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은 인간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기술 발달은 반려동물 가구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반려동물 CCTV, 스마트 화장실, 놀이기구까지 등장하면서 반려동물도 기술의 특혜를 입게 됐다. 지금 반려동물 가구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펫ICT 제품을 개발한 스타트업과 펫ICT 제품의 편리함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반려가족을 만났다.
반려동물 스마트 펫 케어 서비스 ‘볼레디’ 만든 박승곤 대표
“반려견 분리불안증, 스마트하게 해결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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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영상미디어
한때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동영상이 있다. 바로 ‘반려인이 집을 비운 뒤 강아지의 하루’라는 이름의 동영상이다. 주인이 현관문을 나설 때까지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던 강아지가 주인이 문 밖으로 사라진 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동영상의 내용처럼 강아지는 반려인과 헤어져 있는 동안 큰 상실감과 불안감을 겪는다. 실제로 많은 강아지가 분리불안장애를 겪고 있다. 분리불안을 겪은 강아지는 증세가 심화되면 작은 소리만 들려도 짖고 물건을 파손하거나 심한 경우 자학을 하는 등 통제가 어려워진다. 박승곤 대표는 분리불안에 시달리는 반려동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을 만들었다.
“볼레디는 충전만 하면 자동으로 공을 쏘아주고 먹이도 챙겨주는 스마트 펫 케어 제품이에요. 단순히 놀아주고 먹이를 주는 게 아니라 일종의 보상심리를 이용해 만들었어요. 볼레디가 쏜 공을 강아지가 물어다 제자리에 놓으면 10초 안에 먹이가 나와요. 그러면 강아지는 ‘공을 넣으면 맛있는 게 나오는구나’ 하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 반려인이 없어도 강아지가 혼자서 놀이도 하고 밥도 먹게 돼요. 주인이 없어도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매개체가 생기니까 반려견의 분리불안 증세를 완화할 수 있어요.”
엔지니어 출신인 박 대표는 볼레디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기간만 3년이 걸렸다고 했다. 제품 볼레디는 완성한 후에 박 대표가 집에서 기르는 두 강아지 ‘체리’, ‘베리’뿐 아니라 서른 마리가 넘는 반려견에게 1년간 테스트를 하고 난 뒤인 2016년에야 세상에 공개했다. 그리고 박 대표를 비롯한 볼레디 직원들의 노력이 무색하지 않게 반려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인기를 끌었다.
“저희는 볼레디를 시작으로 반려동물 헬스 케어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현재는 볼레디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반려동물용 CCTV, 자동배변처리장치 등 반려동물의 생활 전반과 관련한 제품을 시스템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고양이 스마트 화장실 ‘라비봇’ 만든 골골송작곡가 노태구 대표
“고양이와 사람이 기술로 소통하는 것이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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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태구 대표가 만든 고양이 스마트 화장실 ‘라비봇’ ⓒ조선뉴스프레스
노태구 골골송작곡가 대표는 ‘집사(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였다. 어느 날 갑자기 잘 지내던 고양이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고통스러워했다. 병원에 가니 ‘전염성 복막염’ 진단을 받았다. 전염성 복막염은 치사율이 높은 병이다. 아니나 다를까 2주 뒤 고양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함께 생활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친구를 잃은 상실감은 무척이나 컸다. 노 대표는 고양이는 다른 언어로 아프다는 말을 계속했을 텐데 알아차리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떠나간 뒤에도 마음이 쓰였다. 고양이들이 병으로 고생하지 않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찾아보다 고양이들이 비뇨기 계통 질병에 자주 노출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고양이 화장실을 기술로 해결하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라비봇’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게 화장실이에요. 고양이는 화장실을 잘 가리는 동물이지만 한 번 변을 볼 때마다 치우고 모래도 보충해줘야 해서 번거로움이 많았어요. 이런 번거로움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고양이의 비뇨기 질환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라비봇을 만들게 된 거죠.”
라비봇은 고양이와 집사 모두의 만족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자동화장실이기 때문에 배설물을 자동으로 치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고양이의 만족감도 생각했다. 고양이가 소음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제품이 작동할 때 내는 소리를 줄였다. 또 모래저장고를 따로 만들어서 필요할 때마다 바로 모래를 채울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관리 주기가 길어져 반려인이 장시간 집을 비워도 고양이가 화장실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게끔 설계됐다.
제품에 장점이 워낙 많다 보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라비봇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진행한 펀딩에서 시작한 지 40분 만에 준비된 수량이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오픈하자마자 라비봇을 구매하려는 집사들이 몰려 서버가 마비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만큼 고양이 화장실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반증이다.
“라비봇을 시작으로 반려동물의 헬스 케어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생산하고 싶어요. 사람과 고양이가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해서 와 닿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점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어요. 저희 회사 이름처럼 고양이가 기분 좋은 ‘골골송’을 낼 수 있을 만큼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SNS 스타 강아지 ‘두부’ 반려인 지상근 씨
“펫ICT 제품 세분화돼 반려동물 삶의 질 올라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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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근
모 금융그룹 TV 광고에 연예인 이훈과 함께 브라운관을 누빈 포메라니안 강아지를 기억하는가? 하얀 털을 흩날리며 그야말로 귀여움을 ‘뿜뿜’한 강아지 ‘두부’다. 올해로 세 살 반 정도 된 두부는 약 15만 팔로워를 거느린 SNS 스타다.
