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서 사는 여성이 꼽는 사회 불안 요인은 무엇일까? 지난 6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의 37.3%가 범죄 발생을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 여성 중 약 40%가 스스로를 폭력에 노출된 상태로 여기고 있는 것. 이런 불안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여성긴급전화 1366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폭력’이라고 하면 으레 신체에 가해지는 고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가해지는 고통도 폭력에 속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통화, 메시지 내역을 검색한다거나, 옷차림을 단속한다거나, 화가 나면 문을 세게 닫거나 고함을 치는 것도 폭력의 일종이다. 정서적 폭력의 경우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널 사랑하기 때문”이란 말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들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그릇된 사랑 때문에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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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1366 중앙센터. 1366은 연중무휴 24시간 동안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C영상미디어
1366은 다양한 폭력에 노출된 여성을 돕는다.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디지털 성폭력, 성희롱 등 다양한 문제 상황에 처한 여성이 1366에 전화를 건다. 1366은 내담자(상담을 받는 사람)의 상황에 맞춰 상담과 긴급보호,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긴급보호는 내담자가 폭력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 하는 상황일 때 1366 사무실에 있는 대피소에서 내담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긴급보호 이외의 경우는 상담 내용에 따라 가정폭력, 성폭력 등 전문 상담소로 이관하고, 피해 상황이 심각하면 보호시설의 돌봄을 받는다. 1366은 응급실, 상담소는 외래진료소, 보호시설은 입원실이라고 보면 된다. 폭력을 당한 여성은 이 트라이앵글 체제 속에서 안전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때에 따라 경찰이 개입하기도 한다.
상담 내용 중 가정폭력이 가장 많아
1366에는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전화를 걸어오는 여성이 많다. 지난 2016년 11월 25일부터 2017년 7월 31일까지 1366에 걸려온 상담 건수 2809건 중 가정폭력이 1715건으로 성폭력(504건), 데이트 폭력(346건) 등 다른 상담 내용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가정폭력은 부부의 문제를 넘어서 가정에서 보호받아야 할 아이까지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아이를 학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폭력적인 아버지와 매 맞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적일 수 없다. 때문에 아이를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상황에 맞서야 한다.
폭력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1366이나 다른 상담기관에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려야 구조를 받을 수 있다. 만일 자신이 폭력 상황에 처해 있다면 피해자가 누릴 수 있는 권리,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그 후의 문제다. 그나마 낙관적인 점은 폭력 피해자의 주변인이 대신 전화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 증가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1366 중앙센터의 이인숙 선임상담원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피해자 지원 체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제도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꼭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전했다.
가정폭력 감수성 체크리스트
> 가족에게 신체적·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주는 행위는 가정폭력이다.
> 가정폭력은 집안일이 아닌 사회적 문제다.
> 가정폭력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 가족이 아니더라도 가정폭력을 알게 되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 가정폭력을 신고받은 경찰은 즉시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 배우자를 학대하는 것은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 가정폭력 피해자는 1366에서 24시간 언제나 상담받을 수 있다.
> 가정폭력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 사랑이라는 이유로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
> 앞으로 가정폭력 예방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
0~4개 여성폭력 예방 정보를 다시 확인하세요.
5~7개 조금만 더 노력해서 감수성 100점에 도전해봐요.
8~10개 주변 사람에게 가정폭력 예방 메시지를 전달해주세요.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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