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1일 ‘투자지원 카라반’ 현장 방문 일정에 참여해 대학기술지주회사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산학관에서 전남대 기술지주회사 이찬희 본부장과 고려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포티움 엄성흠 대표 등과 만나 약 한 시간 동안 직접투자 애로를 경청하는 등 투자 상담을 진행했다.

▶ 고려대에서 열린 ‘민·관 합동 투자지원 카라반’ 행사에 참석한 대학기술지주 관계자들. 좌로부터 전남대 대학기술지주 이찬희 본부장, 부산대 대학기술지주 김성근 실장, 전북연합 대학기술지주 정영균 실장, 고려대 기술지주 송승용 실장 ⓒC영상미디어
투자 지원 카라반의 현장 방문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번에 참여한 멤버는 기획재정부·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담당 과장·사무관, 기술보증기금·한국벤처투자·중소기업중앙회·수협은행 담당자들로 구성됐다.
카라반은 ‘찾아가는 투자 상담소’의 취지에 맞게 전남대 기술지주회사, 부산대 기술지주회사, 전북대학연합 기술지주회사,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등 4개 기술지주회사들과 함께 간담회를 여는 대신 각 개별업체별로 상담하는 ‘제로 스톱 서비스’를 새로 도입했다. 참고로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대학 산학협력단 또는 연구기관이 보유한 특허 등의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총괄하는 전문 조직이다. 즉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의 우수한 인적자원과 축적된 연구 성과물을 바탕으로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고, 이를 사업화해 수익을 올려 재투자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설립 목표로 한다.
기술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회사 주식의 2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66개 지주회사와 625개 자회사가 있다.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자회사에 출자한 금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711억 원, 자회사 투자금 회수액은 29.3%에 해당하는 208억 원이다.
카라반으로 ‘혁신성장의 바람’ 전국 확산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민·관 합동 투자지원 카라반’을 방문해 대학기술지주회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의 바람’을 전국에 확산하기 위해 투자 지원 카라반을 가동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투자 애로를 카라반 현장에서 바로 해결하고, 제도 개선 등 장기적인 검토 과제는 정책 과제화해 끝까지 해결토록 하며, 끝내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은 그 이유를 기업에 상세하게 설명해 기업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투자지원 카라반을 가동 중인 기재부의 혁신성장본부는 ‘3무 정신’으로 일하고 있다”며 “3무란 보고서가 없는 ‘노페이퍼’, 현장에서 뛰는 조직이란 의미로 ‘노지정석’, 혁신성장의 큰 방향만 제시하고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지시’의 정신을 말한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투자 지원 카라반에 참석한 기술지주회사들은 이런 기회를 애로사항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자리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계기로 혁신성장본부와 끊임없이 컨택해 문제점을 끝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본격적인 투자 상담에 앞서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은 시장 관점에서는 창조적 파괴, 국가 관점에서는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전반의 규모와 수준을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대학도 경제 흐름의 모양과 패턴이 급변하는 현실에 대응하도록 교육개혁의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혁신성장을 위해 미래 먹거리와 관련한 다양한 신산업 분야의 기술사업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대학 연구자의 기술로 수익을 창출하고 해당 수익이 재투자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첫 번째로 투자 상담에 참여한 전남대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의 기술지주회사에 대한 R&D 간접비 출자·출연 기간 제한(최장 5년) 규정을 개선하고 ▲기술지주회사의 창업투자회사 등록 규정을 명문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남대 기술지주회사 이찬희 본부장은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는 창업투자회사 역할도 하고 싶지만, 법률상 자격에 기술지주회사가 명기돼 있지 않아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에 김 부총리는 “R&D 간접비 재원을 대학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고,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관계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기술지주회사에 공격적으로 투자해달라
