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현재 1388조 원으로 GDP 대비 비율이 해외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또한 2007~2014년 연평균 60조 원 증가에 비해 2015~2016년은 연평균 129조 원이 늘어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는 가계 상환부담 증가로 이어져 소비와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에 정부는 10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리 상승 충격으로 취약계층의 부실화 등 단기적 위험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부채 규모를 안정화하는 구조개선을 담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내년부터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하는 등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한다. 또한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 고정·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모기지 상품을 출시하고, 부동산임대업자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대출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신 DTI 산정 방식을 시행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단계적으로 정착시키기로 했다.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김 부총리, 최종구금융위원장. ⓒ연합
다주택자 추가 대출 어려워져
신 DTI를 적용하면 다주택자가 대출 받을 수 있는 한도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신 DTI는 투자를 위한 부동산 매매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때 대출자가 이미 보유한 부채를 최대한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현재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존 대출의 경우 이자상환액만 반영하지만, 신 DTI는 기존 대출 원리금 상환액까지 더해 대출한도를 결정한다. 이렇게 되면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다주택자가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DTI 산정 시 만기를 제한한다. 주택담보대출을 한 건 받으면 DTI가 평균 30%를 넘기 때문에 한 건 이상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의 추가 대출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정부의 8·2 부동산대책에 따라 이미 지난 23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한 건 보유한 가구는 서울 강남 등 11개구와 세종 등 투기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서울 나머지 14개구와 과천시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DTI 30%를 적용받고, 조정대상지역에서는 DTI 40%를, 수도권에서는 50%를 적용 받는다. 전국적으로는 DTI 규제 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만 적용받고 있다.
생계형 자영업자 맞춤형 지원
이에 따라 다주택자의 ‘갭 투자’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갭 투자는 높은 전셋값에 편승, 적은 돈을 들여 전세를 끼고 집을 사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이 같은 규제는 수도권과 부산, 세종 등 청약 조정대상으로 분류된 지역에 내년 1월 중 우선 적용된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한도를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에서는 6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내리고, HUG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비율을 90%에서 80%로 추가 축소한다.
최근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에 대해서는 내년 3월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연간 임대소득이 이자비용을 확실히 초과하는지를 따지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도 도입해 대출 시 참고지표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같이 전방위로 대출을 압박하는 대신 상환능력이 부족한 취약가구나 생계형 자영업자 등은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현재 6~9% 수준인 연체 가산금리를 내리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자 안정을 위해 담보권 실행도 1년간 유예할 방침이다. 현재 대부업법 27.9%, 이자제한법 25%인 법정 최고금리는 인하하고, 내년 1월부터 실업·폐업 등 일시적 이유로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최대 3년간 원금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또한 중신용자의 부담 경감을 위해 1조 2000억 원 규모의 ‘해내리 대출’(가칭)을 출시하고, 저신용자를 위해서는 정책자금 및 대출보증(신용보증기금)을 통한 저리 대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몰라서 혜택을 못 받는 사례가 없도록 금융 상담 인프라를 확충해 채무조정·재무상담·복지서비스 등을 연계 지원하는 금융복지상담센터를 내년 1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가계부채 문제가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시간을 두고 꾸준히 추진해 점진적인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며 “차주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해 상환 부담을 덜어주고 재기 발판을 제공함으로써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서민 금융 상담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 서민 취약계층이 보다 더 쉽게 금융 상담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서민 금융 상담기관과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간 연계도 강화해 채무 조정과 함께 가능한 복지 서비스, 일자리 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