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자리-분배-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조세 지원 제도를 일자리 중심으로 바꿨다.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에 동참할 수 있도록 투자와 관계없이 고용만 늘려도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쪽으로 제도를 신설하거나 재손질했다.
정부는 8월 2일 2017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법률개정안(국세기본법 등)을 입법예고 및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9월 1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과표 3억~5억 원의 고소득자 구간을 신설하고 현행 적용하던 세율 38%에서 2%포인트 올린 40%를 적용한다. 또한 5억 원을 초과하는 초고소득자에 대해서는 현행 40%에서 2%포인트 인상한 42%의 세율을 부과하기로 했다. 법인세 과표구간에서는 2000억 원 이상 법인의 경우 현행 22%에서 3%포인트 올린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가계와 기업, 가계 간 소득 격차가 커지는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기반을 넓혀 서민·중산층으로 혜택이 흘러가도록 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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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가운데)이 7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민·중산층 소득 향상 세제 지원
올해 세법개정안의 큰 틀은 가계의 소득을 높여 소비를 유도해 ‘성장 주체’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거비, 의료비 등 핵심 생계비를 덜어주면서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세제 지원 방안이 마련됐다.
우선 일하는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근로장려금 지급액을 최대 230만 원(맞벌이 기준)에서 250만 원까지 올린다.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 평균 소득이 지난해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전년에 비해 감소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적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외국인 한부모 가구에 대해 근로·자녀장려금을 지급하고, 장애인은 단독가구인 경우에도 연령 제한(30세 이상)을 받지 않도록 했다.
월세 임대가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서민 근로자의 주거비 부담도 덜어준다. 총급여액이 7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가 지급한 월세액(연간 750만 원 한도)의 10%를 세액공제해주던 것을 12%로 올렸다. 매월 50만 원씩 월세로 지출했을 때, 내년부터는 72만 원(현 60만 원)을 세액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중증질환 등 건강보험산정특례자가 지급한 의료비를 한도(700만 원) 없이 전액 공제받을 수 있는 의료비로 포함했다. 성실사업자의 난임시술비에 대한 의료비 세액공제율도 15%에서 20%로 인상했다.
내년부터 0~5세에 대해 월 10만 원을 지급하는 보편적 아동수당과 자녀 지원 세제를 최대한 중복해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본공제(150만 원)는 필요경비 성격, 자녀장려금은 저소득층 지원, 출산·입양 세액공제는 출산 지원인 점을 감안해서다.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1세대 1주택 판정 시 세대원이 5년 이상 운영한 가정 어린이집의 경우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지정기부금단체에 어린이집을 추가한다. 또 영·유아용 기저귀, 분유에 대한 부가세 면제 적용 기한을 2020년까지 확대한다.
전통시장 소비 촉진을 위해 전통시장 사용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30%에서 40%로 올리고,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자의 도서 구입비·공연비 지출에 대해 공제율을 30%(현 15%)로 인상하면서 100만 원 한도 내에서 공제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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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중심으로 바뀐 조세 지원 제도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수록 세제 혜택이 더 돌아가도록 조세 지원 제도를 전면 손질했다. 그간 투자와 연계한 고용 간접지원책을 하나로 묶었다. 투자·고용을 동시에 하는 경우 투자 금액의 3~8%를 공제해주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청년 정규직을 고용했을 때 최대 1000만 원까지 공제받는 ‘청년고용증대세제’를 합쳐 ‘고용증대세제’를 새로 만들었다.
새 제도에 따라 투자가 없더라도 고용 증가 인원 한 명당 일정 금액이 공제된다. 이에 따라 청년을 고용한 중소기업의 경우 2년간 2000만 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근로 취약계층인 경력단절여성을 재고용했을 때 2년간 인건비의 10%를 세액공제해주던 것을 앞으로는 30%(일몰 3년 연장)까지 올리고 적용 대상도 중견기업까지 넓힌다.