전남대 기술지주회사의 두 번째 요청에 대해 김 부총리는 벤처투자법상 요건만 충족하면 등록이 가능하다는 중기부의 문언상 해석과 기업들이 체감하는 실제 프로세스 간에 간극이 있음을 강조했다. “안 된다는 규정이 없으면 되는 것인데 정부가 (법에) 명시를 하고 안전하게 가는 성향이 있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며 “이를 샘플 케이스(Sample Case)로 해서 부처 간 의견 차이를 보고 공무원과 실무자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까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려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포티움 엄성흠 대표는 “포티움은 지난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EMS 저주파기기를 활용한 장치를 웨어러블로 사용할 수 있는 머슬슈트 형태의 훈련복을 연구 개발할 정도로 스포츠과학 연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대학의 우수한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R&D 이후에도 판로, 마케팅, 해외 진출 등을 위한 투자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모태펀드 중 혁신모험펀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펀드의 기업 투자가 기술평가에 근거해 기술지주회사(또는 자회사)에 좀 더 전향적이고 공격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즉석에서 애로사항을 해결하기도 했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출연 출자금 기간을 최대 5년에서 그 이상 연장해달라는 요청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면 그래야 하겠지만, 실무책임자 선에서 해결할 수 있으면 바로 해줘야 하는 것이 좋다”며 “안 된다는 조항이 없다면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일단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전남기술지주회사에 대해 “지역 커뮤니티·경제·산업 발전에 있어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전남 지역은 무안, 영암이 위기지역으로 지정까지 됐기에 대학이 지역경제와 산업에 이바지하는 좋은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지역 커뮤니티와 지역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교육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창업, 창직 등을 포함한 다양한 진로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대학이 이러한 역할들을 적극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부산대, 전북대, 고려대 등 대학 기술지주회사들은 민·관 투자지원 카라반 담당자들에게 성장을 위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부산대학교 기술지주회사 김성근 실장은 “산학협력단은 기술지주회사의 주주이기 때문에 기술지주회사에서 발생한 수익은 상법상의 배당을 통해 산학협력단에 이전될 수 있으며, 배당을 하기 위해서는 배당 가능 이익이 있어야 하므로 결손금이 있을 때는 배당할 수 없다”며 “산학협력법 제36조의6에 따르면, 기술지주회사로부터 얻은 수익금 및 배당금으로 발명자 보상을 할 수 있는데, 사실상 배당금이 발생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김 실장은 “자회사들의 공장부지 확보를 제한하는 지자체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과 투자유치에 애로를 겪는 지방 자회사들에 대해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은 “‘산학협력법’을 개정해 대학 내 유휴부지에 창업기업 입주공간의 제공근거를 명문화하고, 지자체가 대학 내에 도시 첨단산업단지를 지정하도록 독려하는 등 자회사들의 부지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전북지역대학연합 기술지주회사 정영균 실장은 “기술지주회사는 초기 혁신창업기업 투자전문회사로서 공공성을 갖춘 조직임에도 투자사로서 세제 지원, 펀드 조성 등 지원시책의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다”면서 “일부 기술지주회사의 경우 창업투자회사 설립 요건을 이미 갖추고 있어도 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술지주회사를 창업투자회사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기술지주회사는 개인투자조합만의 제한적인 투자조합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연구소기업과 동일하게 세제 혜택 부여해야
이와 함께 정 실장은 “지방 소재의 창업투자회사는 부산과 대전 이외에는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벤처 투자는 수도권 창업투자회사에서 담당하고 있어 지방 투자가 소외되고 있다”며 “지방투자펀드의 경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소외지역 또는 특구지정지역(창업시장 수요 증가) 등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동의 지역특성화펀드의 획기적 확대를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려대 기술지주회사 송승용 실장은 기술지주회사에 대한 조세 혜택을 달라고 요청했다. 송 실장은 “대학기술지주회사 및 자회사와 대동소이한 기능(공공기술사업화)을 하는 연구소기업, 신기술창업전문회사 등은 법인세, 양도소득세 면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현재 공공기술사업화(창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학 기술지주회사(자회사 포함)는 제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송 실장은 “기술지주회사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술지주회사 등 투자기관이 자회사에 출자해 취득한 주식에 대해 법인세, 양소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세제 혜택이 정책적으로 필요하다”며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인수 제한 규정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투자지원 카라반
기업 투자 애로 듣고 풀어주는 ‘해결사’
정부는 지난 7월부터 혁신성장의 해법을 책상머리가 아닌 기업 현장에서 찾겠다는 취지로 민관 합동으로 ‘투자지원 카라반(현장 방문단)’을 가동했다. 혁신성장 업무를 전담하는 기획재정부의 혁신성장본부와 기업 간 주마다 정례 회동도 갖는다.
