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디자인을 통해 기억된다. 특색 있는 외관을 입은 건물은 존재만으로도 뇌리에 남기 때문이다. 최근 건축 디자인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도로명 주소가 시행된 이후 건물 번호판을 활용한 건축 디자인이 늘고 있다.
정부가 도로명 주소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 어느덧 3년째에 접어들었다. 국민의 편리한 생활에 도움이 되기 위해 시행된 도로명 주소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건물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위급한 상황에서 더 요긴하게 쓰이는 주소 형식이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도로명 주소를 보편적으로 쓰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도로명 주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우수한 건물 번호판 디자인을 발굴하기 위해 ‘아름다운 건물 번호판 디자인 공모전’을 실시했다. 공모전은 지난 2016년 12월 15일부터 2017년 2월 2일까지 두 달간 진행됐다. 접수 항목을 주거 분야, 비주거 분야, 자율형 건물 번호판 설치 우수사례 세 분야로 나누고, 1차 서류평가를 통과한 작품을 전문가와 일반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최종적으로 심사해 총 35개의 작품을 선정했다. 이번 공모전에는 1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중 아름다운 디자인과 실용성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얻은 작품 5개를 소개한다.
여백을 이해하는 건물 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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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
‘여백을 이해하는 건물 번호판’은 주거 분야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이다. 작품을 제작한 이병진 씨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조용한 주거 단지의 특성을 고려했다.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몇 가지 컬러만을 사용해 타이포그래피 기법으로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는 건물 번호판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야간에는 번호판 상부에 포인트 조명을 설치해 분위기 있으면서 건물 번호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백을 이해하는 건물 번호판은 심사위원들에게 디자인, 판독성, 활용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건물의 바탕색에 따라 디자인을 적절하게 변형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House Number Plate By So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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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욱
‘하우스 넘버 플레이트 바이 솔라’는 주거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하우스 넘버 플레이트 바이 솔라는 간결한 디자인과 태양광을 이용한 간접 조명으로 어느 시간대든 번호판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태양에너지와 EL(발광) 라이트닝을 활용해 낮이든 밤이든 건물 번호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번호판에 부착된 라이트닝 센서는 주변의 빛양을 파악해 자동으로 조명을 껐다 켤 수 있다.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반영구적이어서 경제적이다. 작품을 제작한 홍욱 씨는 “하우스 넘버 플레이트 바이 솔라는 도서관이나 박물관, 관공서 등에서 사용하기 적합한 크기로 만들었다.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일 뿐 아니라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시간 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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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춘
비주거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영업시간 번호판’은 단순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렌지색 바탕에 검은색 숫자를 배치해 배색 효과를 높여 건물 번호가 눈에 잘 띈다. 박물관 전시장이나 음식점에 설치할 경우 이용 가능한 요일과 운영시간을 표시해 건물 번호뿐 아니라 건물에 관한 추가 정보도 함께 알 수 있다. 영업시간 번호판은 디자인이 깔끔할 뿐 아니라 알루미늄을 재료로 해 다른 작품보다 제작비가 훨씬 저렴하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Address C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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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
‘어드레스 큐브’는 쉽게 질리지 않는 박스 형태로 모던함을 살린 디자인이다. 박스 형태 건물 번호판은 건물의 외형과도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린다. 어드레스 큐브는 건물 크기나 도로, 인도의 인접성을 고려해 대·중·소 세 가지 크기로 구분하고, 색상이나 재료는 건물 디자인과 어울리는 것으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만 설치 장소는 건물 주 출입구를 기준으로 좌측이나 우측 상단 코너로 통일해 건물 번호판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어드레스 큐브는 건물 모서리를 이용한 디자인과 건물 특성에 맞게 건물 번호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높게 평가받아 비주거 분야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도산대로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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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세계인터네셔날
‘도산대로 449’는 자율형 건물 번호판 설치 우수사례 분야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자율형 건물번호판은 건물 소유자가 도로명 주소 건물 번호를 독특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기존의 획일적인 표준형 건물 번호판과 다르게 그 건물만의 특색을 잘 살려 디자인할 경우 외부에 건물을 홍보하는 효과가 있어 최근 건물 소유주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도산대로 449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도로명 주소를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건물 번호판 디자인과 건물이 조화롭고 보행자와 차량 이용자 모두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점을 인정받아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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