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콰이어란 말을 들어보셨나? 쇼콰이어는 공연을 뜻하는 ‘쇼(Show)’와 합창단을 뜻하는 ‘콰이어(Choir)’를 합친 말이다. 다시 말해 합창을 하면서 악기 연주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공연을 접목시킨 퍼포먼스를 뜻한다. ‘하모나이즈’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긴 쇼콰이어 그룹이다. 지난 2016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세계적인 합창경연대회인 ‘제9회 월드콰이어게임’에서 2관왕에 오르며 그랑프리를 수상한 실력파다. 오는 7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제10회 세계합창올림픽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합창단으로 경연에 참가한다. 다시 한 번 세계를 감동시킬 공연 준비로 바쁜 ‘하모나이즈’ 멤버들을 만났다. 이들은 어떤 생각과 꿈을 갖고 있을까?
실용음악을 교육으로 활용하는 건 어떨까요?
실용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할 거예요. 클래식 음악은 성악가가 아니어도 진로를 정할 수 있는 범위가 많지만 실용음악 전공자는 기획사에 들어가서 아이돌로 데뷔하거나 솔로가수로 활동하는 게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어요. 어렵게 돈을 모아서 음반을 내도 잘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선뜻 하려고 하는 사람도 잘 없어요. 실용음악 전공자들의 일자리를 위해서 초등교육이나 중등교육에 실용음악 과목을 만드는 건 어떨까요? 아이들은 음악을 즐겁게 배울 수 있고 전공자는 일자리가 생기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구민선(20)
특기, 성공 수단이 아닌 즐거운 인생의 매개체죠
저는 재즈피아노와 무용, 두 가지를 같이 배웠어요. 나름대로 둘 다 열심히 했는데도 사람들의 인식은 좋지 않았어요. 저를 보는 사람들마다 왜 하나만 선택해서 열심히 하지 둘 다 하려고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아요. 왜 꼭 하나만 선택해서 해야 하죠?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예능특기자가 성공하려면 다른 건 제쳐두고 한 가지 재능에만 몰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능 같은 특기가 성공의 수단이 아니라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로 생각할 순 없을까요?

문하영(24)
좀 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교육현장 만들어주세요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을 공부했어요. 그래서 대학도 실용음악과를 갔지만 제가 기대했던 것과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달라서 졸업을 포기했어요. 오히려 하모나이즈 활동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더 많거든요. 실용음악가는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만큼 무대 경험도 중요하고 대중에게 매력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악대학에서도 대중과 호흡하는 법을 알려주는 교육을 한다면 학생들이 배우는 것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김기태(24)
경쟁에 지친 청년들을 위로해주는 사회가 됐으면
어릴 때부터 노래를 전공하다 보니 늘 경쟁에 치여 살았어요. 그래서 아무리 성적이 높고 실력이 좋아도 늘 기죽어 있고 자존감이 낮았어요. 제 별명이 ‘겨드랑이가 붙은 애’였을 정도니까요. 하모나이즈에서 칭찬이나 잘할 수 있다는 격려를 많이 들으면서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은 기죽어서 살 수밖에 없어요. 제가 다른 사람의 격려로 달라졌듯 청년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신예린(22)
많은 사람에게 음악으로 즐거움 전하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제가 노래를 부르면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좋았거든요. ‘하모나이즈’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어린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우리가 무대에 서면 즐거워할 때가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에요. 공연할 때마다 느꼈던 그 감정을 잊지 않고 연습하고 있어요. 어떤 동작을 하고 어떻게 목소리를 내야 사람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하죠. 우리 공연을 보는 관객이 희망적인 메시지와 즐거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하모나이즈 공연을 보는 관객이 즐겁고 행복한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김지현(23)·이민성(26)
우리 사회에 음악가 대우해주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문화의 힘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나라가 발전하는 만큼 시민들의 문화 예술에 대한 인식이나 취향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을 보면 음악 하는 사람을 대우해주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음악가를 딴따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워요. 그런 인식 때문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직업도 한계가 있어요.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확대된다면 음악가들의 활동 무대도 좀 더 커지지 않을까요?

진민우(25)
실용음악가를 지원하는 정부정책이 필요해요
우리나라에서 음악가는 클래식한 성악을 전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요. 그래서 정부 정책도 클래식 음악에 한정돼 있는 경우가 많죠. 합창단 같은 경우도 시립·구립합창단 대부분이 클래식을 기본으로 한 단체예요. 대중적인 창법으로 노래하는 사람은 클래식 음악 전공자보다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한정적이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음악 전공자뿐 아니라 실용음악이 중심인 합창단도 지원해준다거나 실용음악가가 무대에 설 수 있는 다양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생기면 좋겠어요.

오장석(33·대표)
춤추는 사람,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방법 찾아야
몇 년 전만 해도 비보이, 백업 댄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한풀 꺾였어요. 춤으로 성공하려면 자기 퍼포먼스를 하거나 세계적인 대회에 나가서 정상급에 오르는 길 뿐이에요. 실용무용이 대중과 친숙해지려면 실용무용 전공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내가 갖고 있는 스웨그만 중요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대중이 좋아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해야 해요. 요즘 대중은 듣는 귀도, 보는 눈도 높아져서 예술적 가치나 고민이 없는 작품은 바로 외면하거든요. 대중에게 의미 있는 작품으로 다가가야 실용무용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상원(30)
음악을 포기하지 않게 직업이 다양해졌으면
실용음악으로 입시준비를 오래했어요. 입시준비를 할 때는 학교에 입학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어렵게 준비해서 학교에 들어갔는데 달라지는 게 없더라고요. 실용음악과를 졸업하면 기획사에 들어가서 솔로 가수나 아이돌을 준비하거나, 입시생을 가르치는 강사 말고는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음악에 열정이 있는 친구들도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포기하더라고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꿈을 포기하는 건 너무 슬프잖아요. 실용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범위가 넓어져서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고운(23)
경제적 이유로 꿈 포기 않게 정부 지원정책 있었으면
대학을 졸업하고 하모나이즈로 활동하기까지가 제 인생의 암흑기였어요. 실용음악과를 졸업했는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없었거든요.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음악을 끝까지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나 실용음악 전공자가 할 수 있는 직업이 제한돼 있다는 점 때문에 음악을 계속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제 주변에도 이런 문제로 꿈을 포기하는 친구가 많아요. 친구들이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지원정책을 만들어줬으면 해요.

장하윤(25)
행복한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저는 하모나이즈에 들어온 지 1년 정도 된 신입 멤버예요. 제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공연을 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보는 관객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에요. 특히 실용음악 하는 친구들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 꿈을 포기하는 경우들이 참 많아요. 저는 꿈꿔온 삶을 살고 있어서 행복하지만 이 길을 포기한 친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이 땅의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지훈(21)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