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 채널 운영
래퍼로 활동하는 초등학교 교사 이현지 씨
“아이들과 랩으로 소통하고 싶었어요”
이현지 씨는 평일에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주말에는 홍대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 래퍼 ‘달지’로 활동한다. 보기 드문 신선한 조합이다. 대학의 힙합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이현지 씨는 랩 실력을 궁금해 하는 반 아이들에게 공개했던 영상이 화제에 오르면서 랩 하는 선생님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만든 홍보영상인 ‘다시 만날 때’를 올려 53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에는 점심시간의 교실 모습이 나온다. 아이들은 식판에 밥을 푸고 카메라를 보며 춤을 춘다. 아이들과 함께 등장한 선생님은 직접 적은 랩으로 아이들에게 “언제나 네 편이 돼줄게”라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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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영상미디어
“랩으로 더 친근하고 깊이 교감을 할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아이들이 선망하는 대상 중에 하나가 유튜버인데, 그 사람이 우리 담임선생님이라니! 하며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뿌듯하죠.”
선생님보다 유튜브 고수인 제자들이 “인트로 영상 이렇게 만들어서 넣어야 해요”, “뒤에 클릭 유도 버튼 만드세요”, “구독 요청해야 돼요”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동영상 하나로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제자들과 함께 출연하는 영상도 있다.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도 선생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자료로 남을 테니 말이다. 유튜브의 익명성 때문에 애들이 다칠 만한 글들이 올라오는 것이 가장 염려스러웠는데, 이 문제는 예상 못한 방법으로 풀렸다. 누가 무례한 댓글을 달면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정중하게 “이렇게 댓글 달지 말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이거 저희 반 아이들이 보니까 이러지 말아주세요”라며 댓글 정화 작업에 들어간다.
“너무 생생한 인터넷 문화 교육, 사이버 교육이잖아요. 아이들이 그러니까 어른들도 보고 배워서 ‘애들이 본다는데 이러지 맙시다’라고 말씀해주시고요. 그 과정을 보면서 너무 감동받았어요.”
이현지 씨는 ‘교사’와 ‘음악’이라는 두 가지를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활동을 하면서 너무 많은 편견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선생이 뭐하는 거냐”, “힙합은 이런 게 아니다”는 두 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욕심이 생겼단다. 교사는 보수적이고 갑갑하다는 편견, 힙합은 거칠고 폭력적이라는 편견 모두를 깨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이현지 씨는 랩의 가사를 시로 느낀다. 랩의 문학적인 요소 때문에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선생님들 중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분들이 많단다. 교사들이 학교생활을 주제로 다양한 영상을 선보이는 ‘몽당분필’, ‘뻘짓’이라는 유튜브도 재미있고, ‘수요일밴드’에서 발표한 노래 ‘우유 가져가’도 유명하단다.”
“선생들이 교실에 갇혀 있다고 좋은 게 아니거든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신하고 참한 선생님 상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만 있으면 아이들을 다 이해할 수가 없어요. 아이들은 천차만별인데 선생이 한 종류면 모든 아이들을 끌어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선생이 오히려 더 열심히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강보라 위클리 공감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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