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각료회의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국제사회에 소개하는 국가 성명을 발표했다. 10월 30일부터 11일 1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이번 회의에는 68개 국가 및 기구가 참석했으며 미국 에너지부 차관보 대행, 중국 국가원자능기구 부주임, 일본 주 IAEA 대표부 대사, 러시아 국영원자력공사 사장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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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옥 보좌관이 발표한 성명에서 역점을 둔 부분은 원전의 안전한 운영이다. 경주 지진 발생을 계기로 원전 안전이 한국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엄격한 안전기준 적용, 안전 관련 투자 확대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IAEA 회원국이 원전의 안전한 운영에 공감한 데 대해 한국이 보유한 원전 건설·운영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할 계획을 밝히고 원전 안전에 관해 회원국 간 협력 강화도 제안했다.
원전 수출 시장 확보에도 집중했다. 문 보좌관은 아랍에미리트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제와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 장관 등 아랍에미리트 최고위층과 면담을 갖고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인 건설·운영을 위해 양국이 협력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는 한국의 신형 원전 APR 1400 4기를 수출한 곳으로 2018년 1호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재계와의 간담회에서 “원전 사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미옥 보좌관도 IAEA 회의와 아랍에미리트의 원전 건설 현장을 다녀오며 우리나라 원전 수출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했다. 중동 국가들이 한국과의 원전 건설 계약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는 것. 원전 건설, 운영, 해체 경험을 가진 국가가 전 세계적으로 몇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원전 세일즈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Q 문재인정부에서 과학기술보좌관이 신설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정부에서 국가 혁신에 관심이 많다. 혁신의 원동력 중 하나를 과학기술에서 찾고 있다. 단순히 과학기술 혁신 체제가 아니라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변화, 미래에 대한 준비에 대한민국의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과학기술의 성과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과학기술 혁신 체제 도입을 통해 혁신성장, 4차 산업혁명 등을 주도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기초과학을 튼튼하게 하고 과학기술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구축해 과학기술 혁신을 이룬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과학기술 혁신이 자연스레 산업경제 혁신으로 흘러가 산업에서도 경제적 성과를 이루게 할 계획이다. 가령 연구 지원을 받은 인력이 연장선상에서 업무를 할 수 있게 지원한다면 과학기술과 산업, 경제가 선순환을 그릴 수 있다. 아울러 새로이 구성되는 과학기술자문회의와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신설된 과학기술보좌관실에서 원자력 안전에 관심이 많다. 에너지 전환을 관장하는 건 경제수석실이지만 원자력 안전과 과학기술이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예 분리해서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유관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Q 에너지 안전 중에서 원전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국회에서 원자력안전대책특별위원회 간사로 재임했다. 당시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경주가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의 원전이 밀집한 지역이다. 그전까지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만 했다면 경주 지진은 이를 체감한 계기가 됐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준비를 절감했다. 그동안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라는 기조 안에서 원전을 유지해왔는데 이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세계적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한 일본에서조차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마당에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국민들도 원전 위협의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상황이 됐다고 본다.
이와 같은 문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이 정부에 권고한 것은 건설 재개만이 아니다. 원전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원전 안전기준 강화 대책과 원전 비리 척결도 권고에 포함됐다. 원전 건설을 둘러싼 이해관계 당사자가 아닌 안전한 곳에서 살길 바라는 시민의 실질적인 바람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원전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내진설계 기준을 상향 조정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가 수명을 다하는 2082년까지 원전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10월 30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IAEA 각료회의’에 참석해 국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산업자원통상부
Q 국제원자력기구가 주최한 에너지각료회의에 수석대표로 참석했는데 어떠한 논의가 진행됐나?
IAEA는 평화를 위한 원자력 이용을 위해 1957년 창설됐다. 최근 IAEA에서 평화와 함께 내세우는 것이 안전이다. 여기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이 컸다. 각료회의는 발전, 안전, 기술개발, 환경 등 네 가지를 매년 순차적인 주제로 삼고 논의를 진행한다. 본 회의는 국가별 원자력과 관련 정책 방향을 논의·설명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한국은 경주 지진을 계기로 원전 안전이 한국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가 됐으며 엄격한 안전기준 적용과 안전 관련 투자 확대 등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또 세계 원전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우리나라가 보유한 원전 건설과 운영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할 계획이 있음을 밝히고 원전 안전에 관한 국제 공동연구 등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공론화로 결정한 사례도 소개했다. 원전의 사회적 수용성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회원국들은 한국의 공론화를 통한 갈등 해결 과정에 관심과 공감을 표명했다.
