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을 계기로 정부가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범죄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밝혔다. 지난 3월 8일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고용노동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에는 성희롱·성폭력 신고·감독 및 권리구제 강화 방안이 담겨 있다. 고용노동부는 누리집(www.moel.go.kr)에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시스템을 개설해 운영한다. 이 누리집에 익명의 신고만으로도 행정지도에 착수해 피해자의 신분 노출 없이 소속 사업장에 대한 예방 차원의 지도와 감독이 가능하도록 한다.
성폭력 조직적 방조와 2차 피해도 처벌

▶ 지난 3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
표하고 있다. ⓒ뉴시스
성폭력 사건이 은폐되거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에게 관련 사안을 직접 보고하는 시스템을 확산하고, 고용평등상담실의 전문 인력을 통해 성희롱 심층상담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올해 47명의 남녀고용평등 업무 전담 근로감독관을 배치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집중 감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외국인 여성노동자의 성희롱 피해 예방을 위해 외국인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중점검도 실시한다. 사업주의 성희롱 행위와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 미조치 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징역형까지 처할 수 있게 처벌 강화도 검토한다. 10~29인 규모의 영세사업장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내실화를 위해 직장 내 성희롱 무료교육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성희롱·성폭력 특별 조사·신고 및 대응체계 강화 방안도 발표됐다. 문화예술 분야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민간 전문가 등 10명 내외로 구성된 ‘특별조사단’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신고상담센터’를 100일간 운영한다. 특별조사단은 사건조사와 실태조사를 통한 피해자 구제와 가해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다. 또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특별신고상담센터와 연계할 계획이다.
특별신고상담센터는 피해자 상담부터 신고, 소송 지원, 치유회복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한다. 피해 사례를 경찰이나 특별조사단과 연계해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관련 기관에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및 가해자 징계 조치를 요청한다. 문화예술계 피해자의 특수성을 반영해 예술치료 등 심리치료와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업계 이해도가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심리치료를 제공하는 해바라기센터에 배치하기로 했다. 또 문화예술계와 연예계, 체육계 등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성폭력·성희롱 사건 대응 지침’도 제작·배포한다.
성희롱·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제재도 강화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성폭력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가해자는 보조금 등 공적 지원에서 배제하도록 올해 상반기 중에 국고보조금 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다. 성폭력 사건이 벌어진 단체에서 사건의 조직적 방임, 조력, 사건 은폐, 2차 피해 등이 파악되면 행정감사를 실시하고 수사기관에도 고발할 계획이다.
정부는 문화예술계와 영화계, 출판, 대중문화 산업(음악, 만화, 이야기 산업, 패션 산업 등), 체육 등 5개 분야의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도 진행한다. 심층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피해 사례는 특별조사단과 연계해 신고 및 피해자 지원 절차를 진행한다. 아울러 예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 침해행위 구제 등을 위해 가칭 ‘예술가의 권익 보장에 관한 법률’ 같은 별도의 법률을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간호협회 인권센터와 의사협회의 신고센터를 통해 의사 선후배 간, 의사·간호사 간 벌어지는 성희롱·성폭력 신고 접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전공의법을 개정해 수련병원의 전공의 성폭력 예방과 대응 의무 규정을 올해 중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수련환경평가 등을 통해 전공의가 피해자인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2차 피해 발생 등 해당 의료기관의 부적절한 대응이 확인되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나아가 의료질평가지원금을 감액하는 등 제재도 가할 수 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정부는 성폭력 피해자를 밀착 보호하고 피해 회복 지원도 강화하게 된다. 특히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 사실 진술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무고죄를 악용한 가해자의 협박·손해배상 요구 등에 대한 민·형사상 무료 법률 지원 계획을 밝혔다. 또 피해 상담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해고 등 2차 피해가 확인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 성폭력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성인이 될 때까지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성폭력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접촉은 원칙적으로 여성경찰관이 전담한다. 또 피해자 신분 노출 방지를 위해 경찰의 직권 또는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조서에 실명 대신 가명을 기재하는 가명조서를 활용하게 된다.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상의 악성 댓글도 사이버수사 등으로 적극 대응한다.
정부는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적극 수사해 가해자를 처벌하겠다는 점도 밝혔다. 고용과 업무 관계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건 처리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업무상 위계와 위력 간음죄의 법정형을 징역 10년 이하·벌금 5000만 원 이하로, 추행죄의 법정형은 징역 5년 이하·벌금 3000만 원 이하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법정형이 상향될 경우 공소시효도 업무상 위계와 위력 간음죄의 경우 현재 7년에서 10년으로, 추행죄의 경우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협의회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관련 법률 10개를 제·개정하고 행정조치는 조속히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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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 8일 개소
여성가족부는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3월 8일 개소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설치된 ‘특별신고센터’는 직장 내부 절차에 따른 피해 신고를 주저해온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신고할 수 있다.
센터는 3월 8일부터 6월 15일까지 100일간 운영된다. 센터에 접수된 사건은 신고자와 상담 후 국가인권위원회, 고용노동부, 감사원, 소속기관 및 주무관청 등에 사건에 대한 조치를 요청하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 요청 등을 진행해 신고한 피해자가 기관 내에서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으면서 사건이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센터 인력은 관련 단체·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피해신고는 전화상담(02-735-7544), 비공개 온라인 게시판(www.stop.or.kr), 등기우편접수(주소│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로 50 센트럴플레이스 3층 특별신고센터) 모두 가능하다.
신고센터 적용 대상기관은 국가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등 4946개 기관이며, 피해자뿐 아니라 대리인도 신고할 수 있다.
성폭력 피해 신고 단계부터 수사, 소송 진행, 피해 회복까지 여성가족부의 모든 지원 서비스는 ‘여성긴급전화 1366’ 또는 ‘성폭력피해상담소’를 통해 상세하게 안내받을 수 있다.
조동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