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을 위한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혁신성장을 이끌 4차 산업혁명 대응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 지능정보화 시대를 선도해나갈 방침이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10월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1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기본 정책 방향’ 안건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민간위원 20명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최수규 중소기업벤처부 차관(장관 직무대리) 등 정부위원 5명, 그리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홍장표 경제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 관계 부처 및 기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에 앞선 9월 25일 장병규 위원장을 포함해 산업계 9명, 학계 9명, 연구계 2명 등 총 20명의 민간위원과 정부위원 5명으로 구성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초연결·초지능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과학 기술, 인공지능, 데이터 기술 기반을 확보하고, 신사업·신서비스 육성 및 사회 변화 대응에 필요한 주요 정책을 효율적으로 심의·조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0월 11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및 제1차 회의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의 파급 효과와 대응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성장 청사진과 미래 먹거리 발굴 출발점
이날 회의는 민간위원인 백승욱 루닛 대표의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현황’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4차 산업혁명의 파급효과와 대응 방향’이라는 의제 발제로 시작됐다. 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혁신적인 창업과 신산업 창출이 이어지는 활력 넘치는 경제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이 혁신성장의 청사진을 만들어내고 우리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는 경제정책의 중심을 국민과 가계에 두고, 경제성장의 과실을 국민이 함께 누리는 경제”라고 설명하며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사람 중심 경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혁신성장이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새로운 경제 성장을 위한 정부의 핵심 전략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21세기 ‘정보화의 물결’이 우리 경제 도약의 발판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불고 있는 ‘지능정보화의 물결’을 또다시 경제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지능정보 사회’로 급속하게 발전해가고 있다”며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혁신 친화적 창업 국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롭게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또 자율주행차와 스마트 공장, 드론 산업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게 될 분야도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정보통신망이 5세대 이동통신망과 사물인터넷망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세대 이동통신망을 시범 운영한 후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상용할 계획”도 밝혔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창의융합 인재를 육성하고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화하겠다”며 “신산업 분야에서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 지난 10월 11일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및 1차 회의 모습 ⓒ뉴시스
이날 회의에서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운영 세칙’과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기본 정책 방향’이라는 두 가지 안건도 다뤄졌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운영 세칙’에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운영 ▲혁신위원회·특별위원회 구성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 구성의 내용이 담겼다. 원칙적으로 분기 1회의 회의를 개회하고,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수시로 회의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위원회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과학 기술, 산업경제, 사회제도 분야별 혁신위회를 구성하고, 특정 현안 사항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도록 했다.
지능화 혁신과 미래 사회 변화 선제 대응
이날 회의에서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기본 정책 방향’ 안건을 다루면서 산업과 경제, 사회 제도, 과학과 기술 영역 등 전 분야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 분야가 긴밀하게 연계된 종합 정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엔 ▲지능화를 통한 주력 산업 고도화 및 신산업·서비스 창출 ▲미래 사회 변화의 선제적 대응을 위한 사회제도 개선 ▲산업혁신을 위한 과학·기술 기반 강화 방침이 포함돼 있다.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스마트 공장 확산과 3D 프린팅 기반의 제조 서비스 플랫폼 구축, 자율주행차의 고도화와 지능형 스마트 그리드의 전국 확산 등을 추진함으로써 산업 전 분야의 지능화 기술을 전면적으로 융합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신산업·일자리 창출을 추진한다. 또 맞춤형 정밀의료 확산과 스마트 도시 선도 모델 실증·확산 등 편리하고 안전한 공공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혁신성장을 이끄는 시장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또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고 상용화 시점에 맞춰서 개별 규제를 해소하는 등 규제정책도 재설계하기로 했다.
사회·제도 분야에서는 미래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교육 혁신 방침을 밝혔다. 학습자 눈높이에 맞춘 최적화된 교육으로 창의성을 갖춘 인재가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고용 형태가 다변화되는 데 대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유망 신사업 분야의 직업 훈련도 강화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지능화 기술과 기초 기술을 아우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선점을 위한 전략적 R&D 투자를 확대하고 R&D 체계를 혁신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데이터를 쉽게 찾고 거래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AI 학습 형태로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고 산업별 빅데이터 전문센터를 육성한다. 또 개인정보 이동권을 보장하는 제도의 도입도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사물인터넷 전용망을 구축하고, 세계 최초 5G 상용화 등 선제적인 네트워크 고도화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1일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 및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 모두 4차 산업혁명 혜택 공유
이들 안건 처리 후에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의 사회로 ‘혁신성장을 위한 4차 산업혁명 대응 방향’에 대해 대통령과 위원들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토론에서는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추진 방안, 기술 혁신·지능화 선도를 통한 혁신성장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첫 번째 주제인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추진 방안’ 논의에서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는 사람에게 도움이 돼야 하며, 기술·산업 혁신과 사회 정책 혁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아 위원은 “국민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공유하고 국민을 위한 기술 발전이 될 수 있도록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형철 위원은 소상공인,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책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임정욱 위원은 “인공지능 반려로봇, 자율주행차를 택시로 활용하는 실버타운 사례를 소개하며 기술 발전이 고령화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신기술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재권 위원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연구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 연구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토론 주제인 ‘기술혁신·지능화 선도를 통한 혁신성장 방안’에 대해, 고진 위원은 “각 주체가 혁신 주체이자 대상이 되도록 보다 큰 그림에서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의 현 위치를 파악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수립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통계 항목과 지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문용식 위원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같이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브랜드화를 통해 목표와 비전을 현실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희조 위원은 “과거 한국형 제도를 만들 때 실패했던 사례를 참고해 평가, 인증 및 투자 등 세 가지 영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노규성 위원은 “사람 중심의 성장은 벤처기업에서 출발한다”며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4차 산업혁명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정부가 중소기업 등 각계 의견을 잘 청취해 적극적으로 공공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플랫폼 종사자 등 새로운 고용 형태에 대한 대응을 위해 기존 노동관계법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플랫폼 종사자 관련 통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 등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함으로써 생산성을 제고하고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다시 국내로 유입되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혁신산업 생태계 구축과 기존 중소기업 스마트화 정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문미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은 “국회에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법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를 신설하려는 논의가 있다”고 전하며 “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협력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이대식 위원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은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소득주도 성장은 수요 면에서, 혁신성장은 공급 면에서 바라본 성장 추진 전략”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들과 토론하며 위원들의 의견에 공감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함께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약속을 충실히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변화 과정에서 일자리 변화, 양극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외 되는 계층에 대한 배려와 교육 등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동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