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주거환경 탓에 결혼과 출산을 뒤로하는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지원이 대폭 강화된다. 신혼부부 공공임대 물량을 크게 확대하고 주택 구입·전세자금 부담을 경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 대책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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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부부가 자녀를 출산한 이후에도 충분히 거주할 수 있도록 보육 중심 공동시설이 확대된다. ⓒ연합
지난해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5년 43만 5000건이었던 혼인 건수는 2016년 28만 2000건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는 71만 5000명에서 40만 6000명으로 감소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다. 정부는 그 원인을 주거환경에 따른 부담이라고 진단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신혼부부 특화형 임대·분양주택과 저리기금대출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연 4만 호씩 5년간 총 20만 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유형별로는 건설형 12만 5000호, 매입·전세형 7만 5000호다. 건설형은 내년부터 분양 전환이 가능한 공공임대 등의 우선공급 비율을 현행 15%에서 30%로 늘린다. 건설형의 일환인 행복주택은 기존 평형을 확대하고 특화 시설을 강화한다. 전용면적을 36㎡ 위주에서 44㎡로 상향 조정하고 단지 내 어린이집, 공동육아나눔터 등 보육 중심 공동시설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보육과 청소, 생활가전 렌털, 카셰어링 등의 서비스도 지원된다. 신혼부부가 자녀를 출산한 이후에도 이곳에서 충분히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국민임대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30%를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고 수요가 많은 지역에는 특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어린이집, 영유아 놀이터 등 유아 중심 설계를 적용한 공간이다. 평균소득 70% 이하인 경우에는 행복주택보다도 저렴한 임대료에 공급할 계획이다.
신혼부부 전용 매입임대도 도입된다. 정부는 매입임대의 지원 단가를 1억 5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높이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방 2~3개짜리 큰 평형을 매입해 총 2만 호를 공급한다. 다만 평균소득 70% 이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되, 평균소득 50% 이하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고 임대료는 시세의 절반 이하를 적용할 예정이다.
또 10년 동안 임대료 인상 없이 시세의 80% 수준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신혼부부 매입임대리츠가 활성화된다. 정부는 기금의 출자비율을 10%에서 20%로 늘려 임대리츠 설립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세임대의 경우 공급물량은 연 4000호에서 7000호로, 지원 단가는 68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해 지원을 강화한다.
이러한 임대주택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상은 혼인 기간 5년 이내 유자녀 신혼부부 중심에서 혼인 기간 7년 이내 및 예비 신혼부부로 확대된다. 무자녀 가구도 지원 대상에 포함한다. 입주 순위는 소득, 자녀 수, 해당 지역 거주 기간 등을 점수화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현재는 혼인 기간에 따라 차등화하고 있다.
신혼부부 전용 대출상품도 출시
신혼부부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신혼희망타운 7만 호 공급계획도 발표됐다. 3만 호는 기존 택지 중 서울·과천 등 입지가 양호한 곳에, 4만 호는 성남 등 서울 인근 그린벨트 등에 신규택지를 개발해 공급하기로 했다.
신규지구 공공주택은 주거 기능을 넘어 일자리, 생활서비스 등을 결합한 방향으로 개발된다. 도시지원 시설용지를 확보하고 지자체 협업으로 일자리 공간을 창출하며, 맞춤형 특화 서비스를 접목한 방식의 주택단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신혼부부에게 필요한 육아·교육 서비스를 비롯해 그들의 선호도에 맞춰 공간을 설계한다. 예를 들어 유아 자녀를 둔 가구는 방의 크기를 줄이고 아이가 노는 거실 공간을 확보하는 한편, 취학 자녀가 있는 가구는 독립된 자녀 침실 겸 공부방을 만든다. 아울러 신혼부부의 젊은 감성을 고려한 다채로운 색채 및 디자인을 적용한다. 스마트홈, 사물인터넷, 친환경 에너지 등 스마트시티 사업과 연계해 조성할 방침이다. 공급 대상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120% 이하, 혼인 기간 7년 이내 신혼부부 또는 예비 신혼부부다.
수요자의 자금 여건에 따라 분양형과 임대형 중 선택할 수도 있다. 분양형은 주택가격의 30%만 초기 부담하면 나머지는 금리 1%대 수익·손익공유형 모기지로 마련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추정 분양가가 3억 원인 서울 양원지구 주택은 9000만 원을 부담하면 원리금이 월 97만 원(20년 만기)이 된다.
임대형은 주택가격의 10∼15%를 부담하고 잔여금은 분할상환형 전세 대출과 접목해 자금 부담을 줄여주는 형태다. 원리금과 임대료는 10년 동안 월 50만~100만 원 수준이나 전세 대출 분할상환으로 보증금 대출이 자산으로 전환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분양주택의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도 확대된다. 전체 물량의 15%였던 국민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은 2배인 30%로 개선된다. 민영주택도 10%에서 20%로 늘어난다. 그 대상은 혼인 기간 7년 이내,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 이하 가구다. 1자녀 이상 요건은 폐지돼 무자녀 가구도 수혜가 가능하다.
내년 1월에는 신혼부부 전용의 주택 구입용 대출상품이 출시된다.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에 대해 최대 0.35%p 금리를 인하해준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은 금리를 최대 0.4%p 낮춰 대출한도를 종전보다 3000만 원 높인 수도권 기준 최대 1억 7000만 원까지 빌려준다. 정부는 공공임대, 주거급여 등 각종 공적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 신혼부부에게는 현금보조나 전세 대출 금리 인하 등 주거비 경감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뤄뒀던 자녀 계획, 이젠 가능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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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식(36)·김아름(35)
지난 1월 서울 가좌지구 행복주택에 입주한 허창식·김아름 씨는 5년 차 신혼부부다. 행복주택 입주민이 된 것을 ‘최고의 행운’에 빗댈 정도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국민임대, 공공임대 등 임대주택을 신청했으나 매번 떨어진 탓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당첨 사실을 알았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벅찼어요. 망원동 주택가 빌라에 거주 중이었는데 밀집도가 너무 높아 사생활을 보장 받을 수 없었거든요. 월 단위로 주차비를 지불해야 했는데 그마저도 집과는 조금 떨어진 곳이었어요. 이곳에 오니 그런 문제는 모두 해결됐죠. 이전 주거비와 큰 차이가 없음에도 주거환경은 훨씬 나아졌어요. 쓰레기 처리 부분과 같은 위생적인 측면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덕분에 잠시 미뤄뒀던 자녀 계획도 하게 됐어요.”
자녀가 많아 임대주택 입주를 망설이던 지인들도 봐왔다. 그래서인지 김 씨는 주거복지 로드맵 중 평형 확대 부분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신 또한 자녀를 기르기에 충분한 거주환경이 마련됐다는 이유에서다.
“무자녀 신혼부부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된 것은 기대 이상이에요. 저희 부부가 계속 떨어진 이유 중 하나가 아이가 없어서였거든요.”
그는 정부의 세심한 대책에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애매한 기준으로 신청조차 어려운 가구를 조금 더 살펴달라는 바람을 덧붙였다.
신혼부부 지원방안
1 임대주택 20만 호 혼인기간 7년 이내 및 예비 부부
2 신혼희망타운 7만 호 공급 시세 80%, 수요자가 분양·임대 선택
3 분양주택 특별공급 2배 확대 국민·공공 15%>30%, 민영 10%>20%
4 신혼부부 전용 대출 도입 (구입) 1.70~2.75%, (전세) 1.2~2.1%
이근하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