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장애인함박TV’ 채널 운영
휠체어의 지하철 환승 정보 제공하는 함정균 씨
“휠체어 타고 대중교통 나들이 떠나볼까요?”
함정균 씨는 2013년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중도 장애인이다. 척수장애 판정을 받은 그는 하반신을 쓸 수 없고, 팔과 손만 어느 정도 움직임이 가능한 상태다. 그런 그가 2016년 11월부터 직접 전동휠체어를 타고 서울 지하철 62개의 환승 정보를 담은 189개의 영상을 만들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처음으로 지하철 환승을 하는데 30분 이상 헤매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계단, 멀리 돌아가서 보면 에스컬레이터가 있더라고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 같아서 기록해둬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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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영상미디어
사고 이후 2년의 치료와 재활 기간 동안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즐거움은 노트북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우연히 집 근처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영상교육을 받았다.
“라이나전성기재단에서 ‘숨은 영웅 찾기 사용자제작콘텐츠(UCC) 공모전’을 열었는데 함께 영상교육을 받던 후배가 ‘전동휠체어를 탄 지하철 환승 내비게이터’라는 제목으로 제가 하는 일을 올린 거예요. 그때 상금으로 받은 1000만 원이 장비를 구입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죠.”
다친 이후에 왼쪽 중지와 오른쪽 검지 두 손가락으로 편집하고, 자막을 입력하다 보니 동영상 편집에 많은 시간이 든다.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다. 장비를 다루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장비를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주울 수 없어서 지나는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식이다.
함정균 씨는 본인의 채널을 통해 지하철 환승 안내는 물론 장애인 인식 개선 영상도 함께 올리고 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장애인 이동권 확립을 위해 만들어진 만큼 장애인 우선인데 휠체어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 아쉬운 마음이 크단다.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장애인도 교육이 필요합니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도 내릴 사람을 배려하고 휠체어끼리도 부딪치지 않게 한쪽으로 비켜서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장애인들은 배려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배려하는 것을 잊고 살 수 있거든요.”
함정균 씨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는 비장애인은 정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장애인 시설이 장애인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휠체어 이외에 유모차나 노약자 등 교통약자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철 갈아타는 곳 경사로가 긴 구간에 계단이 있어도 휠체어 경사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도 그렇다.
1인 크리에이터 겸 자칭 공모전 헌터라는 함정균 씨는 요즘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철학자 칸트가 ‘할 일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사고로 몸은 쓸 수 없게 되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함박TV에서 희망을 이야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강보리 위클리 공감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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