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치매안심센터를 찾았다. 센터 하늘정원에서는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화분에 흙을 채우고 꽃을 심고 있었다. 꽃을 가꾸며 치매 관리를 병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들은 치료라고 느끼지 않아서인지,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듯 편안한 모습이었다. 치매안심센터는 환자 상태를 상담해 전문의료 기관을 소개해 주거나, 정도가 덜한 어르신의 경우 치매에 이르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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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안심센터 하늘정원에서 원예 프로그램을 하는 모습 ⓒC영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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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 화단을 가꾸며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어르신들과 직원들 ⓒC영상미디어
2016년 5월 수원시치매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개소한 영통구 치매안심센터는 현재 하루 평균 5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경증치매환자 인지 프로그램, 인공지능 로봇 치매 예방 프로그램, 기억청춘학교, 금메달 프로그램 등 치매 관리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75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인지장애·저하를 겪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치매인지강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치매는 진행성 질병이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지만, 현대 의학이 발전해 약물치료와 다양한 비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진행 속도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 조기에 발견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치매라고 하면 더럭 겁부터 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쉽게 치료시설을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하곤 한다. 그렇다 보니 이미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수원 영통구 치매안심센터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온돌방, 사랑방 등을 마련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치매 예방을 하고 있다. 남희숙 영통구보건소 보건행정과장은 “어르신들과 정서적 유대가 중요하다”며 “어르신들이 직원들을 가족처럼 여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치매환자의 경우 장기요양센터 등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단계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남 과장은 “치매는 진행성이면서 만성이다. 조기에 발견해서 치매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조기진단을 위해 노력 중이다. 상당수 치매환자들은 치매를 단순 건망증으로 이해한다. 치매안심센터에 따르면, 단순 건망증은 사건의 세세한 부분만 잊고 귀띔을 해주면 금방 기억하는 반면, 치매는 사건 전체를 잊어버리고 귀띔을 해줘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또 건망증은 기억력의 문제를 인정하고 메모 등으로 기억력을 보완하려 노력하지만 치매는 본인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그 결과 건망증은 다른 인지기능에 문제가 없고 일상생활에 지장도 없는 반면, 치매는 언어와 판단능력의 저하 또는 성격 변화를 동반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수원 영통구보건소는 양로원 등 어르신들이 많이 있는 곳을 직접방문해 현장에서 치매 진단을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해 본인과 가족에게 알리는 것이다. 또 치매지원센터에 거부감이 있는 어르신들이 쉽게 와서 자신의 상태를 알아보고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놀이터처럼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센터를 지향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치매 예방 프로그램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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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예방 인공지능 로봇 ⓒC영상미디어
영통구 치매안심센터가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인공지능 로봇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살펴본 인공지능 로봇은 그 존재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남 과장은 “어르신들이 로봇을 보고 많이 신기해한다”며 “로봇이 질문을 하는데 ‘참 잘했다’며 칭찬도 해주고 해서 어르신들의 프로그램 집중도가 높다”고 했다. 사람이 질문할 때는 잘 답변하지 못하면 어르신들이 창피해할 수 있는데, 로봇은 그럴 일이 없어 치료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 로봇은 현재 17개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 향후 개발을 계속해 프로그램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치매의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고통이다. 일단 부모의 기억력이 감퇴하기 시작하면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윤현성 치료사는 “가족들은 부모의 치매 진행 속도에 민감하다”며 “갑자기 가족이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 크게 당황하고 대처 방법을 몰라 힘들어한다”고 했다.
치매안심센터에는 ‘헤아림 가족교실’, ‘자조 동아리’ 등 치매환자 가족 모임도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정부가 치매 의료비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치매국가책임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더 많은 어르신이 치매안심센터의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본격화되면서 치매 어르신들을 치료하고 돌보고 있는 현장 직원들의 기대도 크다. 윤 치료사는 “과거 시에 하나밖에 없던 치료시설이 이제 모든 구에 생기게 됐다”며 “환자분들이 좀 더 여유롭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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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에게 치매 예방 교육을 받고 있는 참가자들 ⓒC영상미디어
치매국가책임제, 조기 진단과 예방에 큰 도움
이런 이유에서 센터는 보호자들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불러 치매 진행 속도를 설명하고 대처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센터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통해 더 많은 가족들에게 치매 대처 요령을 설명해 미리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매가 의심되면 즉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안심센터는 직업이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 상실이 오거나 익숙한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며, 언어 사용이 어려워지고,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며, 판단력이 감소해 그릇된 판단을 자주 하며, 기분이나 행동에 변화가 생기면서 성격까지 변한다면 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치매안심센터는 어떻게 운영될까. 윤 치료사는 “국가책임제를 통해 법이 만들어져 시설에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 전문인력들이 모여 치매 치료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환자와 가족들이 새로운 시설을 믿고 공감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센터 직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치매안심센터는 장기요양센터로 가는 중간 단계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전문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매 예방 수칙 3.3.3
3권
勸 즐길 것
●일주일에 세번 이상 걷기
●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
●부지런히 읽고 쓰기
3금
禁 참을 것
●술은 적게 마시기
●담배는 피우지 마세요
● 머리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기
3행
行 챙길 것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받기
● 가족·친구들과 자주 소통하기
●매년 치매 조기검진 받기
이정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