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노동시장 격차와 낙후된 사회정책 등으로 포용성과 사회 혁신능력이 모두 낮다는 문제가 있다. ‘포용성은 낮고 혁신능력은 좋은 사회’ 또는 ‘포용성은 높고 혁신능력이 낮은 사회체제’로는 미래사회에 대비하기가 어렵다.
사회정책 분야의 일자리 확충은 노동소득 확대로 이어지는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특히 보건·복지서비스 분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 비중이 낮아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부족하고 민간일자리는 임금·복지 혜택 등 근로조건이 열악하며, 잦은 이직으로 숙련이 형성되지 않아 서비스 품질 개선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용국가 3대 비전 중 세 번째는 ‘혁신능력 배양 및 구현’이다. 인적 자본의 창의성·다양성 증진, 성인기 인적 역량 강화와 사람 중심의 일터 혁신, 경제·일자리 선순환을 위한 고용안전망 구축이 목적이다.
전략 1 인적 자본의 창의성·다양성 증진
산업사회 모델의 인력 양성과 입시 위주의 초중등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기에 필요한 창의성과 다양성을 증진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점수는 최상위권이지만, 창의성을 보여주는 문제 해결 개방성과 인지 활성화 교육 수준은 최하위권이다.
대학교육 역시 개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획일화된 평균 수준의 교육 과정으로 국제 경쟁력이 취약하다. 동시에 정부 주도 평가와 무한경쟁·서열화 체제로 대학의 자율적·창의적 역량이 부족하다.
문화 부문에 대한 정부 지출도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고(정부 지출 중 문화 관련 예산은 한국 GDP 대비 0.8%, OECD 평균 1.2%) 가계의 문화지출비도 크지 않아 문화 향유가 혁신 역량 축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혁신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문화적 다양성도 한국 사회가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초중등 교육은 경쟁과 결과 중심의 교육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결과 지식 암기와 입시 중심의 수월성 교육이 이어져오고 있다. 개별 경쟁의 폐쇄적 학습체계 때문에 협력성을 상실한 학습 경쟁, 산업사회의 평균적인 인력 양성체계와 표준화된 평가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집권적 교육행정은 중앙정부 주도의 경직된 교육체제와 사회·지역과 분리된 학교를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 성장, 참여 중심의 새로운 학력관 정립이 필요하다. 즉 모두의 잠재력과 역량을 함양하는 포용적 교육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협력적 학습 생태계 체제로 전환해 창의력과 소통 역량을 갖춘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한다. 협업 지향적 교육 과정과 수업과 평가체계의 일관된 혁신이 필요하다. 지방교육자치의 확대와 학교 민주주의 실현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 자치를 실현하고, 학생·학부모의 자치활동을 활성화한다.
고등교육은 대학의 개별 경쟁과 서열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에 초점을 둔 평가로 대학의 자율성 약화와 획일화가 발생했다. 고등교육의 지역·대학 간 격차가 심화되고 고등교육의 시장화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 간 공유성장을 위한 연계·협력형 대학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 대학의 자율 역량 강화를 위한 대학 진단 체제를 구축하고 대학 재정 지원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고등교육의 투자 확대와 공공성 강화를 통한 지역 간, 대학 간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

▶ 2017년 11월 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7학년도 부산직업교육박람회'에 참여한 부산자동차고 학생들 ⓒ뉴시스
문화정책도 새로운 정책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기존 정책은 수동적 소비 위주의 문화정책이었다. 정치적·이념적 편향으로 문화 다양성과 문화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내용을 규제했다. 공급자 지원정책으로 수요자 체감도가 떨어지고 지역별 문화여가시설의 사각지대가 생겼다. 특정 산업에 대한 집중적·편향적 지원으로 국민의 다양한 문화 향유 선택권이 제약되었다. 문화정책의 개별화·분절화 현상과 일, 돌봄 등 다른 영역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설계로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문화·예술 영역의 문화적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 보장을 문화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생애주기에 기반을 둔 사회 참여적 문화·예술 교육과 생활문화 확대 등으로 이용자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수요자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포괄적 문화 선택권의 보장을 위해 다양한 문화 영역의 지원과 장애, 젠더, 종교 등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한 기관의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쉼과 여유를 통한 일상적 문화 향유권 실현으로 개인의 내재된 창의성을 회복시켜야 한다.

