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는 것을 꺼려 하는 저출산 분위기가 팽배함에 따라 사회가 자녀 양육을 어느 정도 부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정부 역시 다양한 자녀 돌봄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최근에는 예술인 등 직업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나오고 있다.
“아이들이 집보다 좋아해요.”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인들이 예술 창작 활동 시간 중에 부담 없이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예술인 시간제 자녀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3월 14일 두 번째 ‘예봄센터’가 서울시 마포구(망원동 473-30)에 문을 열었다.
2호점이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부모들의 폭발적인 호응 덕분이다. 2014년 돌봄센터 1호점인 ‘반디돌봄센터’가 대학로에 문을 연 이후 예술인들은 ‘예술인 시간제 자녀돌봄센터’에 대해 높은 이용 만족도를 보였다. 2015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반디돌봄센터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센터 이용에 전반적으로 만족했고, 예술 활동을 유지하는 데 센터가 도움을 주었느냐는 물음에는 98%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에 문체부는 예술인의 거주 비율이 높은 마포구에 추가로 예봄센터를 열었다. 문체부는 예봄센터 개소를 통해 예술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역량을 더욱 활발히 펼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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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봄센터 윤경아 센터장 ⓒC영상미디어
직업 특성 고려한 시설, 예술인 많은 마포구에 개소
마포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예술인의 활동과 거주가 많은 곳이다. 예봄센터는 예술인의 거주와 활동 비율이 높은 홍대, 연남동과 마포구청역이 인접해 있어 자녀가 있는 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예봄센터가 마포구에 생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시작한 지 2주가 지난 마포 예봄센터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윤경아 센터장은 “부모님들이 예봄센터가 집보다 좋다고 이야기한다”며 시설을 자랑한다. 특히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애를 태우던 예술가들에게 센터는 제2의 친정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예술인 전용 돌봄 시설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역설했다.
“시간제 돌봄이라는 단어가 생소한데, 부모의 다양한 상황에 맞는 돌봄을 위한 전담 서비스를 말해요. 그동안 시간제 보육이 점차 갖춰졌지만 여전히 36개월까지고 평일 주간만 운영된 게 아쉬웠어요. 예술인 부모의 경우 주말과 야간 등 실제 필요할 때 자녀를 맡기기가 어려웠거든요. 예술 활동의 특성을 배려한 돌봄 센터가 필요한 이유죠.”
예봄센터는 주말과 야간에도 예술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인의 직업 특성을 고려해 기존 보육시설과 달리 주말과 야간에도 시간제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자녀가 있는 예술인의 육아 부담을 덜어줘 이들이 예술 창작 활동에 안정적으로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특히 여성 예술인이 겪는 출산 후 경력 단절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센터 준비 팀은 아이들이 쉽게 찾아오고 활동하기 좋은 공간을 찾다 이층 단독주택을 얻어 개원했다. 공간도 집처럼 아늑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거실과 놀이방은 아이들이 최대한 뛰어놀 수 있도록 문을 떼어내고 원목과 노란색을 콘셉트로 구성했다. 예봄센터는 단순히 아이들의 돌봄 공간이 아니라 예술인 부모들이 모임을 통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통합공간이기도 하다. 이층은 예술인 부모들이 아이를 일층에 맡기고 소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예술인의 경우 부정기적으로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많아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부모와 아이가 공간에 들어와 함께 탐색하면서 적응하는 시간을 마련함으로써 우려를 씻어낸다. 윤 센터장은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오면 아이가 더 놀겠다며 집에 가기 싫어할 정도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아이가 하나뿐인 집이 많다. 그렇다 보니 부모가 모두 직장인이라면 집이 외로울 수 있다. 그래서 예봄센터는 ‘연령 통합’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외동인 아이들이 형, 오빠, 누나, 언니, 동생 등 다양한 연령을 만나면서 새로운 관계 형성과 놀이 활동을 경험하게 한다. 어른들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친구들과의 놀이 경험을 이곳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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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봄센터의 이용 대상은 24개월부터 10세까지의 예술인 자녀이며 운영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방학기간 중 월요일 운영),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C영상미디어
연령 통합·놀이 중심 운영 아이들 맞춤형
놀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시설이라 아이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 윤 센터장은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들어오면서 양말을 벗는다”며, 이것은 “편한 공간, 함께 노는 공간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향후 예봄센터는 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운영 방식을 개선할 예정이다. 윤 센터장은 “한 해 동안 운영해보면서 예술인 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용 패턴을 분석할 생각”이라며 “격주 토요일마다 예술 놀이터 활동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부모 교육 모임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필요한 지원 대책을 물으니 윤 센터장은 “예술인뿐만 아니라 지역을 위한 시설 역시 필요하다”며 “지역과 직업적 특성을 고려한 특성화된 시간제 돌봄 서비스가 좀 더 많아져야 한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예봄센터의 이용 대상은 24개월부터 10세까지의 예술인 자녀이며 운영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방학기간 중 월요일 운영),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이뿐만 아니라 예술인이 부담 없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 시간제 돌봄 서비스(시간당 3000~5000원)에 대비해 최대 10분의 1 수준인 시간당 500원(석식 및 간식 비용 별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된다.
‘예봄센터’는 지역 내 예술인과 연계해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초등학생을 위한 방과 후 돌봄을 실시하는 등 이용 아동들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