 전환되는 상황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제어권 전환규정도 만들었다. 기존에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주된 주행을 담당하고, 위급상황에서 운전자에게 운전 제어권이 전환되는 조건부 자율주행 단계 관련 기준이 없었다. 이를 개선해 시스템과 운전자 간 제어권 전환 기준을 마련한다.
자율주행차가 안전하게 제작될 수 있도록 자동차 및 부품 기준도 마련한다. 자율주행차 개발 시 자발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업계에 제시할 예정이다.
자동차보험 제도 역시 개편한다. 기존에는 교통사고 시 손해배상책임에 대비한 자동차 보유자의 보험 가입이 의무였으나 자율주행 중 사고 시 보험제도가 불분명한 상태다. 신속한 피해자 구제, 해외 선진 사례 등을 고려해 보험제도를 개선하고 필요하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개정한다.
자율주행 중 사물의 위치정보 처리가 원활하도록 정보를 수집·활용을 허용하고 영상정보 역시 주행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처리가 가능하도록 한다. 또 자율주행 기술개발 촉진을 위해 도로지역의 정밀 맵 활용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보안성 심의를 통해 도로지역 정밀 맵 활용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
│인터뷰│
“기초체력 길러야 세계시장 선도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 관련, 교통안전공단에서 추진 중인 사업은?
“우선 안전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이 소비자에게 판매되었을 때 사고 등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안전 가이드라인, 기술 목표 등이 확립되어야 하는 이유다. 또 자율차는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다. 세계적으로 개념이 만들어지고 있는 기술이다.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K-시티를 만들어서 실제 도로와 유사한 환경 속에서 실험하려 한다. 조만간 고속도로 자율주행이 시작되는데, 이 경우 운전자가 동승해 적절히 관여해야 한다. 사람과 시스템 간에 운전 주도권이 넘어가고 넘어오는 데 필요한 절차 역시 중요한 이슈다. 또 외부 해커들이 자율주행차를 해킹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통신보안 안전성도 연구 중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 참여해 세계 표준을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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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안전공단 자율주행차센터 민경찬 책임연구원(좌) 황현수 선임연구원(우) ⓒC영상미디어
한국의 기술 수준은?
“미국 등 선진국을 100이라고 볼 때 우리는 85 정도라고 본다. 다른 과학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자율주행차 역시 기초가 약하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 레이다(Radar), 라이다(Lidar)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눈과 코로 주변의 움직임을 느끼고 감지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기초 기술이 발전해야 고도의 자율주행차를 만들 수 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자율주행차 육성 사업은?
“도로, 통신 등 인프라에 힘쓰고 있다. 고속으로 달리면 감지 센서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도로의 다양한 시스템이 이동 중인 차량에게 정보를 제공해 이동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 지도 서비스 역시 중요하다. 도로뿐 아니라 하수구, 맨홀, 신호등의 다양한 정보가 지도 안에 있어야 무인차 개발이 쉽다. 이를 위해 고정밀지도를 만들어 국가적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나아가 인재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차량과 장비를 지원해 기술을 경험해보게 하고 우수 인력은 해외 연수 등의 기회를 주고 있다.”
자율주행차 발전을 위한 정책적 방향은?
“규제라는 것이 나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개발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준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기준을 만들어주면 개발하고 이용하는 사람에게 편하다. 오히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규제를 만들고 있다. 이를 연구자들은 규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기술적 목표로 여긴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부에서 선제적 기준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무인차 산업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는?
“2020년까지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환경과 제도를 만들려 한다. 자율차를 운행할 때 자동차 사이의 거리를 어느 정도로 하고, 차선을 변경할 때 어떠한 절차를 밟아야 할지, 자율차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기준이 필요하다. 또 현행법상 사고가 나면 차량 소유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자율주행차 시대에 운전자가 운행하는 것도 아닌데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모순이다. 달라지는 상황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무인차 인력 양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한국에서 15개 대학 정도가 자율주행차를 연구하고 있다. 해외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다. 무인차 개발자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요즈음 우수 인력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하고 있어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국내 연구기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이 무인차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방안은?
“기초 체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국산화율이 현저히 낮다. 특히 센서, 인지, 추리 기술이 약하다. 반면에 판단하고 제어하는 기술은 우리 기술력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