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5년간의 에너지 수급 전망과 설비 계획을 담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 안, 이하 8차 계획)이 마련됐다. 정부는 전력수급계획을 2년 단위로 발표한다. 이번 계획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통상에너지 소위원회에 보고됐으며 전력정책심의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8차 계획에서 강조된 사안은 환경성과 안전성이다. 그동안 수급 안정과 경제성 위주로 수립된 수급계획에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전기설비의 경제성, 환경 및 국민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전기사업법’ 제3조 개정 취지가 대폭 반영된 것이다.
또 발전소 건설을 우선 추진해 공급을 늘리기보다 수요 관리를 통해 수요 설정을 합리적으로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발전설비를 새로 건설할 때는 대규모 원전·석탄 일변도에서 벗어나 친환경·분산형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을 우선하기로 했다.

2030년 재생에너지 20%로 확대
8차 계획은 2030년 최대 전력수요를 100.5GW로 전망했다. 2015년 발표한 7차 계획 113.2GW보다 12.7GW, 약 11% 감소한 수치다. 여기에는 전력수요 전망의 일관성을 위해 7차 계획 당시 사용한 전력패널 모형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GDP 예측치가 활용됐다. 8차 계획은 수요관리를 통해 13.2GW를 감소하고 전기차 확산 효과로 0.3GW가 증가하는 등의 상황이 반영됐다.
정부는 최대 전력수요 100.5GW의 12.3%인 14.2GW를 수요관리로 감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가용 태양광을 활성화하고 기업이 절약한 전기에 보조금을 받는 수요자원 거래시장(DR)을 마련한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스마트공장을 2022년 2만 개로 확산하고 스마트계량기(AMI)를 2020년 2250만 가구에 보급하는 등의 성과가 가시화된다.
정부가 설정한 적정 설비예비율은 22%다. 이에 따라 2030년 최대 전력수요 100.5GW 대비 적정 설비용량은 122.6GW가 된다. 기존 설비계획에 따라 2030년 확보한 118.3GW 외에 22%의 설비예비율을 채우기 위해서는 신규로 4.3GW가 필요하다. 추가로 필요한 설비는 LNG발전 3.2GW와 양수발전 2GW로 충당할 계획이다.
원전은 현재 24기 22.5GW에서 2030년 18기 20.4GW로 줄어든다. 신규 원전 6기 건설은 중단되고 노후 10기의 수명연장도 금지된다. 이 과정에서 월성 1호기는 2018년부터 발전설비에서 조기 제외된다. 원전설비 현황조사 결과 전력수급에 기여도가 불확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경제성,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폐쇄시기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전원믹스에는 큰 변화를 예고해 발전원별 비중이 조정될 예정이다. 우선 2017년 현재 50.9%를 차지하는 원전·석탄의 설비용량 비중이 2030년 34.7% 수준으로 감소한다. 반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17년 9.7%에서 2030년 33.7%로 약 3.5배 대폭 늘어난다. 정부는 2030년 이후에도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의 설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발전량 기준의 비중은 2030년 석탄 36.1%, 원전 23.9%, 신재생 20.0%, LNG 18.8%가 된다. 2017년 대비 원전·석탄 발전의 합은 총 15.6%p 감소하는 대신 신재생·LNG 발전의 합은 15.7%p 증가한다. 분산형 전원의 발전량 비중도 현재 약 11% 수준에서 2030년까지 18.4% 수준이 된다.
재생에너지 계통 접속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배전선로, 변압기 등 송변전 인프라가 확충된다. 지역별로 재생에너지 계통에 접속할 수 있는 여유 용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생에너지를 실시간 감시·예측·제어하는 ‘종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한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계획단계부터 계통 수용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계획입지제도와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예정 입지에 선제적으로 송·변전설비를 건설하고 분산형 소규모 변전소 도입을 위한 전압 신설 등도 추진한다.

전기 요금 인상 연평균 1%대 불과
정부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예비율이 2022년 31.4%까지 상승하며 2026년까지 지속적으로 22% 이상을 유지하는 등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2027년부터도 신규 설비를 5GW 건설해 22%의 설비예비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선제적 투자는 추진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의 기술·가격 등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발전단가 하락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분도 거의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 전기 요금 대비 2022년 1.3% 인상되며, 10.9% 인상되는 2030년 요금 수준이 과거 13년간 연료비와 물가 요인을 제외한 실질 전기요금 상승률인 13.9%보다 낮다는 평가다. 아울러 2022~2030년 연평균 요금이 1.1~1.3% 오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평균 610~720원 오르는 셈이다.
한편 8차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발전 부분 미세먼지는 2017년 3만 4000톤에서 2030년 1만 3000톤으로 62%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노후석탄을 조기 폐지하고 30년 이상 노후석탄의 봄철 가동을 중단한 효과에 석탄발전의 환경설비 투자와 석탄발전을 LNG로 전환하는 등의 정책이 종합된 결과다.
온실가스 배출은 2030년 발전 부문의 기존 배출 목표인 2억 5800만 톤을 넘어 2억 3700만 톤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석탄·원전의 발전량 감소분을 재생에너지가 대체하고 화력발전의 성능이 개선되는 데 따른 것이다.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