▶ 자료│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략 2 성인기 인적 역량 강화와 사람 중심의 일터 혁신
한국은 중고등 교육기(10대 후반~20대 후반)까지 높은 인적자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30대 이후 성인의 능력은 OECD 국가의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성인기 인적 역량 확충에 필요한 평생학습 참여율이 낮으며 계층별 격차가 심하다.
장시간 근로로 인한 시간 부족 등 평생학습 참여를 위한 사회적 환경이 열악한 것도 성인기 인적 역량 강화를 막는 구조적 원인이다. 평생학습기관 및 관련 프로그램도 급변하는 기술 변화에 뒤처져 있고, 공공학습기관 부족, 교육기관 간의 질적·지역 간 격차도 존재한다.
직장 내 의사결정의 분권화와 직무 자율성 정도는 참여를 통한 창의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생산성 향상과 혁신의 기반이 된다. 한국의 일터는 과업 재량과 업무시간에 대한 자기 통제력이 낮아 축적된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직무 만족 또한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여성이 직장을 얻거나 승진 역시 OECD 최하위권(유리천장지수 29위)으로 인적자원을 다양하게 활용하지 못하며 위계적 의사결정구조를 갖고 있다. 일터의 위계적·타율적 의사결정구조를 수평적, 자율적 그리고 협력적 관계로 전환시키는 일터 혁신으로 노동자의 행복을 제고하고 생산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 지난 9월 19일 서울 용산구청 아트홀에서 열린 '서울 여성 일자리 박람회 내일(job) 만나러 go! go!' 행사 ⓒ뉴시스
평생학습 및 직업훈련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정·집행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별 산업 수요를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지역대학 등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 직업능력개발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포용적 훈련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노동 역량을 창의적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일터 문화의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 중소기업 일터 혁신 관련 정책의 실질적 운영으로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내부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를 실질화하고 일터 혁신을 꾀해야 한다.
전략 3 경제·일자리 선순환을 위한 고용안전망 구축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2030년까지 매장판매직, 단순노무직 등 일부 직종에서 일자리 축소가 예상된다. 한국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는 531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기 변동과 세계시장의 경쟁 격화로 경쟁력을 상실한 일부 산업(예를 들어 조선업)에서도 부분적·국지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구조조정은 사내 하청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실직자 상당수는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이 과정에서 숙련을 상실하고 빈곤 위험에 직면한다. 기술 변화와 경쟁력 상실 등으로 발생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근로자의 숙련을 보존하고 새로운 산업으로의 이행을 촉진시키는 충실한 고용안전망을 구축해야 미래의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의 실업급여는 광범위한 사각지대로 인한 낮은 수혜율을 가지고 있다. 낮은 보장성과 짧은 기간 등으로 실직자의 소득보장기능이 극히 부족하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도 대부분의 예산이 직접일자리사업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장기적으로 고용률 제고에 효과적인 고용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수요에 비해 미흡하다. 약한 고용안전망은 노동시장의 하향 이동과 빈곤으로 실직자의 재기를 어렵게 해 개인은 물론 경제사회 혁신의 지체 요인이 되고 있다. 혁신 성장을 위한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실직자의 안정적인 소득보장과 실효성 있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결합되어야 한다. 충실한 고용안전망은 일자리와 숙련 유지로 역량을 발휘하고 재기의 발판이 되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혁신 능력의 기반이 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하청 근로자 등 약자를 포함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체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업경쟁력 약화의 장단기적 원인 분석이 선행되고 퇴직이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실직한 40~50대 가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도 개발해야 한다.
