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책협동조합은 기울어진 출판 유통구조 안에서 건강한 노동으로 좋은 책이 계속 만들어지길 바라는 출판인, 서점, 독자들의 협동조합이다. 1인 출판사는 직원 4명 이하 규모로 대개 출판사 대표가 직접 기획, 필자 섭외, 원고 청탁, 편집, 디자인, 유통과 홍보 등 출판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출판사를 뜻하며, 2000년대 이후 독서율 감소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출판계가 불황기에 접어들자 출판계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았다. 땡땡책협동조합은 1인 출판사 간의 연대가 끈끈해 상호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땡땡책협동조합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는 박내현 조합원은 “인터뷰에 응하고 싶은 조합원들이 더 있었지만, 1인 출판사는 대체 인력이 없어 시간을 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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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땡땡책협동조합의 친구책방 ‘레드북스’에 모인 조합원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책을 매개로 세상을 바라보며, 책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하려는 것이 땡땡책협동조합의 모토다. ⓒC영상미디어
2013년 4월 시작된 땡땡책협동조합은 현재 300여 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책협동조합’으로 시작하려다가 양서의 조건이 저마다 달라 이것을 공백으로 남겨두자는 의견이 있어 ‘땡땡책협동조합’으로 정해졌다. 조합은 ‘건강한 노동으로 책을 만들고 합당한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건강한 노동은 책을 그 자체로만 보지 않고, 책을 만든 노동자와 그 삶까지 생각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활동들이 실천·기획 중이다. 최근에는 자본과 유통의 힘에 휘둘리는 소규모 독립 출판사들과 협약해 도서 직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사회적 참여가 필요한 일들에 나서기도 한다. ‘행동독서회’는 밀양 송전탑 문제나 낙태죄 폐지 등 사회적인 이슈가 있을 때마다 모여 책을 읽으며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한다. 지난 3월에는 조합원을 비롯한 시민 30여 명이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 벤치에 앉아 성폭력 관련 책을 읽으며 ‘미투’ 운동에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책 속에 있다고 믿는다. 좋은 책을 만들려는 노력은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작은 것들이 공존할 수 있는 시스템 필요
지난해 1월, 출판계는 업계 2위의 출판도매상 송인서적의 부도로 휘청거렸죠. 송인서적은 출판사와 서점을 연결해주는 도매상입니다. 예스24·알라딘 같은 대형 서점들은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중소형 서점에는 송인서적과 같은 도매상이 책을 공급합니다. 출판사에서는 도매상을 통해 나간 책이 언제, 어디서 팔렸는지 알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대금 결제도 도매상에서 팔리는 상황을 보고 3개월 있다가 어음으로 주는 식입니다. 출판사에서는 그 어음을 인쇄소에 제작비용으로 지불하죠. 어음이 그렇게 돌기 때문에 송인서적 사태 때 인쇄소까지 여파가 갔던 것입니다. 포스시스템은 건강한 유통을 위한 시작이에요. 포스시스템이 시행되면 출판사는 자사의 책이 어느 지역, 어느 서점에서 얼마나 팔렸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판매량대로 대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가불이나 과불이 사라집니다. 서점과 출판사가 독자 데이터를 공유하면 상생을 위한 다양한 시도도 가능해집니다. A서점에서 책이 많이 팔렸을 때 출판사는 A서점과 그 지역 독자들을 위한 맞춤형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고, 이벤트 내용을 콘텐츠로 가공해 2차 마케팅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죠. 독자가 늘어야 저자가 살고, 출판사와 서점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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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덕 김민희(32) 대표
판매 지원과 도서 공급률 올려 독립출판사 살려야
인문서적은 리시올, 문학서적은 플레이타임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전 직장의 구조조정으로 동료 둘과 의기투합해서 설립하게 되었죠.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책을 만들어도 알릴 길이 없다는 거예요. 서점은 대형 출판사에서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자리가 나지 않아요. 서점의 매대 하나, 인터넷의 작은 배너 하나도 돈과 연결돼서 작은 출판사는 뛰어들 수 있는 판이 아닙니다. 대형 인터넷서점에서 가끔 200만 원짜리 작은 광고 패키지를 내놓긴 하지만 이미 대형 출판사와 연단위로 저렴하게, 언제 어디서 노출될 건지 계약하고 남은 자투리를 주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열심히 만든 책을 대형서점에서는 정가의 60%에 가져갑니다. 1만 원짜리 책이면 6000원은 출판사, 4000원은 서점에서 가지고 가죠. 그러면 서점에서는 4000원 안에서 판매를 해결해야 하는데, 광고비를 별도로 가져가니까 작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가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독립출판사에서 생존 전략으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톡톡 튀는 굿즈도 만들지만 이런 아이디어는 대자본이 있는 대형출판사에서 가져가기 너무 쉬운 일이죠. 현재의 머니게임 방식으로는 작은 출판사가 절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판매 경로 확대와 도서 공급률 상승 등의 지원이 뒷받침될 때 작은 출판사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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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플레이타임 김효진(34) 대표
책의 다양성 위해 지원정책 더 확대되기를
파시클에서는 에밀리 디킨슨 시집 4종을 냈고, 지금은 시집 단행본을 준비 중입니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좋아해서 보다 많은 독자와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출판에 뛰어들었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군요. 전문가들은 시스템을 갖추어놓고 시작하지만 독립출판사는 책을 만들고 싶어서 뛰어든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아마추어적인 부분이 있어요. 당장은 세금계산서 떼는 것부터 어렵고요. 사실 책은 이익이 적은 상품이에요. 사업이나 생계를 위해서 이 작업을 할 수는 없고,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죠. 하지만 이것을 하면서 빚을 지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독립출판사에서 시집 만드는 일이 어려워지면 시집도 대형 출판사의 기획물로 획일화되어 독자 선택의 폭을 좁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겠죠. 외국에서는 시집을 작은 출판사에서 소량 출간하고 이것을 다시 대형 출판사에서 출판하는 형태로 가기 때문에 시인이나 독립출판사도 존재할 수 있는 근거가 생깁니다. 버지니아 울프도 남편이 했던 출판사에서 시작했지요. 외국의 경우처럼 작은 출판사의 판권과 저작권이 잘 지켜지고 활성화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현재 시행되는 도서 지원 정책(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이나 세종우수도서 등)은 기회가 적고 분야도 한정적이라 독립출판사 입장에서 체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분야가 보다 확대되거나 독립출판 우대 등 보완책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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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파시클 박혜란(54) 대표
‘도서 구매 = 문화 콘텐츠 지원’이죠
서점을 운영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이 드물고, 사는 사람은 더 드물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즐길 콘텐츠가 많아서 독서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 실정이죠. 그래도 서점에서는 최상의 책을 선별해서 독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인문사회과학서점인 ‘레드북스’에서도 운영진 차원에서 추천 도서를 다달이 고릅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이슈와 관련된 책을 선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죠. 서점에 진열된 책은 이런 공력의 산물입니다. 그런데 서점에서 책을 살펴본 뒤 “인터넷으로 사야지!” 하는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납니다. 대놓고 책 사진을 찍어가는 분들도 많고요. 책을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해 가성비 따지고 최저가를 찾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 방식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대형서점이 아닌 작은 동네책방에서는 책의 진열도 운영진이 선택한 결과물입니다. 이런 수고를 알아주고 문화로 인식한다면 그렇게 행동하는 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책을 구입한다는 것이 단순한 상품 구매를 넘어 저자를 응원하고,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출판사를 지원하는 의미로 다가가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동네서점을 살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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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서점 레드북스 이지혜(32) 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