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국민 제안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힌 가운데 연일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각종 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고 열린 소통의 공간, 광화문 1번가가 그 중심에 있다.
6월 7일 광화문 1번가 앞에서 공공운수노조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새 정부가 정책으로 제시한 사회서비스공단 운용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전달했다. 공단이 단순한 관리·운용 기구를 넘어 공공부문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는 바람과 공공부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있어야 함을 주장했다.
주거·시민사회단체도 목소리를 냈다. 6월 1일 주거권네트워크는 “저소득층·장애인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생애주기 맞춤형 공공임대주택도 확충해야 한다”며 ▲기업형 임대주택 폐지와 공공임대주택 확대 ▲주택임대차 안정화 정책 실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분양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같은 날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업 개혁을 당부했다. 이들은 ▲쌀값 1㎏당 3000원 보장 ▲농산물 최저가격위원회 구성 ▲대북 쌀 지원 등 농업 개혁 요구 등을 제안서에 담아 광화문 1번가에 전달했다.
온라인 광화문 1번가는 누적 방문자 수 30만 명을 넘으며 제안 또한 활발하게 이어졌다. 특히 일자리, 육아, 안전 등 분야의 제안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동물 애호가로 잘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반려동물 관련 정책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이디 ‘국민의입장에○○○○○’은 “동물보호법을 강화해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의 처벌 확대가 필요하다”며 “유기동물 안락사 조치를 금지해달라”고 전했다. 아이디 ‘로이○○’은 “동물 진료비가 비싸고 금액 격차 또한 크다”며 “진료가격 수가제를 정립해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반려동물 주인의 부적절한 태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아이디 ‘경행○○’은 “산책 시 배설물 처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며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등산로 등에 애완견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이라는 이유가 마이너스 스펙 되는 사회 보완되길”
광화문 1번가에는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방법 외에도 간접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 ‘국민이 만드는 대통령의 서재’에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책을 두는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소 책을 즐겨 읽는다고 알려져 있다. 2012년 쓴 <문재인의 서재>에 “쉴 때 손이 닿는 곳에 책이 없으면 허전한 느낌이 든다”고 적었을 정도다.
이곳을 방문한 국민은 책을 권하는 이유를 적어 책꽂이에 꽂아둔다. 강조하고 싶은 구절에 형광펜으로 줄을 긋기도 한다. 분야는 상관없다. 각자의 관심사와 관심이 필요한 영역의 책을 두면 된다. 책이 모이면 국민인수위원회는 책에 강조된 글귀와 메모 등을 정리해 대통령에게 전달한다. 정책 제안의 완곡한 다른 방법이다.
대통령의 서재를 찾은 정윤미 씨는 소설 <82년생 김지영> 본문 중 다음 구절에 형광펜을 그었다. /“나 오빠가 돈 벌어 오라고 해서 회사 다니는 건 아니야. 재밌고 좋아서 다녀. 일도, 돈 버는 것도.” 안 그러려고 했는데 억울하고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82년생 김지영>은 ‘김지영’이라는 여성을 통해 대학생, 직장여성을 거쳐 출산 후 경력단절여성이 돼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면서 점점 자신으로부터 소외되는 30대 한국 여성의 삶을 담고 있다.
정 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이너스 스펙이 되는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이 정책적으로 보완되길 바란다”며 책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여성이 출산·육아 후에도 한 여성으로 존중받고 살며 나아가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대통령도 비슷한 연령의 딸이 있기 때문에 이 내용에 충분히 공감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 9일 ‘대통령의 서재’에는 특별한 이들이 발걸음을 했다. 이른바 ‘직장맘·예비직장맘과의 번개’ 자리다. 자리를 주선한 것은 고민정 부대변인. 페이스북으로 선착순 모집한 이번 모임은 바로 마감됐다. 준비물은 ‘대통령의 서재’에 두고 함께 읽고 싶은 책 한 권씩이었다. 직장맘·예비직장맘 20명은 저마다 준비한 책을 서재에 꽂고 고 부대변인과 일·육아를 병행하는 고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 역시 두 아이의 엄마 입장에서 이들과 공감하며 진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고 부대변인이 광화문 1번가를 공식 방문한 것은 두 번째다. 5월 25일 광화문 1번가 개소식에 참가한 그는 <나무수업>을 ‘대통령의 서재’에 꽂은 바 있다. 고 부대변인은 “나무는 최강자만 살아남는 게 자연의 법칙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주고 있다. 키 큰 나무, 작은 나무, 번식력이 좋은 나무, 그렇지 않은 나무 등 모든 나무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숲을 이롭게 한다. 건강하게 만든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라며 대한민국이 건강한 숲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30분 개최되는 광화문 1번가의 국민마이크 현장 ⓒ연합
‘국민마이크’ 신청자 많아 5시 30분으로 조정
한편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 ‘국민마이크’와 ‘열린 포럼’은 북새통을 이뤘다. 국민마이크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돼왔으나 행사 시작 시간을 오후 5시 30분으로 앞당겼다. 발언 신청자가 너무 많은 탓이다. 공간은 유연했다. 직접적인 소통 공간답게 국민의 아쉬움이 바로 조정된 셈이다. 6월 3일 두 번째 국민마이크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한 나라’를 주제로, 10일에는 ‘모든 생명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사는 나라’를 주제로 세 번째 국민마이크가 켜졌다.
세 번째 열린 포럼은 (사)한국공동체라디오방송협회가 주관하며 ‘국민소통·자치분권 시대, 공동체 미디어 활성화를 국정과제로!’를 주제로 6월 8일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공동체 미디어 전반에 대한 정책을 주요한 국가정책의 하나로 수립할 수 있도록 바라는 전국 공동체 미디어 단체들의 목소리가 전달됐다.
불공정 관련 접수기간 이번 주까지!
불공정 주간이 오는 6월 18일까지 운영된다. 국민인수위원회는 광화문 1번가에 ‘불공정 관련 접수처’를 마련, 불공정 사례와 개선 방안을 수렴해왔다. 이곳을 찾은 국민은 제도, 정책, 업계의 불공정 관련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불공정 관련 접수처’는 광화문 1번가를 찾은 다수의 국민이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찾으며 별도의 접수 절차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반영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공정한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공정과 정의를 갈망하는 촛불 민심”이라며 “정책 제안뿐만 아니라 불공정 사례까지 함께 듣고 제도적 개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불공정 관련 접수대’를 방문 예정인 국민인수위원회는 6월 18일까지 매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월요일 휴무, 수요일 오후 8시)까지 광화문 1번가 세종로공원 내 ‘불공정 관련 접수대’를 찾으면 된다.
‘국민인수위원회 in 지자체’
오프라인 광화문 1번가 전국으로 확대
각 지방자치단체가 광화문 1번가에 동참하고 있다. 일명 ‘국민인수위원회 in○○’이다. 국민인수위원회가 서울 광화문에서 국민 정책 제안과 의견을 수렴하자 경기, 광주, 경북, 경남, 원주, 당진, 완주 등도 청사 및 관련 기관에 국민 제안 창구를 개설했다.
서울에 집중된 오프라인 광화문 1번가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를 취하며 온라인 이용이 어려운 국민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의견을 개진하기 용이해졌다. 운영 기간 접수처에 모인 정책 제안과 의견은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될 방침이다.
지자체 접수처 역시 광화문 1번가와 같이 7월 12일까지 운영하며 자세한 사항은 해당 지자체에 문의하면 된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