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에서 중요한 건 방향과 속도다.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의 방향은 원전의 단계적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산업의 보완이다. 다만 원전은 단계적으로 줄이는 한편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박차를 가하는 등 속도를 조절할 예정이다. 이제 민간의 에너지전환 참여 의지만 남았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현재 7%에서 2030년 20%로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원전이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자리를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늘려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2030년까지 20%는 다소 요원해 보일 수 있지만 13년간 1년에 2%씩 증가하는 셈이다. 14기의 노후 원전이 수명을 다하는 2038년이면 충분한 재생에너지 기반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2000년부터 2017년까지 17년간 재생에너지 비율을 6%에서 35%까지 끌어올렸다. 일본은 2010년 1% 내외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비율(수력 제외)이 5~6%까지 증가했다.
세계의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는 분명하다.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신규 발전용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5년은 재생에너지 측면에서 특별한 해다. 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용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 2016년에도 신규 설비는 증가했다. 21세기 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에 따르면 2016년 새로 설치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161GW(기가와트)로 전년대비 9% 상승하며 전체 신규 발전설비의 6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태양광이 47%로 가장 높았고, 풍력이 34%를 차지했다.
한편 REN21에서 발표한 2016년 기준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4.5%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7%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보다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욱이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 구성을 보면 수력 16.6%, 풍력 4.0%, 바이오 2.0%, 태양광 1.5%, 지열·태양열·해양 0.4%다. 그에 반해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폐기물 56.0%, 바이오 15.3%, 태양광 12.6%, 수력 7.0%, 풍력 4.1%, 연료전지 2.8%, 해양 1.2%, IGCC 0.9% 순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에서 폐기물, 바이오 중심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태양광, 풍력 등으로 전환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 소규모 분산형 발전 집중 지원
재생에너지 개발의 청신호는 지속적인 비용 하락이다. 핵심 요인은 생산력 증가다. 독일, 일본 등을 중심으로 보급이 증가하며 가격이 자연스레 내려가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16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2014년 세계의 태양광, 풍력의 1KWh(킬로와트시)당 발전단가는 각 140원, 90원에서 2020년 80원, 7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탄, 가스, 원자력 발전단가가 모두 상승할 거라 예측한 것과는 대조적이다(오른쪽 위 인포그래픽 참조). 이와 같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력 향상 역시 비용 하락의 주요 요인이다. 긍정적인 것은 우리나라 역시 기술 잠재력이 높다는 점이다. 기술력 제고는 태양광 모듈의 수명을 늘려 효율성을 높일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우리나라는 태양빛을 전기로 만드는 태양광 산업에서 승산이 있다. 실제로도 국내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물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기술 확보는 앞으로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앞서 제시한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다. 한국보다 일조량이 적은 편이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에 성공했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보다 산이 많은 지형이지만 10배 많은 태양광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지붕, 주차장, 유휴 공간 등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도시와 농촌 모든 곳에서 접근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성패의 핵심은 오직 자연환경만은 아님을 시사한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발전 의지’를 꼽는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 우선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마련하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자발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움직임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협동조합·시민 중심의 소규모 태양광 사업을 지원하고,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해 무분별한 개발을 제한함으로써 관계부처, 공공기관 협업을 통한 사업 발굴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체적 추진 방안은 올해 발표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반영된다.
기업 역시 세계적 흐름을 읽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2014년부터 구글, 페이스북, P&G, 아디다스, GM 등 글로벌 기업은 스스로 재생에너지 확산 운동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기업은 ‘RE 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을 펼치며 중장기적으로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인 참여를 시작했다. 아울러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BMW가 재생에너지 정책을 표방하자 협력 업체인 삼성 SDI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이에 대한 인식과 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참여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대된 나라들의 공통점은 국민의 수용성이 높았다는 점이다. 국민이 직접 전력 생산 과정을 목격하고 사용함으로써 거부감이 관심으로 바뀌었다. 또 개인 단위로 재생에너지 개발에 참여하다 보니 기존 전력회사의 대규모 집중형 전원 방식을 탈피해 소규모 분산형 전원이 이뤄졌다. 분산 전원은 장거리 송전망 건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과도 거뒀다.
한때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입니다’라는 광고 글귀가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 여전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대한민국. 에너지전환은 태양, 바람, 물 등을 활용해 우리 경제에도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세계적 흐름이며 국민적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다.

2018년도 예산안, 재생에너지 확대 의지 담다
정부는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고, 미세먼지 등의 이슈에 대응해 석탄·원전 중심에서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 확대를 2018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전환’ 분야 예산을 올해 1억 4122억 원에서 내년 1억 6570억 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농촌태양광 등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강화하고 주택·아파트·학교 등 자가용 태양광 보급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아울러 발전단가 저감과 효율성 향상을 위한 핵심기술개발 투자에 집중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에 489억 원, 스마트그리드에 425억 원, 에너지수요관리 핵심기술개발에 1858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초절전 발광다이오드(LED) 융합기술개발에도 신규 20억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기존 에너지산업을 지능화(스마트화), 고도화하고 이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도모해 맑은 공기와 안전한 사회 구현을 위한 에너지전환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