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12월 14일 국민 노후소득보장과 재정안정성 조화에 중점을 둔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안은 8월에 발표한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결과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기존 개혁이 국민연금 중심의 노후소득보장 강화가 골자였다면 4차 계획은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공적연금 전체를 포괄하는 다층연금체계로 소득보장 범위가 확장됐다. 최근 들어 기초연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퇴직연금이나 주택·농지연금도 노후소득보장의 한 틀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노후를 두텁게 보장하려면 국민연금제도뿐 아니라 다양한 연금제도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이번 계획의 또 다른 특징은 국민 노후소득보장과 재정안정성의 균형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없애고 급여를 내실화해 노후소득보장체계를 다양하게 꾸렸다. 그리고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수익성을 제고해 재정을 안정화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정부 주도의 일방적 연금개혁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는 물론 지역별·연령별 국민의 목소리를 담는 데 주력했다. 9월부터 10월까지 노동계, 사용자, 노인층, 청년층, 전문가 등 주요 집단별 간담회(17번), 지역별 토론회(2500명), 온라인 의견 수렴(2700여 건), 전화 설문(2000명) 방식으로 급여와 가입제도 개선, 경제·인구·사회정책 노력 등 국민이 공적연금 제도에 바라는 개선사항을 적극 수렴했다.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에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화 설문 결과 응답자의 63.4%가 현재 보험료가 부담된다고 답했고, 부담되지 않는다고 말한 응답자는 34.6%였다. 현 제도를 유지하길 원하는 의견은 47%,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은 27.7%, 덜 내고 덜 받는 방안은 19.8%로 나타났다.
국민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바탕으로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공적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실질급여액을 높이기 위해 우선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과제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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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와 가입제도 개선, 노후소득보장, 재정안정을 위한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 국민연금수령액), 보험료율 조정 방안은 의견이 갈렸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자는 의견, 재정안정성 강화를 주장하는 의견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공적연금이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저노후생활보장 목표를 설정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국민 노후보장패널 7차 부가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기준 은퇴 후 최소생활비는 약 95만~108만 원이고 적정생활비는 약 137만~154만 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민생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수용성을 감안해 조정범위를 정했다.
국민연금 4개 개편방안 마련
공적연금의 정책목표인 노후생활보장을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조정범위를 40~50%, 보험료율은 9~13%, 기초연금은 30만~40만 원 범위에서 정책대안을 고려해 ▲현행 유지 방안 ▲기초연금 강화 방안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 ①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 ② 등 4개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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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유지’ 방안은 현행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체계를 유지하고 실질소득 대체율을 제고해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를 그대로 유지하며 기초연금을 2021년에 30만 원으로 올리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은 현재 45%에서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까지 떨어지게 설계됐다. 그러면 월 250만 원을 버는 평균소득자가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때 받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친 ‘실질급여액’은 86만 7000원이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현행 제도를 유지하길 바라고 있었다.
‘기초연금 강화 방안’은 현행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체계를 유지하되 기초연금을 인상해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기초연금은 2021년 30만 원, 2022년 40만 원으로 인상한다. 기초연금 강화 방안이 시행될 경우 실질급여액은 평균소득자 기준 101만 7000원이 된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강화 방안이 채택될 경우 기초연금이 인상됨에 따라 소요되는 추가 예산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 ①’,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 ②’는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대폭 조정한다. 일명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이다.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 ①은 현행 소득대체율 40%를 2021년까지 45%로 올리고 보험료율은 2021년부터 5년마다 1%p씩 인상해 2031년에 12%를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평균소득자는 기초연금 30만 원을 더해 월 91만 9000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했다.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 ②’는 소득보장에 더 무게를 뒀다.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고 보험료율은 5년마다 1%p씩 올려 2036년에 13%까지 인상한다. 기초연금 30만 원까지 더하면 평균소득자가 받는 실질급여액은 97만 1000원이다. 복지부는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 ①, ②가 채택될 경우 제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해 재정안정성을 강화할 것을 추천했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강화 방안과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 ①, ②가 채택될 경우 실질급여액은 약 100만 원 수준으로 보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후소득보장 강화 방안 ①, ②가 채택되면 향후 약 25년간은 기금적립금이 계속 증가해 현재보다 기금소진년도를 연장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방안을 적용했을 때 국민연금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은 현행 유지안과 기초연금 강화안은 2057년, 노후소득보장 강화안 ①은 2063년, 노후소득보장 강화안 ②는 2062년이다.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국민연금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저출산과 고령화,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2042년에 국민연금이 적자가 돼 2057년이면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추정했다. 네 가지 방안은 국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국민의 의견을 종합해 공통적으로 원하는 의견은 그대로 추진한다. 먼저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법’에 연금급여 지급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한다. 국민연금 국가 지급 보장을 위한 명문화는 대국민 설문 결과 응답자의 91.7%가 찬성했다. 국가의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법에 연금급여 지급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취지를 명확히 할 계획이다.
