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 시행으로 기대되는 효과 중 하나는 자치단체가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일하고 역량을 키우려면 그에 맞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정부는 지방행정기관, 지방의회 등 자치단체의 능력을 배양하고 권력을 견제할 방안을 마련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치분권 로드맵에는 자치단체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됐다. 지방의회, 지방행정부가 본래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자치단체가 지역 현안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먼저 자치단체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집중했다.
1995년 민선 1기로 출범한 지방자치제도는 주민 행복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주민생활의 눈높이에 맞는 행정서비스를 구현하고자 하는 지방자치의 목적은 현재까지 대체로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 많다보니 통제에 익숙해져 전문적인 역랑을 발휘하지 못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지역주도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적다보니 혁신을 꾀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지방의회 권한·견제 기능 강화, 자치단체 자치조직권 확대
지방자치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마련한 것이 자치단체의 역량 강화다. 그중 첫 번째 전략은 지방의회의 권한을 키우는 것이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주민 대표기관의 역할과 지방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기관의 역할도 갖고 있다. 현재 다소 위축된 지방의회의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의회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의장에게 사무직원을 결정할 수 있는 인사권을 부여하고, 입법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전문 인력을 지원해 본래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지역 공기업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지역 전반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주민대의기관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두 번째 전략은 자치조직권을 확대해 자치단체가 자율적·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자치조직권은 자치단체가 자기 조직을 구성하는 권한을 말한다. 자치조직권은 지방행정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다. 각 자치단체의 환경적 특성과 지역 주민의 요구에 부응한 행정활동이 수행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직을 설치하거나 폐지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자치단체가 행정기구를 설치하고 정원을 책정하는 데 자율성이 어느 정도 있지만 중앙정부가 일정 부분 통제해왔다. 자치단체가 자치조직권을 행사하는 데 제약이 있었던 부분을 해소하고자 기준 인건비 제도를 개선해 정원을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지역 주민 중심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치단체별로 유형을 나눠 맞춤형 조직을 재설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유능한 지역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채용시스템도 개선한다. 공무원 채용 시 관련 직무 중심으로 시험과목을 개편하고 면접의 비중을 높이는 방법 등을 고려해 직무별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활용할 계획이다. 순환보직제도를 개선해 직무에 맞는 인재를 키운다. 현재 지방공무원의 경우 한 부서에 2년 미만의 근무자가 행정직 65%(1년 미만 21%), 기술직 56%(1년 미만 20%)에 이른다. 근무기간이 짧으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보직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직무별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 보직기간 2년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하고 전문 직위를 활성화해 행정 분야별 전문가를 육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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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분권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자치단체 구성원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치분권 로드맵에는 지방공무원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수록됐다. 전북 완주군 이서면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열린 ‘2017 자치단체장 비전 포럼’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
비례대표 의석 확대, 다양한 정당 참여 유도
지방공무원의 교육체계도 생애주기별로 촘촘히 수립한다. 현재 모든 공무원은 국가직, 지방직을 막론하고 시기·직급·분야별로 주기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지방행정연수원은 5급 이상 관리자 교육과 전국적인 통일이 필요한 내용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고, 각 시·도 지방공무원교육원에서는 일반적으로 6급 이하 실무자 교육을 맡고 있다. 교육 내용은 주로 포괄적인 전문지식, 관리기법 습득교육 등으로 이뤄진다. 새로 수립될 맞춤형 교육은 교육 내용에 내실을 더해 직무별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규 공무원의 경우 임용 전에 이수하는 기본 교육을 강화해 업무 적응성을 높인다. 기존에 근무하고 있던 공무원은 직급별로 단계를 나눠 각 직급에 맞는 교육체계를 확립한다. 간부는 직무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마련해 직무에 맞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주민이 자치단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볼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한다. 행정·재정정보를 공개하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해 자치단체별로 행정·재정운영 현황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의 정책 참여를 활성화한다. 자치단체에 자치조직권이 확대되는 만큼 이를 남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인사운영 현황도 함께 공개한다. ‘지방인사통계통합시스템’을 구축해 우리 지역 자치단체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인사를 운영하고 있는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지방의회가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방안도 도입한다.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해 다양한 정당이 주민의 의사를 대표하도록 한다.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지역주민의 다양한 의사를 모을 수 있는 선거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은 ‘의정활동 공시제도’로 평가한다. 자치단체가 책임감을 갖고 행정에 임할 수 있도록 ‘실시간 합동평가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자치단체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효율적으로 평가하고 정책 내용을 주민들에게 피드백을 받도록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자치분권은 지방공무원의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일”
대구광역시는 자치분권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도시다. 대구에 있는 시민단체는 일찌감치 지방분권운동을 시작했고 자치단체 역시 자치분권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대구시는 자치분권을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만들어 분권선도도시로 가는 계획을 착실히 수행해가는 중이다.
정두용 대구광역시 분권선도도시팀장은 자치분권이 시행되기 이전에 지방정부와 공무원이 역량을 키우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정 팀장은 자치분권이 활성화되면 지방에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이 이양되기 때문에 지방공무원의 업무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분권에는 자율과 책임이 따르죠. 책임에는 지방정부와 공무원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포함됩니다. 자치분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계획을 수립하고 시스템을 보충해가는 것인데 이런 일을 수행하려면 자치단체와 구성원들이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점을 보충하기 위해 지방공무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와 재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 팀장은 지방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치분권이 시행되면 지방의회의 역할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의회와 자치단체는 지역발전을 책임지는 날개입니다. 대구뿐 아니라 전국 공통으로 지방의회의 역할이 지방자치제도 시행 초기의 기대보다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지방의회는 지역주민의 요구와 실정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하고 주민 대의기구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나갈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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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용 대구광역시 분권선도도시팀장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