근로소득증대세제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중·저소득 근로자의 임금 증가를 유도하도록 고쳤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직전 3년 평균 임금 증가율을 초과하는 임금 증가분에 대해 10%(대기업 5%) 범위에서 세액공제됐는데 이를 20%로 올린다.
또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70%) 제도의 적용 기간을 취업 후 3년간에서 5년간으로 확대한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중소기업의 세액공제율도 7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올린다.
중·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고용·임금 증가의 유인책으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옛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신설,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임금 증가분 가중치를 두 배 올리고 임금 증가분 계산 시 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범위를 총급여 7000만 원 미만으로 낮췄다.
창업·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기반 확충도 지원한다. 우선 창업 중소기업 세액 감면 시 고용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창업 2년 차부터 전년 대비 고용 증가율의 1/2을 추가로 감면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신성장 서비스 업종에 대한 감면율은 3년간 75%, 이후 2년간 50%로 상향 조정한다. 벤처기업 등에 대한 세제 지원도 확대한다. 창업 3년 이내 기술신용보증평가 우수기업,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하는 창업 7년 이내 기술 우수기업에 대해 종합소득 금액의 50% 한도에서 투자 금액의 30~100%까지 소득공제해준다. 벤처기업 출자에 대한 과세특례와 증권거래세 면제 적용 기한을 2017년에서 2020년까지로 확대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용·연구개발(R&D)을 많이 하는 기업에 지원이 확대되도록 중소기업 지원 세제도 고쳤다. 고용증대세제, 사회보험료세액공제와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 간 중복 지원을 허용하고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 지출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 30%에서 40%로 인상했다.
실패한 자영업자, 벤처 창업자에 대한 납세 의무도 낮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심사를 거쳐 1인당 3000만 원 한도에서 체납세금 납부 의무를 소멸시키며,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재창업자금을 융자받고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따라 성실경영 평가를 받아 성실경영으로 인정되면 5000만 원 미만의 체납액을 징수 유예 혹은 체납처분 유예한다.
정부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세입 기반을 지속적으로 넓히는 조치도 마련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금액을 ‘2000억 원 초과’로 고치고 여기에 25%의 세율을 매긴다. 개정 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은 129개로, 이러한 기업으로부터 연간 2조6000억 원가량의 세수를 더 거둔다.
매출액 대비 R&D 실적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제공되던 대기업의 일반 R&D 당기분 기본공제율 1%를 폐지했다. 다른 투자세액공제 제도와의 형평성을 감안해 대기업이 적용받는 생산성향상시설, 안전설비, 환경보전시설 투자세액 공제율을 현 3%에서 1%로 낮췄다.
고배당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한 세제 지원(9% 원천징수, 종합과세자 5% 세액공제) 제도인 ‘배당소득증대세제’는 올해 말로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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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증대 효과 5년간 5조 5000억
정책 목적을 달성했거나 실효성이 없는 조세 지출을 줄여 재정을 늘린다. 전자신고가 정착 단계(신고율 90~99%)에 있는 점을 감안해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를 현 세무대리인 400만 원(법인 1000만 원)에서 200만 원(500만 원)으로 절반이나 깎았다. 임대주택 부동산투자 회사의 현물출자자에 대한 과세특례도 종료한다.
성실신고확인제도의 적용 대상도 확대한다. 정부는 소규모 법인에 대한 세원 관리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성실신고 확인 대상에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법인을 넣었다.
10만 원 이상 현금 거래 시 소비자의 요구가 없어도 의무적으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하는 사업자에 악기 소매업, 자전거 소매업·기타 운송장비 소매업, 골프연습장 운영업 등 3곳을 추가했다.
