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조류인플루엔자(AI) 종식 선언 두 달 만에 AI가 재발했다. 6월 2일 제주에서 첫 신고가 접수된 이후 닷새 만에 전국 10개 시군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위기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6월 7일 오후 8시 기준, AI 의심 건 가운데 5건이 H5N8형 고병원성 AI로 추가 확진됐다. 이날 확진 판정이 나온 곳은 제주(1농장), 경남 양산(1농장), 울산(3농장) 등 5건이다. 이에 따라 6월 8일 현재까지 확진 지역은 제주(3농장), 전북 군산(1농장), 경기 파주(1농장), 부산 기장군(1농장), 경남 양산(1농장), 울산(3농장) 등 6개 시도 총 10개 농가다.
게다가 같은 날 AI 의심 건 3건(부산 기장 1건, 전북 전주 1건, 전북 임실 1건)이 추가로 발생했다. 부산 기장군과 전북 전주시 농가는 간이키트 양성이며 전북 임실군 농가는 H5형까지 확인됐다. 정부는 현재 이들 농가에 대해 세부 유형 및 고병원성 여부 등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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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두 달 만에 재발하면서 정부는 방역 작업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5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갈곡리의 한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가 농가 출입을 통제하며 방역 작업을 하는 모습. ⓒ뉴시스
이동제한, 출입통제, 위반조치 강화 등 강력 대응
지난 6월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AI 방역대책 추진 상황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보고된 대책이 의례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후 “바이러스 변종이 토착화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기존의 관성적인 문제 해결 방식에서 벗어나 근원적 해결 방식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무총리를 컨트롤타워로 해 완전 종료 시까지 비상체제를 유지하면서 근본적인 해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있다.
연이어 AI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AI 긴급행동지침을 발령하고 이동제한, 출입통제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우선 AI 전파와 확산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6월 7일 ‘전국 일시 이동 중지’가 해제되는 즉시, 6월 8일 0시부터 전북·제주 등 AI 발생 지역에서 비(非)발생 지역으로의 닭·오리 등 가금류 반출을 제한했다. 이번 반출 제한 조치의 적용 지역, 조치 기간, 조치 대상 등은 다음과 같다.
적용 지역은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확산 위험이 큰 전북도와 제주도 전체, 경기 파주시, 경남 양산시, 부산 기장군이다. 추가로 고병원성이 확진되면 해당 지역도 포함된다. 이는 별도 해제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이어진다.
반출 제한 조치 대상은 닭·오리 등 가금류다. 다만 농가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축장 출하, 부화장 초생추 분양 등 부득이하게 이동해야 하는 경우 방역 당국의 방역 조치 조건을 준수하는 조건과 승인하에 이뤄질 수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가축전염병예방법 제57조 벌칙 조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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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월 7일 오전 제주시 축산진흥원 내 축사시설 3개 동에서 제주 재래닭 572마리의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다. 2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6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I 상황 점검 및 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위기경보 즉각 상향 조치 등 발생 직후 초기 대응에 전력
정부는 지난 6월 2일 첫 신고 접수 직후부터 AI 확산 방지를 위해 즉각적인 방역 조치를 펼쳐왔다. 우선 위기경보 단계를 신속히 상향했다. 6월 2일 ‘관심’에서 ‘주의’로, 6월 4일 ‘주의’에서 ‘경계’로 올렸다 6월 7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또 H5형 검출만으로도 관계 기관에 곧바로 상황을 전달하고 공유해 범정부 방역대책회의 등을 통한 체계적 방역시스템을 운영하고, AI 의심 농가 역학관계를 신속히 파악해 예방적 살처분 등 발 빠른 초동방역이 가능한 여건을 마련했다. 실제로 위기경보를 최초 의심 신고 후 이틀 만에 ‘경계’로 상향(6월 4일)한 당시, 의심축 발생 농가와 500m 내 가금류 및 역학 농가는 24시간 내 살처분을 완료하고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여기에 파견한 초등대응팀, 역학조사팀, 특별방역팀은 이동통제 및 시군 초기방역 조치 등을 지원했다. 제주 지역의 경우 6월 2일 24시부터 타 시도로의 모든 가금류 반출을 제한하고 공항만 소독 및 방역을 강화했다.
발생 지역에 대한 조치뿐만이 아니다. AI 의심축 발생 농장과 역학 관련 농장에 대한 예방 살처분도 실시했다. 더불어 발생 농장 방역대 설정, 통제초소 설치, 이동제한 및 소독 조치까지 완료했다. 이에 6월 4일 18시 이전에 확인된 농장의 2550여 두, 6월 4일 18시 이후 추가로 확인된 농장의 590여 두를 예방적으로 살처분했다. 또 AI 관련 4개 지역 현장방역 상황점검(6월 4일)을 실시하고, 필요시 즉각 투입이 가능하도록 방역지원본부에 살처분 지원 인력을 편성하기도 했다.
6월 5일부터는 전국 전통시장 및 가든형 식당의 살아 있는 닭 등 가금 거래도 금지했다. 매주 수요일 전통시장 및 가든형 시장의 살아 있는 닭 등 가금류 거래 금지 이행 여부 점검을 위한 중앙·지자체 특별점검반을 운영한다. 한편 전통시장 및 가든형 식당의 살아 있는 닭 거래 금지와 반출제한으로 입을 수 있는 관련 가축거래 상인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희망하는 경우 수매와 함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AI 전파 위험도가 높은 지자체인 경기도(남양주시·안성시·포천시·파주시), 전라북도(군산시·김제시·부안군·정읍시), 충청남도(계룡시·금산군·논산시·보령시·홍성군), 충청북도(청주시), 제주특별자치도(제주·서귀포시), 부산(기장군) 등 5개 시도, 17개 시군 관내 소규모 사육 농가(100수 미만)의 도태·수매 조치를 지시했다.
더불어 소규모 취약 농가의 방역관리를 강화했다. 6월 1일부터 30일까지 농식품부, 검역본부, 농협 등으로 구성된 중앙점검반(500개 조 1030명)이 축산업 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하지 않아 AI에 취약한 가금농장(2115개)을 점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전국 지자체에서 100수 미만 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도 수매·도태를 추진한다.
산란계·육계·육용오리 등 일반 전업 농가로 확산되지 않도록 재래시장 등을 통해 소규모로 유통되는 특수가금(오골계, 토종닭 등) 농가에 지자체별 전담 공무원을 지정하고 점검하도록 실시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점검은 6월 1일부터 평시방역으로 전환했지만 365일 상시방역체계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실시했다”면서 “7월 이후에도 지속적인 점검으로 상시방역체계가 구축 및 운영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AI를 은폐하거나 신고를 지연한 농가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제재 조치를 가할 것이다. 가축전염법예방법을 개정해 제재 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며 축산법을 개정해 등록 가축거래 상인에 대한 벌칙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전국 가금 농가를 일제히 소독하고 취약 농가를 집중 점검할 것이며, AI 발생 은폐 및 신고 지연 농가에 대해서는 고발 등을 통해 필요 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