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은 실험기간이었다. 2018년 2월 1일부터 에듀윌은 출근시간을 오전 8시 30분에서 9시 30분으로 늦췄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 위치한 회사에 오는 직원들은 덕분에 지옥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야 하는 직원은 아침 시간에 여유가 생겼다. 2개월이 지난 4월 10일, 에듀윌은 이틀 동안 자체적으로 직원들에게 ‘복지제도 및 조직문화 설문조사’를 했다. 임직원들에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건 ‘출근 시간 변경’ 항목이었다. 이 부문은 10점 만점에 무려 9.85점의 점수를 받았다. 황소영 에듀윌 경영지원본부 인사팀장은 “저녁이 있는 삶만큼이나 ‘아침이 있는 삶’도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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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듀윌 황소영 인사팀장 ⓒC영상미디어
황소영 팀장과의 인터뷰는 사내에 있는 ‘에듀윌 역’ 카페에서 이뤄졌다. 사무실은 건물의 3층부터 9층까지 있고, 지하에는 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카페와 휴식 공간 등이 있다. 특히 반응이 좋은 건 ‘안마의자실’이다.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조명이 어두운 이곳에는 여성용 21개, 남성용 18개의 안마의자가 비치돼 있다. 휴식 시간을 즐기는 직원들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에듀윌은 출근 시간 1시간 늦추기 정책과 더불어, 오후 ‘휴식 시간’도 만들었다. 오후 4시부터 4시 30분까지는 자유롭게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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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에듀윌 사무실 ⓒC영상미디어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쉰다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쉬자’는 게 우리 회사 모토입니다. 지난해에는 ‘영차영차 일하고, 연차연차 쉬어요’라는 캠페인도 진행했어요. 연차를 소진하자는 의도였죠.”
캠페인은 ‘업무는 스마트하게, 생활은 스마일하게’로 이어졌다. 업무 특성상 연차를 수시로 쓸 수 없는 부서는 한 번에 몰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을 위한 휴가비 지원도 새로 만들었다.
에듀윌은 1992년 설립된 회사다. 인터넷 교육, 학원사업, 출판, 원격학점은행제, 멀티미디어콘텐츠 제작 판매 등을 아우르는 종합교육기업이다. 2002년부터는 e-러닝 사업도 시작했는데 공무원 시험, 공인중개사 시험, 주택관리사, 사회복지사, 전산세무회계 등의 콘텐츠를 제작해 판매했다. “OOO시험 합격은 에듀윌~”이라는 CF 문구가 유명할 정도로 전방위 교육자료를 만들고 있다.
“에듀윌을 설명하는 다른 문장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교육기업’인데요. 여기에는 에듀윌을 이용하는 고객의 꿈도 있지만, 에듀윌에서 일하는 직원의 꿈도 포함돼 있어요. 에듀윌이 성장하는 만큼 이곳에 속한 사람도 성장하길 바라는 게 저희 꿈입니다.”
시간이 줄어들면 성과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기우였다. 주어진 시간 동안 업무를 처리하는 집중력이 높아졌다. 업무 효율성은 성과로 이어졌다. 에듀윌은 성과를 다시 직원들과 나눠야 한다는 방침이다. 이왕에 있었던 제도도 계속 발전시킨다.
“직원들의 특별한 날을 축하해주는 ‘축하한 DAY’ 제도가 있었어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는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할 수 있죠.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라는 의미였는데, 올해부터는 영화 관람권도 함께 제공하고 있어요.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영화 관람을 할 수 있게요.”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의 지속 성장에 헌신한 임직원에게는 가족 해외여행, 장기근속 포상 등의 보상을 제공한다. 장기근속 포상은 5년 근속자에게 2주의 포상휴가와 휴가비를, 10년 근속자에게는 기념패와 한 달의 포상휴가와 휴가비를 준다.
“직원들이 계속 ‘리프레시’되어야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잖아요. 에듀윌의 DNA는 ‘도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회사가 직원들에게 계속 ‘도전하라’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 그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도전하는 만큼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으니까요.”
에듀윌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교육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매년 매출이 30%씩 증가하고 있다. 황소영 팀장은 이 성과가 우연히 나타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업무의 효율을 높이면, 성과가 나타날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집니다. 에듀윌 역시 올해부터는 신입사원을 통합 선발할 예정이에요. 이전에는 수시 채용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공채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번에 새로 뽑힌 신입직원은 현업 배치 2개월 후부터 전원 해외연수를 다녀오게 된다. 새로운 인재에게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는 게 이들의 기대다.
“꿈에 헌신할 수 있는 인재라면 우리 회사와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도전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그 도전을 값지게 만들 것인가도 중요하거든요.”
황소영 팀장은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직원의 만족도는 회사의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좋은 제도라고 봅니다. 이 제도가 실제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와 접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싶어도 정보가 부족해서 흘려보내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근로시간 단축의 성공 사례
미래나노텍 : 업무 효율을 위해 ‘프로야근러’가 없는 회사를 목표로 한다. 상황에 맞게 출근 시간을 정하는 시차출퇴근제, 매달 셋째 수요일은 모두 정시 퇴근하는 ‘Fun Day 제도’를 운영 중이다.
씨알푸드 : 유연근무로 직원들에게 아침 시간의 여유를 제공한다. 하루 8시간 근무가 어려운 부서의 경우 자유롭게 시간을 선택해 가족과 함께 하루를 보내도록 한다.
한국동서발전 : 저녁 7시가 되면 사무실 불이 모두 꺼진다. 시차출퇴근제와 근무시간선택제, 집약근무제 등을 실시해 짧고 굵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열심히커뮤니케이션즈 : 오전 9시 또는 9시 30분 중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월요병을 막기 위해 월요일에는 오전 10시에 출근, 불금을 위해서는 금요일 오후 1시 퇴근한다.
유슬기│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