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추가적인 처방을 내놓았으나 재건축을 앞둔 단지의 몸값은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법을 개정해 분양 과열·위축지역을 지정하는 등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지역별 맞춤형 대응을 강화한다.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일자리 창출이나 윤리경영 등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고 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 때 정규직 채용 실적, 여성 고용비율 등의 지표를 반영하기로 했다. 지난 7월 25일 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경제정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와 정책 인프라 혁신 방안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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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생활물가 관리도 강화해 달걀 할당관세를 12월까지 연장하고 배추와 양파 등 비축물량을 탄력적으로 방출해 농축수산물 가격 불안을 막을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 달걀 코너에서 직원이 달걀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조선DB
가계부채 연착륙으로 ‘리스크 관리’
정부는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와 취약차주 지원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올해 안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자릿 수로 연착륙시킬 계획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의 부채와 소득 산정방식을 개선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전 금융권에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등 여신심사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분할상환 대출로 전환을 유도하고 자영업자의 대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여신심사를 합리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취약차주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도 이뤄진다. 현재 27.9%인 대부업법과 25%인 이자제한법상의 최고 금리를 일원화하고 단계적으로 20%로 인하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국민행복기금 등이 보유한 소액·장기연체채권은 상환 능력 심사 후 적극 정리하고,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추심과 매각은 금지하기로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고 부분인출과 중도해지 허용 범위도 넓히기로 했다. ‘사잇돌 중금리 대출’의 공급 규모와 기관도 확대한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맞춤형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청약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지적 과열 시 즉각적 안정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지역별로 탄력적 맞춤형 대응에 나선다. 또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도록 청약제도도 개선한다.
생활물가 관리도 강화한다. 달걀 할당관세를 12월까지 연장하고 배추(8000톤), 양파(2000톤) 등 비축물량을 탄력적으로 방출해 농축수산물의 가격 불안을 막을 계획이다. 주요 프랜차이즈의 심층 원가분석을 소비자 단체와 연계해 가격감시를 강화한다. 또 사재기, 편승 인상 등의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 발생 시 경영 효율화 등 자구 노력을 통해 최대한 흡수하고 미수금 정산 완료를 반영, 도시가스 요금을 4분기에 8~9%가량 인하할 예정이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해서는 자금 유출입 변동성 확대 시 외환건전성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또 미국의 환율 보고서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대비하기로 했다. 한·중 FTA 서비스·투자 분야 후속 협상 추진, 제3국 공동진출·일대일로 연계 등 공동 관심 분야 협력도 강화한다. 내년 ASEAN+3(한·중·일) 공동의장국 수임을 계기로 다자 간 통화스왑(CMIM) 협정문 개정 등 역내 금융 안전망 정비에도 나선다.
정부는 재정, 정책금융, 조달 등 정책 지원 체계를 원점 재검토해 ‘사람 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적극 뒷받침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지출 증가 속도를 경상성장률보다 높게 관리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인 재정의 지니계수 개선율(분배개선율)을 2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15년 우리나라의 지니계수 개선율은 13.5%로 독일(42.2%), 프랑스(42.0%), 영국(31.3%), 미국(22.4%)보다 낮은 수준이다. GDP 대비 공공사회지출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정책 인프라 혁신 방안에 포함됐다.
일자리 창출, 소득분배에 역점 둔 조세정책 마련
조세정책은 일자리 창출, 소득분배에 역점을 두고 재설계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고 고소득, 고액 자산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은 축소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공공부문의 핵심 가치로 재정립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일자리 창출, 윤리경영 등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평가를 강화한다. 지방 공기업의 경우 사회적 책임 경영평가지표도 마련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부채는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되 공공임대주택, 도시재생사업 등은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분류해 공공기관의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예비타당성(예타) 조사제도를 개선해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다. 예타 대상 규모를 상향하며, 종합평가(AHP) 때 고용·환경 평가 항목을 내실화하고 사회적 가치 신규 지표를 도입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와 적격심사 시 정규직 채용 실적, 여성 고용비율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반영한다. 종합심사낙찰제에 고용 관련 가점을 현재 0.4점에서 0.8점으로 상향 조정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지분투자(equity-financing)는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창업 초기 기업에 직접투자하는 정책금융-벤처캐피털(엔젤 등) 간 매칭 방식의 유망 창업기업 발굴 프로그램을 400억 원 규모로 운영한다.
컨소시엄, 공급체인 등 기업 네트워크에 대출, 투자, 경영 컨설팅을 종합 지원하는 네트워크형 지원 프로그램 도입 등 중소·중견기업 협업화 촉진에도 나선다. 고용 실적에 따른 금리우대, 이자 환급 등 일자리 창출 인센티브는 강화하기로 했다. 고용창출 우수기업에 대한 금리우대(산은, 수은) 및 보증료 할인(신·기보), 고용 실적에 따른 대출이자 환급 프로그램(중진공) 등은 현재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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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가 주인 되는 아파트 정책 나와야”
1990년대 말 중국 랴오닝성에서 1남 2녀의 자녀를 이끌고 귀화했을 때, 한국의 아파트는 사람이 사는 집이 아니라 돈을 버는 수단으로 보였다. ‘떳다방’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봤고, 그 행태는 그야말로 복마전을 연상케 했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면서 번듯한 아파트를 마련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살다 보니 꿈에도 그리던 아파트에 당첨됐다. 서울 오류동 ‘행복주택’에 당첨돼 내년 2월 입주할 예정이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주요 공급 대상이지만 20% 물량은 취약·노인계층에게 공급되고, 나와 같은 노인계층은 표준임대료의 76%만 내면 최장 20년간 살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는다는 소식에 반가운 한편으로, 과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는 것을 보고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 가족이 청약저축통장에 가입해 한집에서 아파트 두 채가 당첨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실수요자가 아파트 주인이 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제도로 개선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내년이면 우리 부부는 자식들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10평(29㎡)에 불과하지만 소중한 보금자리가 생긴다.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집 없는 서민의 걱정이 늘고 있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소년·소녀 가정 등 취약계층에게는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지원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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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근(72·행복주택 입주 예정자)
오동룡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