체납이 많은 유흥주점업 등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결제 금액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신용카드사가 대리 납부하는 제도도 새로 만들었다. 신용카드사가 유흥업소 카드 매출액(봉사료 제외)의 4%를 미리 떼어 국세청에 대신 납부하는 방식으로 2019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세법 개정의 영향으로 세수 증대 효과는 5년(2018~2020년)간 5조 4651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자·대기업의 세 부담은 6조 2683억 원으로 추정된다. 법인·소득세의 명목세율 조정, 발전용 유연탄 세율 조정, 주식 양도소득세율 조정, 투자세액공제 축소 등에 따른 결과다. 고소득자의 세 부담은 2조 5700억 원인데, 이 중 1조 800억 원가량이 소득세 최고세율을 조정하면서 발생하는 세수 효과다.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세율 조정과 상속·증여세 신고 세액공제 축소로 각각 4000억 원, 1400억 원의 세수가 더 거둬질 전망이다.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 신설(2조 5500억 원), 대기업R&D세액공제·설비투자세액공제 축소(5700억 원), 발전용 유연탄 개별 소비세율 조정(5700억 원) 등의 조치로 대기업의 세 부담은 약 3조 7000억 원으로 분석되고 있다. 추가 증세로 더 걷히는 세금이 6조 원을 넘어서지만 확보된 재원으로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때문에 세수 총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고용증대세제 신설, 근로·자녀장려금 지급 확대,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기간 확대, 중소기업 지원 체계 개편 등 세법이 손질되면서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오히려 8167억 원가량이 줄어든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2일 “세법개정안과 관련,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고착화, 일자리-분배-성장의 선순환 고리 약화 등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및 재정 정책 방향에 맞춰 조세정책도 적극적으로 운영해나가고자 한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이 갈 수 있도록 현행 조세 지원 제도를 일자리 중심으로 전면 재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답으로 보는 2017 세법개정안
Q 올해 세법 개정의 기본 방향은?
A 일자리 창출, 소득재분배, 세입 기반 확충에 역점을 두고 추진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현행 조세 지원 제도를 일자리 중심으로 전면 재편하는 것이다. 소득 재분배 개선을 위해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는 강화한 반면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은 축소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또 재정의 적극적 역할 수행을 위한 세입 기반 확충을 추진한다.
Q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세제 지원은?
A 최근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되고 청년·여성 등의 취업이 어려운 가운데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 고용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세제 지원 제도를 일자리 중심으로 재설계해 일자리 수를 늘리고 임금 증가, 정규직 전환, 상생협력 등의 지원을 통해 일자리의 질을 향상할 계획이다. 여기에 창업·벤처 활성화 등을 지원해 일자리 기반을 확충함으로써 ‘일자리-분배-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할 예정이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청년고용증대세제를 통합·재설계한다. 투자가 없더라도 고용이 증가하면 1인당 연간 중소기업은 700만 원에서 1000만 원, 중견기업은 500만 원에서 700만 원, 대기업은 300만 원을 공제한다. 또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의 3년 평균 임금 증가율 초과 임금 증가분에 대해 세액공제 비율을 10%에서 20%로 상향한다.
Q 이번 세법 개정으로 인한 세수 증대 효과는?
A 이번 세법 개정으로 연간 5조 5000억 규모의 세수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중산층 연간 세부담이 8167억원줄지만 고소득자는 6조 2683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Q 세입 기반 확충 방법은?
A 저성장·양극화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의 뒷받침이 되는 세입 기반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세 부담을 적정화하고 확보 재원으로 취약계층, 영세 기업 등을 지원해 사회통합·상생협력에 기여한다. 특히 과세 인프라 확충 등 세원 투명성을 높인다.
Q 소득재분배는 어떤 방식으로 추진되나?
A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벌어져 사회안전망 미비 등 사후적 교정 역할이 미흡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적정화하고 서민·중산층, 영세 자영업자 등의 세 부담은 축소하는 계획이다.
Q 서민·중산층 세제 지원은?
A 근로·자녀장려금 지급을 확대한다. 근로장려금 지급액을 단독가구는 77만 원에서 85만 원으로, 홑벌이 가구는 185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맞벌이 가구는 23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확대한다. 부양 자녀나 배우자 없이도 70세 이상 부모를 부양하면 홑벌이 가구로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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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