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생활 패턴과 주거환경이 변한다. 정책도 변화를 반영한다. 정부는 소득이 낮은 고령가구를 위해 공공주택 임대료 부담을 낮추고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고령층을 위해 홀몸노인 안심센서 등을 설치한다. 집안의 문턱을 제거하고 안전손잡이 설치도 지원한다. 소득이 없고 주택만 있는 고령자를 위한 ‘연금형 매입임대’도 도입한다.

▶ 공공실버주택에 사는 박창래(80) 씨는 안전시설 덕분에 좀 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아파트에는 복도·화장실 안전바, 비상벨, 세면대 높낮이 조절장치 등 고령층을 위한 시설이 설치돼 있다. ⓒ조선DB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65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2%를 차지한다. 고령층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은 2049년 65세 이상 인구를 1882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이 정도면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비율이다. 생애 단계별 맞춤형 주거지원에 고령층이 빠질 수 없는 이유다. 주거복지 로드맵은 어르신용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보유주택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화했다.
고령층은 은퇴를 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시기로 주거 부담을 낮추고 복지 서비스를 강화한 주거환경이 필요한 때이다. 고령층의 자가 점유율은 73.4%로 매우 높은 편이다. 보유자산 대부분이 주택인 경우로 개보수 수요가 많다. 자가 주택 없이 전·월세에 사는 고령층 임차가구의 부담은 어느 연령대보다 높다. 소득 수준이 낮은 고령층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32.6%에 이른다. 때문에 공공임대 수요가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보인다.
고령가구 대부분이 1~2인 가구로 구성돼 있는 점도 반영됐다. 응급상황 시 돌봐줄 사람이 없고 외로운 노년기를 보내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 복지 서비스와 연계한 정책을 마련했다.
저소득 고령층 영구임대·매입임대 1순위
정부는 65세 이상 저소득층 대상의 임대주택인 ‘어르신 공공임대’를 2022년까지 매년 1만 호씩 총 5만 호를 공급한다. 어르신 공공임대는 맞춤형 건설임대 3만 호와 매입·임차형 2만 호로 구성된다.
새로 지어 공급하는 건설임대는 문턱을 없애거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세면대를 설치하는 등 무장애 설계를 적용한다. 이 가운데 4000호는 지자체·NGO와 협력해 복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주택 1층에 복지시설을 설치하거나 복지시설·보건소 등과 가까운 곳에 건설하는 방식으로 물리치료, 문화생활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매입·임차형은 노후주택 등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재건축해 고령자를 위한 전세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노후주택을 리모델링·재건축하는 경우 청년 임대주택과 함께 공급하는 식으로 세대 간 통합을 도모한다. 집주인이 8년 이상 장기계약을 하면 고령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도 전세임대에 반영했다.
저소득 고령층을 위한 주거지원도 확대한다. 중위소득 50% 이하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는 영구임대·매입임대 시 1순위 입주자격을 부여 받는다. 현재 1순위는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한 부모 가정, 평균소득 70% 이하 장애인에 국한돼 있다.
주거약자용 주택에 거주하는 홀몸 어르신을 위해서는 안심센서를 설치, 건강 이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했다. 주거약자용 주택은 공공임대주택 중 장애인·고령자에게 5~8% 공급을 의무화하는 설계기준을 적용한 곳이다. 또 고령 입주자는 임대관리기관의 주기적인 안부전화를 받으며 생활상담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고령자 생활자금 마련할 ‘연금형 매입임대’
정부는 은퇴 후 소득이 낮은 고령가구를 위해 ‘연금형 매입임대’ 제도를 도입한다. LH, 주택금융공사 등이 고령자의 집을 사들여 리모델링·재건축을 하고, 청년·신혼부부·취약계층 가구에 공급하는 것이다. 집주인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고, 판매한 집을 연금식으로 분할 지급 받는 생활자금 지원 방안이다.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과는 주거형태 등에서 차이가 있다.
LH는 단독주택과 다세대 위주로 매입하는 ‘연금형 매입임대’를 실시할 방침이다. 집주인은 분할 지급기간을 10년, 20년 등으로 선택할 수 있다. 집주인 임대사업 대상자를 선정할 때 고령자가 소유한 주택이 우선 선정될 수 있게 가점을 부여할 계획이다. 임차인 선정 시에도 독거노인 등 고령층 주거약자를 우선한다.
고령 주거급여 수급 가구가 낡은 집을 수리할 수 있는 지원비도 늘린다. 고령층은 다수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개보수 수요도 높게 나타났다. 정부는 그동안 고령가구 시설조사를 통해 수선 유지비를 지원해왔다. 이번 로드맵은 가구 수선유지급여 금액을 50만 원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에 따라 문턱 제거, 욕실 안전손잡이 설치 등 고령층의 생활 편의시설이 확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경기 성남 위례지구에 위치한 공공실버주택은 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과 연결돼 있다. 복지관 내 물리치료실에서 지역주민들이 안마기 등을 이용하고 있다. ⓒ조선DB
“생활 맞춤형 편의시설 갖춘 공공실버주택, 노년에 얻은 복”

황순서(87)
경기 성남에 위치한 위례공공주택은 아파트 3503동 전체가 어르신을 위해 마련됐다. 어르신 맞춤형 ‘공공실버주택’이다. 입주자 대부분이 고령층 기초생활수급자, 국가유공자 등이다. 어르신을 위한 집답게 어르신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돋보인다.
우선 아파트 복도 전체에 안전바가 설치돼 있어 거동에 유용하다. 집안 현관에도 안전바가 있어 신발을 신고 벗을 때 넘어질 우려가 적다.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시설도 부착됐다. 화장실 세면대는 높낮이 조절이 된다. 거실과 화장실에는 비상벨이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벨을 누르면 관리사무소, 경비실, 복지관으로 연결된다. 1인 가구가 대부분인 입주자들은 어렵지 않게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이곳에 입주한 황순서 씨. 약 30㎡ 남짓의 작은 공간이지만, 그에게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황 씨는 이곳이 “노년에 얻은 복”이란다. 입주 전 그가 살던 곳은 전세금 3000만 원의 반지하 주택이었다. 집 앞에 놓인 정화조 냄새가 코를 찌르던 곳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외출 시 밀고 다니던 수레는 좁은 대문 사이에서 고장 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새로 생긴 보금자리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 병원, 은행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생활에 불편한 게 없다. 1층 현관은 성남위례종합사회복지관과 연결돼 있다. 복지관에 방문하면 물리치료, 건강 진단을 받을 수 있고 이웃들과 텃밭 가꾸기, 탁구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이야기도 나눠 외롭지 않다. 얼마 전 옆집 할머니가 아팠을 때는 휠체어에 태워 병원도 같이 갔을 만큼 서로를 돌봐준다.
황 씨가 매달 임대료로 내는 돈은 약 4만 원. 저렴한 가격에 볕이 드는 아파트에 살며 기분마저 밝아지는 걸 느낀다. 황 씨는 평생 아파트에 살아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50년간 이곳에 살아도 된다고 했는데 130살까지 살아야겠어요.”
고령층 지원방안
1 임대주택 5만 호 공급 무장애 설계, 복지 서비스 연계
2 연금형 매입임대 (LH) 고령자 주택 매입 매각>(고령자) 연금 + 임대주택
3 주택 개보수 지원 수선유지급여 추가 지원(50만 원)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