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역사로 점철된 지난날엔 누군가의 헌신이 필연적이었다. 각국의 안보를 위한 군사행동은 군인의 희생 없이는 이뤄지지 않았을 터. 보훈제도의 연원은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공헌을 기려야 한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한다. 특히 미국·영국·캐나다·호주·프랑스는 보훈제도의 주요 대상을 군인으로 한정해 다방면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 나라들의 보훈제도를 살펴보자.
미국
제대군인 의료 수요 적극 대응
미국은 제대군인을 위한 지원에서 세계 선두권에 꼽히는 국가 중 하나다. 우리나라 국가보훈처에 해당하는 미국 제대군인부는 제대군인과 그들의 가족을 위한 지원 사업으로 매해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보훈제도는 독립전쟁에서 부상당한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치료부터 시작해, 참전용사와 그 가족까지 포함한 보상·연금제도로 발전해왔다. 정리하면 제대군인부의 행정 대상은 상이군인, 유족, 비상이 제대군인이다.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형태는 의료·연금·직업재활·주택 등으로 분류된다. 제대군인부는 제대군인들의 건강관리, 특수지원, 건강과 관련한 의료 사회적 지원과 서비스를 실시하며 이들의 의료 욕구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 참전자에게는 소득 정도에 따라 진료비 감면율을 적용한다.
연금은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65세 이상 참전 제대군인에게 지급된다. 군복무와 관계없이 장애로 사망한 참전 제대군인의 배우자와 자녀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들도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재취업 측면의 조치도 있다. 제대군인부는 군복무 중 상이를 입은 제대군인이 독립해 직장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제대·현역·예비·전사 군인의 배우자와 자녀를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도 진행한다. 장애 제대군인이 상이처와 관련해 주택이나 시설을 필요로 하면 비용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국가에 대한 제대군인의 희생이 기념될 수 있도록 마지막 안식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제대군인의 사망이 군복무 관련 상이로 인한 경우 매장수당을 지급하며, 경우에 따라 시신 운구비용이 지원된다. 이외에도 사망 당시 상이보상금이나 연금 수급자격이 있는 경우, 제대군인이 제대군인 병원에서 사망한 경우, 제대군인부와 계약한 요양원에서 사망한 경우에는 매장과 장례에 소요되는 비용 중 일부가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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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1월 11일 미국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한 여성이 감사의 뜻을 전하는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연합
영국
CTP 통해 전역 후 일자리 보장
영국은 국방부 내 제대군인청을 통해 제대군인과 그 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제대군인청은 현대적 고객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귀한 희생정신을 지속적으로 선양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이들은 전쟁연금, 보상, 군인묘지와 같은 광범위한 범위에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수급자가 발생하는 전쟁 장애연금을 살펴보면 그 대상은 제대군인, 전쟁 미망인이며 장애 정도에 따라 지급액이 다르다. 의료검진을 통해 장애 정도가 20% 미만으로 판정되면 일시금을 주고 그 이상 장애의 경우 연금을 지급한다. 극도로 열악한 경제적 상황에 처한 이는 부가수당을 받을 수도 있는데 실업보조수당, 저소득 직업에 대한 수당, 상시 간호수당, 전쟁연금수급권자 교통보조수당 등으로 나뉜다.
제대군인은 연금 외에 전문가 이행 동반자 제도(CTP)를 통해 전역 이후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도 있다. 개인 정착 계획 개발, 재능 습득 훈련, 개별 구직 서비스 등이 이 제도에 포함된다.
캐나다
제대군인 구직 지원 강화
캐나다의 보훈제도는 1885년 노스웨스트 전쟁에 참가한 군인에게 메달과 토지 증서를 제공한 데서 시작됐다. 과거의 보훈제도는 복무 중 장애를 입거나 사망한 군인만을 대상으로 한 탓에 그 외의 군인은 생활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캐나다 정부는 1969년 국가가 보험료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군인소득보장보험을 도입, 모든 캐나다 군인은 복무에 관계없이 불의의 사고로 신체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정 보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006년 4월 1일에는 ‘캐나다 현역 및 제대 군인 사회 복귀 및 보상 법안’이 발효됐다. 제대군인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면서 이들의 요구가 보다 다양해지고 자립 생활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은 제대군인의 창업·구직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훈제도를 재편성했다. 대상자들이 민간 영역에서 적절한 직업을 찾는 데 중점을 두고 이력서 작성, 기술 발굴, 면접 연습, 창업 훈련 등을 제공한다.
아울러 가족 지원 프로그램도 대폭 보강됐다. 상이제대군인의 가족은 상이제대군인과 동등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유가족의 자녀는 대학 진학 시 최대 4년간 학자금을 지급받는다.
호주
보훈 주 대상은 해외참전 용사
호주의 보훈제도는 국가에 대한 개인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보편적 개념과 더불어 사회적 환경 특수성이 크게 반영됐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호주가 적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을 받은 것은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의 소규모 기습공격과 공중폭격뿐이다. 때문에 호주의 참전은 기본적으로 해외 참전이며 보훈의 주 대상은 해외 참전용사다. 보훈부의 정식 명칭이 참전용사부, 주요 상위 기관인 보훈위원회의 정식 명칭이 (해외참전용사)귀환위원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훈 수혜자는 당사자와 50세 이상 미망인, 미성년 자녀에 한한다. 미망인 연금은 매년 2회 조정되는 연금과 고정된 가사수당으로 분류된다. 당초 가사수당은 16세 이하의 자녀가 있거나 취업이 어려운 미망인의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지급됐으나 1974년 그 범위가 모든 미망인으로 확대됐다. 유자녀 연금은 매년 1월 1회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정된다. 다만 호주는 유족에 의한 보훈수혜 승계가 일반화되지 않아 미망인이 사망하거나 유자녀가 성년이 되면 보훈 보상이 종료된다.
프랑스
연금권자 질병 치료비 완전 보장
프랑스의 보훈제도인 상이군인·유가족 보상 및 자활지원 정책은 연금권, 무료치료권, 부가권리로 구분된다. 상이연금권은 전쟁이나 복무 중 당한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질병을 얻고 법으로 정한 최소 상이율(부상 10%, 질병 30%) 이상에 해당할 때만 적용된다. 연금 승계권은 미망인, 미성년 고아, 유족 순으로 부여된다.
연금권자는 상이치료 외의 기타 질병치료도 사회보장기금에서 100% 보장받을 수 있다. 어떠한 사유의 입원에도 일일 정액입원비를 면제받는다. 이를 위해 무료치료대상자는 무료치료증을 소지해야 하는데, 이 치료증은 의사·약사·치과의사·병원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격을 보장한다. 부가권리로는 세제 혜택, 특채에 의한 공직 채용, 교통·통화비 할인, 양로원 수용권 등이 있다.
이근하 | 위클리 공감 기자
자료|국가보훈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