인기스타 두부를 키우는 ‘두부 아빠’ 지상근 씨는 두부에게 사랑을 넘치게 주기에도 24시간이 모자란 반려인이다. 지 씨가 남들이 보기에 과하다 싶을 만큼 애정을 쏟는 데는 이유가 있다. 두부는 생후 5개월 때 주인에게 버림받았다. 두부의 전 주인은 지 씨의 지인에게 잠시 맡아달라며 맡겨놓고는 찾으러 오지 않았다. 지인이 계속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지 씨가 두부를 맡기로 하고 집에 데려왔다. 지 씨가 ‘두부스타그램’을 시작한 것도 전 주인에게 두부가 얼마나 사랑받는 강아지가 됐는지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지 씨의 바람대로 두부는 아빠의 사랑도 모자라 15만 팔로워의 애정어린 ‘좋아요’를 받으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
요즘 지 씨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반려동물 전용 세탁기다. 반려동물이 전용 세탁기가 필요할까 싶지만 모르는 소리. 반려동물 제품은 강한 알칼리세제나 세탁기에 돌리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아서 따로 관리해야 한다. 요즘 지 씨가 사는 동네에 반려동물 전용 코스 세탁기가 있는 빨래방이 개점을 앞두고 있어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두부를 아끼는 마음만큼 두부에게 쏟는 애정도 크다. 요즘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날마다 산책을 한다. 강아지들이 좋아한다는 제품은 대부분 사용해본 편이다. 작년에 견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볼레디’, 두부의 건강을 바로바로 체크할 수 있는 ‘핏펫 어헤드’, 두부의 호흡기 건강과 털 날림을 방지하는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봤다.
“확실히 기술이 많이 발전됐다는 사실을 요즘 들어 체감하고 있어요. 펫 박람회가 열리면 꼬박꼬박 가는 편인데 갈 때마다 새로운 제품이 눈에 띄더라고요. 요즘은 반려동물 헬스 케어에 치중한 제품들이 대부분이에요. 동물은 아파도 주인이 걱정할까 봐 내색을 잘 안 해요. 그래서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건강을 체크해야 해요. 이제는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 꽤 나와 있어서 반갑죠.”
이전에 비해 반려동물을 위한 ICT 제품이 많이 등장했지만 지 씨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한 제품이 좀 더 세분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두부는 호흡기가 약해요.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사람에게도 해로운데 동물에게는 그 배로 해롭다고 하니까 걱정이죠. 또 강아지는 너무 과하게 흥분하거나 기뻐해서 심장이 약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반려동물의 심장이나 폐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펫ICT 제품도 나오면 좋을 것 같아요.”
반려동물 전용 소변검사 키트 만든 ‘핏펫’ 고정욱 대표
“핏펫으로 반려동물 질병 미리 예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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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영상미디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은 ‘건강’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아픈 것도 속상하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반려동물이라 한 번 병원에 갈 때마다 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려인들 사이에서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손이 떨린다는 소리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고정욱 핏펫 대표도 반려견 ‘제롬’이가 요로결석에 걸리면서 문제를 체감했다. 제롬이는 요로결석 때문에 수술을 받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고 대표는 미리 제롬이의 상태를 알았더라면 약물치료로 쉽게 병을 치료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들면서 반려동물 헬스 케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소변검사다. 소변검사는 기본적인 건강검진 방법 중 하나다. 비용이 저렴하고 질병을 세세하게 분류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고 대표는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수의사에게 자문을 구해 반려동물 역시 소변검사로 건강을 체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반려동물 헬스 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핏펫’은 그렇게 탄생했다.
핏펫에서 만든 반려동물 소변검사 키트 ‘핏펫 어헤드’는 사용법이 간단하다. 검사 날 아침 일찍 반려동물의 첫 소변을 받아서 키트 안에 들어 있는 소변검사 막대표에 묻힌다. 핏펫 애플리케이션으로 막대표를 촬영하면 각 항목별로 소변검사 결과를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처음 핏펫 어헤드를 사용하는 사람을 위한 핏펫 어헤드 스타터는 패키지 안에 샬레, 컵, 장갑, 파이펫 등 반려동물의 소변을 받을 때 필요한 도구와 소변검사 막대표와 비색표가 들어 있다. 스타터 키트는 하나당 1만 9900원. 동물병원에서 기본인 진료를 받을 때 드는 비용이 5만 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핏펫 어헤드는 강아지와 고양이 모두 사용할 수 있어요. 소변검사를 똑같이 한 다음 애플리케이션에서 고양이인지 강아지인지 선택을 하면 종에 따라 알고리즘을 다르게 사용해 건강상태를 분석하죠. 어헤드 시약막대에 소변을 묻혀 이를 통해 단백질, 아질산염, PH, 케톤 등 10가지 항목을 검출할 수 있어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당뇨병, 요로감염증, 신장결석, 탈수, 세균감염, 간질환, 단백뇨, 케톤뇨증, 빈혈 등 9가지 질병에 대한 이상 징후를 바로 확인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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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핏펫에서 만든 반려동물 소변검사 키트 ‘핏펫 어헤드’ ⓒC영상미디어
반려동물의 건강을 간편하고 저렴하게 체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핏펫 어헤드는 지난 2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론칭하자마자 목표 금액 200만 원을 1200퍼센트 초과 달성하는 결과를 얻었다. 와디즈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3월에는 정식 판매를 시작했고, 6월에는 일본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