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자문특위)가 국민 의견 수렴 및 분과위 논의를 거친 헌법 개정 자문안을 3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자문안 보고와 함께 이루어진 오찬 자리에서 정해구 자문특위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헌법 자문안> 책자를 전달했다.
자문특위는 이번 개헌 자문안 마련을 위해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인터넷, SNS, 이메일, 우편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접수했으며 4개 권역별(수도·강원권, 충청권, 호남·제주권, 영남권) 숙의 토론회와 청소년·청년 숙의 토론회를 개최하고 전국 20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아울러 전국 16개 시·도에서 각종 토론회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헌법기관·정당 방문 및 주요 기관·학회·단체와 간담회를 통해 개헌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를 바탕으로 분과위에서는 ‘2박 3일 합숙토론’, ‘1박 2일 끝장토론’ 등 총 열일곱 차례의 회의를 진행하고, 네 차례 전체회의와 조문화 소위 등을 거쳐 대통령 개헌 자문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헌 자문안은 국민주권 실질화,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강화, 견제와 균형 내실화, 민생안정이라는 5대 원칙하에 국민들의 참여와 시대정신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아울러 최초로 헌법 표기를 한글화했으며 일본식 표기 어법 등을 우리 문법에 맞게 변경하고 헌법의 문장과 일상 생활언어를 가급적 일치시키기 위해 표준말 사용을 원칙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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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일 오전 서울시청 한화센터에서 열린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숙의형국민헌법 시민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기본권 확대, 지방분권, 직접민주주의, 국회와 대통령의 권한 조정 등 개헌 의제 토론에 귀 기울이고 있다. ⓒ연합
국민 의견 충분히 수렴한 자문안
자문안의 내용을 5대 원칙에 따라 살펴보면, 먼저 ‘국민주권’의 개헌이라는 점이다. 입법, 사법, 행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과정과 내용 모두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최우선으로 반영되는 나라를 만드는 헌법을 지향했다. 국민의 진정한 의사가 대의기구 구성에 올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강화하고,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했다.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관료적 법관에 의한 독점적 재판권을 견제하고 사법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성도 가졌다.
건강하고 품위 있는 생활이 보장되고, 안전과 생명이 존중되며, 차별 없는 공정사회를 이루어 사람이 먼저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본권을 강화’했다.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는 한편,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안전권 등을 신설하고, 정보사회에 맞는 권리를 제안했다. 사회통합과 정의 실현을 위해 차별 금지 사유를 확대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현존하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적극적 차별 해소 정책의 근거를 마련해 실질적 평등을 확대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천부인권적 성격을 갖는 권한을 기본권의 주체로서 확대하는 것도 이 항목에 해당한다.
세 번째 특징은 ‘자치분권 강화’ 개헌이다. 집권적 체제를 분권적으로 재편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바탕이 되는 주민 자치를 확대해 지방분권이 나라의 기본질서가 되는 헌법이다. 지방분권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질서임을 천명하기 위해 자치분권의 이념을 반영했고, 지방정부가 주민의 가치기관으로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입법, 재정, 조직 등의 자치권을 확대했다. 대의기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넣었다.
‘견제와 균형’의 측면에서 입법, 행정, 사법부의 권한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함으로써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헌법을 만들었다. 헌법기관 구성에 관한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법률안과 예산안 심사권을 실질화했으며,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되 대통령의 헌법기관 구성 권한을 축소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분산했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부 인사권을 축소, 조정하는 내용도 해당된다.
마지막 원칙은 ‘민생’ 개헌이다. 서민, 중산층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각종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내 삶을 책임지는 나라를 만드는 헌법을 담았다. 소상공인을 보호·육성하고, 양질의 생산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해 서민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내용이다.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대비한 사회보장을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국가의 노력 의무를 명시해 삶의 질을 제고했다.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토지의 특수성을 명시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국가 노력의 근거를 마련했다.

▶ 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헌법 자문안> 책자를 전달하고 있다. ⓒ청와대
문 대통령은 “개헌은 헌법 파괴와 국정농단에 맞서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외쳤던 촛불광장의 민심을 헌법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라며 “그러한 까닭에 이번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로 개헌을 하자는 것이 지난 대선 때 모든 정당, 모든 후보들이 함께했던 대국민 약속이었다”고 전했다.
6월 개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우리가 대통령 임기 기간 중 세 번의 전국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국력 낭비가 굉장하다”며 “개헌을 하면 선거를 두 번으로 줄이게 된다. 대통령과 지방정부가 함께 출범하고 총선이 중간평가 역할을 하는 선거 체제, 정신 체제가 마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법 개정 절차
헌법 개정은 현행 헌법에 규정된 헌법 개정 절차에 따라 발의, 공고, 국회 의결, 국민투표, 공포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1 발의
개헌안에 대한 발의는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할 수 있다. 헌법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 발의로 제안된다.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
2 공고
발의 이후 대통령은 20일 이상의 기간 동안 헌법개정안을 공고해야 한다.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대통령이 20일 이상의 기간 동안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3 국회 의결
국회 의결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하여야 하며, 국회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4 국민투표
국민투표는 국회 의결 후 30일 이내 이루어진다.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헌법개정안은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5 공포
국민투표로 확정된 개정안은 대통령이 즉시 공포해야 한다. 헌법개정안이 제2항의 찬성을 얻은 때에는 헌법개정은 확정되며, 대통령은 즉시 이를 공포하여야 한다.
임언영│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