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28일 발표한 ‘2019년 예산안(정부안)’은 최저임금 보장에 따른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18년도 정기국회에서 국민은 국회가 민생과 경제에 활력을 넣어주길 바라고 있다”며 특히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법안들과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규제혁신 법안들을 합리적이고도 생산적으로 심의해달라”고 당부했다.
2019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안의 내년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은 2조 8200억 원으로 올해 2조 9700억 원보다 1500억 원(5.1%) 줄어든다.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용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1년 더 유지된다. 그러나 지원 기준(30명 미만 사업장 급여 월 210만 원 이하 근로자 1명 채용 시)과 지원액(월 13만 원)은 유지한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월 15만 원으로 지원액을 늘린다. 그러면서도 전체 대상은 올해 236만 명에서 238만 명으로 소폭 늘렸다. 올해 정부가 추산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급 대상 근로자 236만 명 중 8월 말까지 229만 명이 신청했다.
이 사업을 내년에도 유지키로 한 건 영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용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도 올해보다 두 자릿수 이상(10.9%) 오른 8350원으로 확정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1년 더 유지
정부는 올해 초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에서 7530원으로 큰 폭(16.4%) 오른 데 따른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용 부담을 줄이고자 약 3조 원의 예산으로 일자리 안정자금을 시행했다. 30명 미만 사업장에서 월 급여가 최저임금보다 20% 이상(190만 원, 초과근로수당 포함 210만 원) 높지 않은 근로자 한 명을 채용하면 정부가 월 급여 13만 원씩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올해는 예산을 12개월분으로 반영했는데 실제 운영해보니 신청 시기 등을 고려하면 평균적인 (예상)지급 시기는 9개월이 좀 넘었다”며 “내년에는 10개월만 반영해도 된다는 판단에 따라 대상과 혜택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라도 60세 이상이나 고용위기지역 근로자 등 취업취약계층을 채용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올해 30명 이상 사업체라도 공동주택 경비원과 청소원은 지원한 것과 같은 취지다.
올해부터 혜택을 받고 있는 사업장·근로자는 내년부터 60%만 지원받는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올라가는 만큼 지원을 40% 줄여도 개개인 급여 수준은 유지된다고 본 것이다. 내년 신규 채용 근로자는 100%를 지원받는다. 내후년 이후에도 일자리 안정자금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기재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이 한시 지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시 지원책인 만큼 사업주가 (임금 증가를) 감당할 수 있도록 서서히 바꿔나갈 것”이라며 “사업주를 위한 카드수수료 인하와 근로자를 위한 근로장려세제(EITC)와 사회보험료를 늘리는 등 다른 대책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1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커피숍을 방문해 지역 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소상공인 매출은 늘리고 비용부담은 줄인다
2019 예산안 가운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책을 담은 부처별 예산 내역을 살펴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본예산(8조 9000억 원) 대비 14.9% 증가한 10조 2000억 원을 2019년 예산안에 편성했다. 2019 예산안에 따르면, 소상공인 안심창업 지원 사업이 새로 도입(50억 원)되고, 폐업한 이후에도 다시 창업할 수 있도록 재기지원 사업이 크게 확대(127억→402억 원, 275억 원↑)된다.
매출 증대를 위해서 온누리상품권 발행 예산이 1041억 원 증액됐고(730억 원→1772억 원, 상품권 2조 원 발행 목표) 소상공인 제품의 온라인 홈쇼핑 입점 지원 사업 신설(75억 원), 소공인 특화지원(340억 원→369억 원, 29억 원↑) 등으로 혁신형 소상공인 육성과 매출 증대에 이바지할 방침이다.
비용부담 경감을 위해서 신규로 소상공인결제시스템(제로페이) 관련 예산(50억 원, 신규)을 반영하고,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이 크게 확대(9025억 원→1조 2700억 원, 3675억 원↑)됐다. 또한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설 현대화(749억 원→1182억 원, 433억 원↑), 주차장 개선(1082억 원→1416억 원, 333억 원↑), 시장 안전관리(257억 원, 신규) 등의 예산을 대폭 늘렸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중심으로의 경제 전환과 최근 어려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혁신 역량 증대 및 경영 부담 경감을 위해 향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는 2019 예산안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특별지원 프로그램의 원활한 추진과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은행에 2000억 원을 출자한다. 중소기업은행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특별자금 2조 원과 신성장·혁신기업에 1000억 원 규모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애로를 해소하고 혁신생태계 조성을 지원한다.
최근 고용지표 악화와 자영업자의 어려움 호소에 따라 지난 8월 22일 당정이 공동으로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하며 일자리 안정자금 강화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2019 예산안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좀 더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8월 22일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은 근래 보기 드문 경기 부양책으로 ▲일자리 안정자금, 두루누리, 근로장려금(EITC) 등 직접 지원 확대 ▲카드수수료, 의제매입세액공제 등 경영비용 부담 완화 ▲안정적 임차환경 조성 등에 7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지원 대책은 최저임금 보장에 따른 사업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일자리 안정자금과 같은 직접 지원은 물론 임대차 보호, 가맹본부의 ‘갑질’ 방지 등 여러 방안들이 포함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하락으로 가중된 자영업자들의 부담 완화였다. 저소득 자영업자에 지급되는 근로장려금 전체 규모를 4000억 원에서 내년 1조 2000억 원으로 늘렸다.
최저임금 대책인 일자리 안정자금 규모도 확대했다. 30명 미만 사업주에게 근로자 한 명당 월 13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를 지원 규모를 키워 내년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금액을 월 13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늘렸다. 자금 지원 대상 범위도 ‘30~300인 사업장 60세 이상 고용위기지역 근로자’, ‘30인 이상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근로자’ 등으로 넓혔다.
카드수수료 완화도 단행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결제대행업체 하위사업자에 대해 매출액이 영세(∼3억 원)·중소(3억 원∼5억 원)에 해당하는 경우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수수료율 3%였던 매출액 5억 원 이하 영세사업자와 3억 원 이하 중소사업자의 수수료율은 각각 2.3%, 1.8%로 내려간다.
결제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영세·중소 개인택시 사업자도 내년부터 현 1.5%에서 1.0% 수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 수수료 완화책으로 전국 약 16만 개인택시 사업자는 연간 총 150억 원, 1인당 10만 원 내외의 수수료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동룡│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