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실직이나 폐업 또는 질병으로 수입이 끊긴 대출자는 최대 3년간 이자만 갚으면서 원금상환을 미룰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도 당장 거주할 집이 없으면 최대 1년간 경매처분을 면할 수 있다.
정부는 4월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대출 차주 연체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가계부채가 정부와 금융권의 노력으로 최근 들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먼저 실직·폐업자 등에 대한 원금상환 유예 제도. 비자발적 실업·폐업, 피상속인의 사망 또는 장기간의 입원을 요하는 질병 등으로 돈을 갚기 어려울 경우 최대 3년간(1년 원칙+2회 연장 가능) 원금상환을 연장할 수 있다. 물론 실업수당 확인 서류, 폐업신청서, 입원확인서 등으로 현재 처한 상황을 증빙해야 한다. 분할상환대출은 유예 기간 동안 이자만 내게 돼 상환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일시상환대출은 유예 기간만큼 만기가 연장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보금자리론 기준으로 ‘주택가격 6억 원 이하인 1주택 소유자’에 한해 담보권 집행유예 제도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차주(대출받는 사람)의 부부 합산 소득이 7000만 원 이하여야 하며, 퇴직금·상속재산·질병 관련 보험금이 충분한 경우에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면 금융회사의 법원 경매신청이 최대 1년간(6개월 원칙+1회 연장 가능) 연기되며 채권 매각도 불가능하다. 한편 차주는 유예 기간 중 연체금리를 면제받는다.
정부는 금융회사가 담보권을 실행하려면 반드시 차주와 한 차례 이상의 상담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여신거래 표준약관을 올해 하반기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담보권 실행 유예가 차주의 주거안정과 재기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하는 추가 지원 방안도 시행한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기간을 최장 20년에서 35년으로 늘리고, 상환 유예 기간도 최장 3년에서 5년으로 늘린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집을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담보물 매매 종합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연체 우려자’에 대한 사전 경보체계도 구축한다. ‘가계대출 119’로 불리는 이 제도는 CB(개인신용평가기관) 정보, 금융회사 자체 정보 등을 활용해 가계대출 차주 중에서 연체가 우려되는 사람을 미리 파악해 이들이 각종 원금상환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연체 우려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차주의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로 하락할 때 ▲전체 금융회사에서 받은 신용대출 건수가 3건 이상일 때 ▲최근 6개월 내 전체 금융회사 누적 연체일수가 30일 이상일 때다. 이 경우 금융회사는 연체 우려자주에게 연락해 원금상환 유예 제도를 안내하고 영업점 상담을 권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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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차주 정보를 주기적으로 갱신하는 절차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는 연체 우려자의 상환 능력을 사전에 파악해 도움이 필요한 차주에게 다양한 지원책을 안내하기 위해서다. 만기가 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차주가 스스로 정보를 갱신하면 연체이자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아울러 정부는 채무조정 지원 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전문 상담인력 운영을 강화한다. 시중 은행권은 자체 상담인력으로, 제2금융권은 신용회복위원회, 서민금융진흥원 상담인력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연체가산금리에 대한 합리적 산정체계와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장치를 두도록 하는 ‘연체금리체계 모범규준’을 올해 안으로 마련·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대출 상품을 판매할 때 연체가산금리 수준, 연체 발생 시 부담하는 금액을 고객에게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백승구 | 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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