고용안전망 구축 역시 필요하다. 통합적·체계적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고용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안정적인 소득보장을 전제로 실효성 있는 노동시장 정책을 결합한 통합적 고용안전망 운영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특수 형태 근로자의 산재·고용보험의 보편적 적용이 필요하고 실업 부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실업급여 최대수급기간 연장 등 소득보장정책의 적극적 확대가 필요하다. 직접일자리사업을 일반 노동시장 진입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과 소득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등으로 구분하고 정책 효과성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은 통폐합을 추진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고용서비스가 모든 노동시장 정책에 연계되도록 기본계획에 기반을 둔 체계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인터뷰│
“포용국가는 모두의 성장을 지향하는 국가죠”
‘포용국가’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국가는 본래 공공성을 지향합니다. 포용국가는 국가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을 공공성의 영역으로 포용해 삶의 질을 높여주는 국가를 말합니다. 포용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다양한 차원에서 심도 있게 진행해야 합니다. 둘째, 정부는 고용, 복지, 교육, 기초과학/첨단기술과 같은 핵심적 공공재를 창출하고 혁신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셋째, 시장이 공정한 질서 안에서 작동하도록 하고, 시장과 정부의 협력으로 사회 불평등을 개선하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넷째, 정치권의 대화와 협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치혁신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포용은 소통과 성찰의 과정이며, 상호 인정의 변증법과 융합의 과정입니다. 그래서 포용은 그 자체로 혁신적이며 유연합니다. 포용국가는 포용적이며, 혁신적이고 유연함을 지향하는 국가입니다.
정부가 지향해야 할 사회정책의 방향은 무엇인가?
문재인정부의 혁신과 포용의 사회정책은 포용국가의 정신을 잘 구현하는 정책이라고 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포용국가의 두 번째 조건, 즉 고용, 복지, 교육, 기초과학/첨단기술과 같은 핵심적 공공재를 창출하고 모든 사회구성원이 전 생애에 걸쳐 성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문재인정부의 혁신과 포용의 사회정책이 실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는 체계적인 사회정책이 없었습니다. 사회적 투자가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이제 시작했으니, 사회정책의 의미를 잃어버리지 않고 계속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인적자본’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은?
혁신은 자유로운 의사소통에서 나옵니다. 현재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지 못합니다. 주입식 교육과 사교육도 여전합니다. 컴퓨터 기반으로 공장이 자동화되었던 인더스트리 3.0의 시대까지는 한국식 교육이 어느 정도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장지능화와 디지털화로 무장한 작금의 인더스트리 4.0 시대에 한국식 교육은 무용지물입니다. 입시도 서술형으로 바꾸어야 하고, 사교육이 필요 없도록 공교육을 혁신해야 합니다.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해서 파고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사의 질적 변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은?
아이들이 지금 배우는 것은 2050년이 되면 대부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정보가 넘쳐나고 모든 것이 변하는 시대에 아이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입하고 그것을 평가하고 점수화해서 서열화하는 것처럼 바보 같은 교육은 없습니다. 무책임하게도 이러한 교육은 여전히 공정하다는 이유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채점과 줄 세우기의 편리함을 공정함으로 포장하는 것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지식을 주입하기보다는 역량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한국의 직장(기업) 문화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일터 혁신은 나의 삶, 가정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유지되도록 조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주 52시간 근무도 그런 맥락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의 삶, 가정, 노동의 조화를 위해 근무시간의 유연화, 수평적 의사소통의 확립, 생산성 증가를 위한 공동의 노력, 성취에 따른 업무 평가, 노사의 대화와 협력이 일터의 문화가 되어야 합니다.
‘경제-일자리의 선순환’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성장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일자리는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는 것도 거시경제의 저성장 흐름과 맞물려 있습니다. 사회적 투자를 통해 정부가 만들어낼 수 있는 공공부분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제외하고, 시장이 성장으로 선회하도록 하는 공공정책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이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부는 기초과학/첨단기술의 연구개발뿐 아니라 교육 분야의 투자를 확대해서 기술과 교육에 혁신이 일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고용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를 잘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고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수량적 유연성은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근무 배치, 임금 총액, 근무시간 등을 조정하는 기능적 유연성과 임금 유연성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 한국 사회는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하나?
국가에 대한 새로운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포용국가는 공공성 안에서 내 삶을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생애주기별로 복지안전망을 제공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사회구성원 간의 신뢰를 회복하며, 교육과 과학기술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에너지 전환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합니다. 미래의 한국 사회는 포용국가로 가야 합니다. 포용국가가 잘 작동하면, 소통을 잘 가르친 교육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낳을 것이며, 협치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준호│경인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