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은 올해부터 새로운 국가기념일로 이름을 올린다.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하 기림의 날)을 제정하는 내용을 담은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매년 8월 14일이 우리나라 법적인 국가기념일로 확정됐다.
기림의 날은 1991년 8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사실을 공개 증언한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의 목소리에서 시작됐다. 김 할머니의 증언 이후 용기를 얻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속속 피해사실을 증언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도 널리 알려졌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지난 2012년 12월 타이완에서 열린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김 할머니가 공개증언을 한 8월 14일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해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리는 날로 결정했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 지정된 후 본격적으로 여성단체와 인권단체가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정부는 국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여성인권 관점에서 피해자를 기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위안부 피해자를 기릴 수 있는 입법 활동을 추진해 근거 법령을 마련했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기림의 날에는 전국 곳곳에서 기림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기림의 날에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에는 ‘영상으로 보는 위안부 문제’ 영상이 공개됐다. 스타강사 최태성이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영상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비롯해 기림의 날이 제정된 배경을 설명한다. 기림의 날 첫해를 맞아 학생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도 진행 중이다. 9월 21일까지 진행되는 공모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디자인, 회화, 조각, 만화 등 미술 분야와 노래, 뮤지컬, UCC 등 음악 분야로 표현한 작품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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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망향의동산 추모비 안식의 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
기림의 날에는 충남 천안에 있는 국립망향의동산에서 정부 공식 행사가 개최된다. 국립망향의동산은 일제 침략으로 고국을 떠나 망국의 서러움 속에서 갖은 고초를 겪은 해외동포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해 1976년 건립했다. 이곳에는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세계 각국 해외동포의 영령이 잠들어 있다. 위안부 피해자 40여 명의 묘소도 여기에 있다. 기념식은 식순에 따라 위안부 피해자 묘소 참배, 축사, 기념 공연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기림의 날을 기념해 만든 추모비 제막식도 함께 열린다. 국립망향의동산 위령탑 부근에 있는 추모비 ‘안식의 집’은 성폭력으로 인권을 침해당한 위안부 피해자들이 고통을 이겨내고 국제사회에 평화와 인권 메시지를 전파하는 것에 착안해 제작됐다. ‘안식의 집’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애를 다섯 단계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떠나는 순간의 두려움, 고통과 좌절, 힘들고 고된 삶, 용기를 내 세상 밖으로 나와 평화와 인권을 위해 활약한 시간, 나비가 돼 훨훨 날아가는 마지막 모습을 네 개의 비석으로 표현했다.
전국 각지서 기림의 날 기념 행사 열려
국립망향의동산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기림의 날을 알리는 행사가 열린다. 국립국악원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를 위한 아리랑’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은 할머니들의 소녀 시절을 회상하는 ‘꿈꾸는 소녀-강강술래’로 시작해 넋풀이, 구음시나위, 살풀이춤, 초망자굿 등 슬픔을 위로하는 전통공연이 이어진다.
8월 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에서 ‘하나 된 울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특별전이 열린다. 특별전에는 박수남 감독의 ‘침묵’, 권효 감독의 ‘그리고 싶은 것’, 이승현 감독의 ‘에움길’, 민규동 감독의 ‘허스토리’ 등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아홉 편이 상영된다.
서울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 영풍문고, 알라딘, 부산 영광도서, 청주 휘게문고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서점들은 위안부 도서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책으로 보는 위안부 문제’를 개최한다. 행사가 열리는 서점에서는 위안부 관련 도서뿐 아니라 특별 강연도 열릴 예정이다. 기림의 날 당일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에서는 ‘한국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를 어떻게 기억하는가’를 주제로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시나리오 작가 강지연 씨, 영화평론가 박우성 씨가 강연자로 나서고 일반 시민과 청소년 7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각 지자체도 기림의 날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경기 성남시는 8월 13일부터 19일까지 시청 로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묘사한 김금숙 작가의 장편 만화 <풀> 원화전을 연다. <풀>은 주인공 ‘미자 언니’의 시선을 빌려 일본군에 짓밟힌 어린 소녀, 위안소 생활, 출산과 동시에 아이를 빼앗긴 이야기, 처절함 속에 맞은 해방 등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겪었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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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8일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전시 ‘진실과정의 그리고 기억-일본군 성노예였다’전 서울지역 개막식에 참석한 길원옥 할머니 ⓒ뉴시스
서울 종로구, 경기 수원, 충남 천안, 광주, 제주, 부산 등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하기를 촉구하는 ‘진실과 정의 그리고 기억’ 전시가 열린다. 전시는 8월 8일 서울을 시작으로 11월 11일까지 전국 6개 도시를 순회한다. 유엔과 일본 정부 문서, 피해자와 유가족 증언 자료, 당시 군인으로 참전한 일본인 증언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기림의 날 행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 누리집(www.hermuseum.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