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개장한 여수수산시장은 유서 깊은 전통시장이다. 활어, 건어물, 패류 등 각종 수산물과 김치, 젓갈 등을 판매하며 50년간 여수 시민의 삶과 맥을 같이했다. 또 오동도·밤바다·해상케이블카 등 여수 10경을 즐기는 관광객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장터로 자리매김했다. 기본 20~30년씩 장사한 곳도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아픔을 겪었다. 2017년 1월, 대형화재가 시장을 집어삼키며 120개 점포가 모두 소실됐다. 실의에 빠진 상인들이 복구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을 때 그들을 일으켜 세운 건 전국에서 모인 따뜻한 마음이었다. 국민들이 보낸 성금과 응원으로 상인들은 짧은 시간에 어려움을 극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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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수산시장 내부 모습
유난히 더운 올여름, 예년에 비해 이곳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 그럼에도 여수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활어처럼 상인들은 활기차다. 전통시장의 넉넉한 마음과 배려를 국민들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바가지요금도 걱정하지 말란다. 앞으로도 이 자리에서 20~30년 계속 영업할 건데, 친절·정직이 우선 아니겠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땀 흘린 대가
보상받는 사회가 되길
생선을 판매한 지 벌써 30년 됐네요. 이 일을 하길 참 잘한 것 같아요. 큰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열심히만 일하면 그만한 대가를 받는 일이거든요. 제 나이면 남성들도 퇴직 때문에 걱정하는데 저는 정년 걱정도 없잖아요. 땀 흘린 대가를 보상받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잘 사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해요. 그런 측면에서 저 같은 상인들이 바라는 건 똑같을 거예요.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는 거죠. 상인들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경쟁력을 높이려고 시설 개선도 하고 전국으로 택배 배송도 하고 있어요. 관광객이 계속해서 찾을 수 있도록 여수시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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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네│여순진(62)
여수수산시장 화재,
여러분 덕분에 이겨냈어요
작년 1월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눈앞이 막막했어요. 엄동설한에 청춘을 바쳐온 삶의 터전이 새까맣게 모두 불타고 나니 아무런 의욕이 없었죠. 그런데 참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전국 각지에서 후원금이 전달됐어요.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다시 일어나라고 응원해주는 마음이 정말 따뜻했어요. 6개월간 천막생활이 이어졌지만 덕분에 상인들도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서로 라면과 김치를 나눠먹으며 결속력이 강해졌고 자기 영업만 우선시하는 이기주의도 없어졌어요. 여수시의 발 빠른 대처도 한몫했죠. 여수수산시장은 국민 여러분께 마음의 빚이 있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선하고 좋은 물건을 베푸는 마음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문재인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당선 전후로 두 차례 방문해 위로를 전했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저는 올해 신년인사회 행사에 초청받아 청와대를 방문하기도 했는데요, 일반시민 18명 가운데 이름을 올린 게 영광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소상공인을 중요하게 대하려는 정부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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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어가│이옥숙(63)
낭만적인 여수,
여름 보양식으로 ‘하모’ 강추!
여수수산시장은 여수 역사와 같이한 전통시장이에요. 2012년 여수엑스포를 개최하며 관광객이 많아졌는데요, 가요 ‘여수 밤바다’가 유명해지며 더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게 된 것 같아요. 여수를 찾았다면 신선한 회를 놓쳐서는 안 되겠죠? 여수수산시장에 들러 경도 앞바다에서 잡은 활어를 맛보고 2차로 밤바다를 보며 낭만적인 여수를 즐길 수 있을 거예요. 낭만포차거리도 아주 예쁘니 꼭 한 번 들러보세요. 한창 참장어(하모) 철인데요,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이에요. 여수에 오면 꼭 하모를 드셔보시고 무더위 잘 이겨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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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회마당│김승인(56)
바가지요금 없어요, 믿고 찾으세요
전통시장은 상인과 손님 사이에 흥정하는 재미도 있고 덤을 챙겨주는 정도 있죠. 이런 게 전통시장을 찾는 묘미가 될 수도 있지만 간혹 결제 방법을 두고 손님과 의견 차가 발생하기도 해요. 참 난감하죠. 상인과 손님이 서로를 배려하며 상생하는 전통시장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바가지요금 때문에 걱정이 많은데요. 몇몇 가게의 잘못으로 대부분의 상인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저희는 하루 이틀 장사하고 마는 게 아니라 수십 년간 한자리에서 장사하고 있잖아요. 다음에도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정직하게 이 일을 하고 있어요. 믿고 오셔서 여수를 만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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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중매인 직판장│정미선(58)
홍보 전략도 시대에 맞게, SNS 홍보 확대해야
요즘은 젊은 손님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전통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오는 것 같아요. 방문했던 젊은 손님들이 유튜브, SNS에 게시하면서 자발적으로 홍보도 해주더라고요. ‘여수수산시장에 가서 뭘 먹었다’, ‘요즘 어떤 게 신선하더라’ 이런 글을 보고 문의도 와요. 이러한 흐름에 맞춰 판매 전략도 달라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원래 10마리인데 15마리 줄게요’ 했다면 요즘은 처음부터 15마리를 제시해요. 서로가 합리적인 가격을 얘기기하는 거죠. 저도 관광객 입장에서 다른 도시에 놀러 다녀 보면 알잖아요. 여수 먹거리가 결코 비싸거나 품질에서 뒤처지지 않으니 안심하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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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강미진(51)
전통시장 좋은 건 다들 아시죠?
여수수산시장에는 건어물, 패류, 선어, 젓갈 없는 게 없어요. 여수 앞바다에서 잡은 신선한 상품을 믿고 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다만 생선 단가 자체가 옛날만큼 저렴하지는 않아요. 상인에게 남는 이익도 많지 않고요. 시장 상인들은 가격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 깨끗한 환경에서 손님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있어요. 올해 폭염 때문인지, 경기가 좋지 않아 그런지 손님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더위가 조금 가시고 여수수산시장을 찾는 발길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전통시장 좋은 건 다들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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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훈상회│주종숙(62)
전통시장 주차 공간이 부족해요
이쪽 일을 한 지 30년, 여수수산시장에 자리 잡은 지 15년이 됐어요. 옛날보다 참 좋아졌어요. 전화로 주문을 하고 택배로 물품을 보내주며 전국적으로 단골손님이 생겼죠. 요즘은 호객 행위도 안 하고 깔끔한 환경에서 손님을 맞이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방문 차량에 비해 주차시설이 부족해요. 근처에 공영주차장이 있기는 한데 여수수산시장 외에도 몇 군데 전통시장이 함께 사용하거든요. 결국 주차 공간이 부족해 길에 정차하고 횟감을 사다가 종종 과태료를 무는 경우가 발생해요. 많은 사람이 편리하고 즐겁게 찾을 수 있도록 여수시에서 그런 환경을 조성해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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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횟집│김영근(66)·장순자(63)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