SNS 등을 적극 활용해 국민이 국민연금제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홍보와 교육 기회를 확대한다. 정기적으로 지역별 토론회와 이해관계자 간담회 등을 열어 연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또한 기금의 투자내역과 자산내역을 공개하고 각 위원회가 회의마다 작성한 회의록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인다.
지급 보장 명문화로 신뢰도 높여
사업 중단이나 실직 등으로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 50%를 지원하는 사업이 신설된다. 사업이 진행되면 첫해에만 약 350만여 명의 지역가입자가 보험료 지원을 받아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리고 실질소득 대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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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실업크레딧 인정소득금액 69만 원인 지역가입자는 산정된 보험료 6만 2100원 중 절반인 3만 1050원을 최대 12개월간 지원받는다. 이 경우 추후 연금수급액이 월 2만 4801원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사업장 가입자와 농어민 보험료에 대한 지원도 늘어난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해 두루누리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의 근로자 소득기준을 190만 원에서 210만 원까지 인상한다. 이를 위해 두루누리 연금보험료 지원 예산은 2019년 1조 1551억 원으로 2018년 대비 4000억 원이 증가했다. 농어업인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의 기준소득월액은 91만 원에서 97만 원으로 올라 연금보험료의 지원이 늘어난다.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기여를 인정하는 ‘출산크레딧’ 제도가 확대된다. 현행 둘째 아이 12개월, 셋째 아이 18개월, 상한 50개월인 기준에 첫째 아이 6개월을 포함한다. 첫째 출산 시 6개월간 출산크레딧을 지급하면 2018년 수급기준 월 연금액 1만 2770원이 인상되는 효과가 생긴다.
배우자 사망 시 30%만 지급하던 유족연금은 중복지급률을 40%로 인상한다. 분할연금의 분할 방식을 노령연금 수급 시점에서 이혼 시점 소득이력 분할로 변경하고 최저혼인기간도 5년에서 1년으로 줄여 이혼한 배우자의 연금수급권을 강화한다.
결혼 후 25년간 전업주부로 살던 A씨가 55세에 남편과 이혼하고 수급연령인 62세가 되기 전에 전남편이 사망한다면 현 제도에서는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다. 제도가 개선되면 이혼 시점에 바로 소득이력을 분할 받아 본인의 가입이력을 늘릴 수 있어 향후 A씨의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현재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에만 지급하던 사망일시금은 수급자가 연금 수급 개시 후 조기 사망할 경우에도 지급한다. 사망 시점과 관계없이 최소금액인 본인소득의 4배가 보장된다. 현재 월 급여액이 50만 원이고 본인소득이 227만 원인 수급자가 수급 후 1개월 내 사망하고 유족이 없는 경우 수급권은 바로 사라진다. 하지만 제도가 바뀌면 사망일시금은 소득액의 4배인 908만 원에서 기수급액 50만 원을 뺀 나머지 858만 원을 사망일시금 청구자격자에게 지급한다.
기초연금은 30만 원으로 올려 단계적으로 지급한다. 2019년 4월부터 소득하위 20% 노인, 2020년에는 소득하위 40% 노인에게 30만 원을 지급하고, 2021년에는 소득하위 70% 전체에게 30만 원을 지급한다.
출산크레딧, 유족연금 중복지급률 상향
중소기업은 퇴직연금기금제도를 도입하고 퇴직금제도를 폐지해 퇴직연금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퇴직금제도는 적용 대상을 현재보다 더 확대한다. 주택연금은 일시인출 한도를 늘린다. 요양원 입소, 자녀 봉양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실제 거주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주택연금이 해지되지 않도록 실거주요건은 완화한다. 농지연금은 제도의 맞춤형 홍보를 강화해 공적연금 제도를 보완한다. 정부는 범정부협의체를 구성해 연금제도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조정할 계획이다.
국민연금기금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 재정추계상 수익률(평균 4.5%)보다 높은 목표수익률을 설정하고 해외투자와 위험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등 투자를 다변화해 기금 수익성을 제고한다. 성과가 저조한 국내주식 위탁펀드는 회수해 재배분하고 대체투자 집행을 개선해 투자 자산별로 수익률을 높인다. 기금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등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행동원칙을 규정한 자율규범)를 충실히 이행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구조도 개선한다. 기금위원회 위원 중 일부는 금융·경제·자산운용·연금제도 등 3년 이상 경력자를 위촉해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원활한 의사결정을 위해 기금위에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사무기구를 설치한다. 당연직 정부위원은 6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근로자·사용자 위원은 3명에서 4명으로 늘리는 등 위원 수를 조정해 연금가입자 대표의 역할이 강화된다. 또 국민연금 재정은 출산율과 경제 낙관변수 조합에 따라 기금 소진 시점이 1∼2년 연장되는 효과가 있어 출산율 제고, 경제 활성화 등의 정책적 노력도 다각도로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