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요 의제를 직접 챙기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한 가운데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정부부처 장차관 임명·지명,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 지시, 지방분권형 개헌 구상 피력 등 민생안정과 정국운영 방안 구체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문 대통령은 6월 14일 청와대에서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내년 개헌할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과 함께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면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개헌과 지방분권을 동시에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개헌 전까지 시도지사 간담회라는 형태로 수시로, 또 필요하다면 정례화해서 제2국무회의의 예비모임 성격으로 사실상 제도화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면서 “시도지사님들도 대통령과 논의하거나 지원받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회의 개최를 요청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추경이 중앙정부가 선심을 써서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지금의 실업난, 특히 청년 고용절벽과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지방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써달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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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4일 청와대에서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개헌과 지방분권을 동시에 언급했다. ⓒ청와대
강력한 지방분권제 도입, 제2국무회의 신설
이에 시도지사들은 새 정부의 추경 편성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지방자치단체들도 형편은 어렵지만 추경을 편성해 호응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시도지사들은 또 지방정부의 자치조직권과 자치인사권의 확대, 규제 혁신, 지방교부금 교부 비율과 규모의 확대, 지방교부금 배분 기준의 개선, 4대 복지사업 중앙정부 책임,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득격차 해소 마련 방안 등을 건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시도지사협의회가 주제를 합의해서 가져오면 함께 논의해보자”면서 “‘줄탁동기(?啄同機)’라는 말이 있다. 중앙과 지방이 힘을 모아 함께하자. 내수와 고용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경제성장률을 상승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줄탁동기’란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든 서로 합심해야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17개 시도지사(전남·경남도지사는 권한대행),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6월 13일 서울 용산의 한미연합사를 전격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상징 구호인 ‘We Go Together(함께 갑시다)’를 세 차례 선창하며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연합사 방문록에 ‘평화로운 한반도, 굳건한 한미동맹, We Go Together’라고 적었다. 이에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말로 “한미연합사령부 장병들은 대통령님의 연합사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6·25 전쟁 후 60년 넘게 북한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억제해왔다”며 “그 힘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이 누리는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기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평화를 찾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된 가운데 최근 강원도 인제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군 무인기가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 기지를 촬영한 것으로 확인되자, 정부는 유엔군 사령부를 통해 북측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강구토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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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3일 서울 용산의 한미연합사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상징 구호인 ‘We Go Together(함께 갑시다)’를 선창하며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청와대
가계부채 해결, 부동산 시장 안정화 집중
문 대통령은 장관 청문회, 추경 편성안 등 주요 국내 현안을 가급적 빨리 마무리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강조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6월 13일 국회 상임위원장단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심사와 처리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추경 요건으로 국가재정법상 대량 실업이라든지 경기 침체 같은 것이 있기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국채를 발행하거나 증세를 하는 부담 없이 편성할 수 있어 충분히 추경을 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지표들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내수를 좀 더 진작하고 고용만 좀 더 만들어낸다면 성장률을 조금 되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전날 추경 편성안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용절벽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절박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하루빨리 추경예산을 편성해줄 것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문에서 ‘일자리’를 44번 언급하고, 다음으로 ‘청년’ 33번, ‘국민’ 24번, ‘정부’ 20번, ‘추경’ 19번을 언급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경제적 불평등과 소득분배의 불균형, 청년 실업과 이에 따른 저출산 문제 등을 더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인 ‘J노믹스’의 골격은 좋은 일자리를 늘려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경제 활성화와 기업 재투자를 끌어내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한편 최근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과 관련해 정부가 대규모 현장점검반을 동원해 단속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6월 13일 서울과 부산, 세종시 지역에 지방자치단체·국세청 공동으로 구성한 99개 조 231명 규모의 합동 현장점검반을 투입했다. 점검반은 해당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와 아파트 견본주택을 대상으로 분양권 불법 전매와 청약통장 매매, 다운계약서 작성,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등의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열 현상을 보이는 지역을 대상으로 역대 최고 강도의 점검을 해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예외 없이 엄단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백승구│위클리 공감 기자
“역사적 결단 기억하고 남북합의의 정신 되살리자”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서 6·15 정신의 계승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역대 정부의 남북합의를 남북이 함께 되돌아가야 할 원칙으로 대할 것”이라며 “17년 전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한 남북합의를 복원하겠다”고 의지를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 속에서도 남북 화해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하고 “위기는 기회라 여기고 미국을 비롯해 국제적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북한에 대한 대화 의지를 메시지로 남겼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은 남북 간 합의의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증표”라며 “북한이 이를 실천한다면 적극 도울 것이며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 완전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17년 전인 2001년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1국가 2체제의 통일 방안 협의 ▲이산가족 문제의 조속한 해결 ▲경제협력 등을 비롯한 남북 간 교류 활성화 등에 합의한 것이다. ‘6·15’ 이후 남북 교류와 협력 사업이 발전했고 12차례에 걸쳐 1만 2000여 명의 이산가족이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상봉의 자리를 가진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6·15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상문│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