회의 부대행사로 개최국인 아랍에미리트의 바라카 원전 건설 홍보가 있었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것이다. 행사는 바라카 원전을 홍보하는 자리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알리는 자리가 됐다. 향후 신규 원전 수출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는 아랍에미리트 측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확인됐다. 아랍에미리트 국가 원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모하메드 왕세제를 예방한 데 이어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 장관 겸 아랍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과도 만남을 가졌다. 칼둔 장관은 일본, 프랑스 등도 대상국에 있었지만 한국 원전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자국에 건설 중인 원전 완공을 위해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Q 바라카 원전은 한국이 수출한 최초의 원전이다. 바라카 원전 건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IAEA 본 회의 전날 아랍에미리트가 주요국 수석대표를 대상으로 바라카 원전 시찰 자리를 마련했다. 바라카 원전은 우리나라 신고리 3호기와 같은 기종인데 총 4기의 원전 중 2018년 완공을 앞둔 1호기가 9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1호기는 연료봉 장착만 앞두고 있으며 안전한 운영을 담보하기 위한 숙련 기간을 거치는 중이다. 내년 중반에는 연료봉을 로딩하고 8개월 정도 시연 가동을 할 계획이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1호기가 완공되면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호의를 나타냈다.
이날 현장 시찰 설명에 나선 ENEC 사업최고책임자는 바라카 원전의 3대 성공 요인으로 아랍에미리트와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한국 업체들의 우수한 역량과 높은 열정, ENEC와 한전 등 숙련 기술자들의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꼽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관리 능력을 높이 샀다. 원전 건설 현장 인력이 약 60개국에서 파견될 만큼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데도 까다로운 절차를 준수하면서 안정적인 통솔로 건설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우리나라 원전 수출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엿봤다.
Q 현장에서 본 우리나라 원전 수출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원전 수출 시장을 말할 때 일반적으로 총 시장 규모로 접근하는데 분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국 무어사이드에 추진하고 있는 원전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과는 조건이 다르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사업은 수주와 동시에 수십조 원의 이득을 보고 발전하는 동안 지분을 확보해 투자 수익을 얻는 구조다. 반면 무어사이드 원전은 건설 단계에서부터 수주 업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함은 물론 수익조차 보장하지 않는다. 원전 수출 시장을 총 규모로 무턱대고 바라보기보다 사업 조건, 수익성과 리스크 등을 엄밀히 따져 선별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원전 도입에 관심을 보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또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에미리트와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바라카 원전이 귀감이 된 듯하다. 아랍에미리트의 대형 원전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는 중소형 원자로 건설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중소형 원자로 건설에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이유는 에너지 측면과 더불어 물이 부족한 중동 사막에서 담수화라는 부가적 효과 때문이다. 또 중소형 원자로는 에너지가 필요한 지역 근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어 중동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할 때 적합하다고 했다. 한편 요르단은 연구형 원자로에 관심을 보였다. 원자로로 암을 치료하는 동위원소를 생성해서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 요르단과 비발전 분야 협력도 가능하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주목할 만한 우수한 원전 건설, 운영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은 50년간 원전 노하우에서 쌓아온 것으로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아울러 고리 1호기 가동이 영구 중단되면서 해체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IA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영구 가동중지에 들어간 원전이 164기다. 노후 원전까지 더하면 폐로 시장은 더욱 커진다. 그만큼 원전 이용 국가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폐로 기술까지 확보한다면 원전의 건설·운영·폐로 기술을 모두 보유한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최초 수출 원전 건설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IAEA 회원국들이 확인했다. 원전이 건설 경쟁력뿐 아니라 안전과 수용성 등 종합적 경쟁력이 필요함을 다른 회원국과 공감하는 기회도 됐다. IAEA는 평화적이고 안전한 원자력 이용을 지향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 정책 역시 이러한 인식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진행될 것이다.

※ 문미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은 포항공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물리학에서 과학기술정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연구를 진행한 대표적 여성과학기술인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재임하다가 제20대 국회의원에 비례대표로 선출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원자력안전대책특별위원회, 과학기술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했으며, 지난 6월 문재인정부에 신설된 과학기술보좌관에 발탁됐다.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