‘투자지원 카라반’은 앞서 정부가 운영했던 ‘일자리 카라반’과 취지가 같다. 일자리 카라반은 지난해 10월 12일부터 한 달여간 전국 국가 산업단지 20곳을 찾아다니며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기업·고용 정책에 대한 현장 의견을 청취했었다.
투자지원 카라반은 실질적인 투자 애로 해소를 위해 전문 인력과 실무자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기업투자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산업은행·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공공기관이 포함됐다. 해당 본부 공무원들은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는 대상(隊商)들처럼 전국을 돌며 기업 투자 애로를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건물에 사무실까지 마련하면서 부처와 기업 간 소통도 늘리고 있다.
‘단 한 건’의 투자라도 더 이끌어낸다
혁신성장본부가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구성돼 활기가 넘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혁신성장본부와 머리를 맞대고 정부가 정한 ‘핵심 규제’와 관련 개선안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투자지원 카라반은 과제 해결형과 현장 접수형 등 ‘투 트랙(Two-Track)’으로 진행한다. 과제 해결형은 사전조사, 의견 수렴 등을 통해 투자지원 과제를 미리 발굴한 후 대상기업을 방문해 투자 애로 상황을 정밀 청취하고 과제 해결을 추진한다. 현장 접수형은 지역 거점에 ‘찾아가는 투자 상담소’를 설치해 현장에서 기업 애로 사항을 접수하고 다수의 전문가가 기업 한 곳을 대상으로 밀착 투자상담을 실시한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6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개최 전 모두발언을 통해 “혁신의 주체인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부처, 관계기관, 민간이 함께 기업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할 예정”이라며 “혁신성장본부와 기업 간의 주례회동을 실시하고 기업의 구체적인 투자계획 실행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프로젝트별 밀착지원단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지원 카라반’은 첫 일정으로 지난 7월 5일 오송생명과학, 구미, 광주첨단과학, 명지·녹산, 반월·시화, 남동 등 6개 국가산업단지를 동시에 방문해 56개 개별기업과 투자상담을 실시했다. 당시 첫 방문은 현장 접수형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자지원 카라반은 관련된 모든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함께 현장에 나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기업의 투자 애로를 책임지고 해결하기 위해 정부 내 ‘1:1 문제 해결 담당자’를 지정했다. 더욱이 ‘혁신성장 투자지원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미해결 과제 이행을 끝까지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향한 변화의 움직임이 느껴지도록 매주 현장 방문을 지속하고 있다. 2차는 판교테크노밸리, 서울디지털단지, 3차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전북연구개발특구, 4차는 여수국가산업단지, 5차는 대학기술지주회사 등 현장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투자지원 카라반은 기업의 투자 애로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겠다”며 “필요시 대기업, 민간금융기관 등과도 긴밀히 협조해 ‘단 한 건’의 투자라도 더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기재부는 지난 7월 30일 ‘혁신성장본부’ 민간 공동본부장으로 이재웅 쏘카 대표를 위촉했다. 이재웅 대표는 지난 1995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창업하고 2008년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했으며, 이후 소셜벤처 투자자로 지내다 현재는 차량공유업체인 ‘쏘카’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혁신성장 가속화를 위해 고형권 차관과 함께 혁신성장본부의 업무를 총괄해 관리·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혁신성장 정책이 나아가야 할 비전과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과 정부의 접점으로서 기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혁신성장본부에 전달하고 새로운 규칙을 제안하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오동룡│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