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베이스는 컨택센터 서비스(콜센터)와 정보통신기기 유지보수 서비스(필드 서비스) 등을 대행하는 아웃소싱 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공공기관, 정보통신, 금융, 교육, 유통 등 70여 개 회사의 서비스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직원만 8000여 명에 이르고 업무 특성상 여직원 비율이 높다.
경기 부천시에 있는 유베이스 본사에서 만난 정미영(34·사진 왼쪽) 씨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내게 일을 계속하게 해준 고마운 기회였다"고 말한다. 입사 10년 차인 정 씨는 2012년 결혼하고 지난해 초 기다리던 첫아이를 임신했다.
"임신한 여성 근로자는 단축근무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2014년 하반기에 처음 시행될 때부터 회사에서 이 제도를 사원들에게 공지했기 때문에 임신한 여사원들은 당연히 신청을 했죠. 저도 근무시간을 오전 9시~오후 6시에서 오전 11시~오후 6시로 두 시간 줄였어요. 급여는 전혀 줄지 않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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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이 하루 두 시간 단축된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고 한다.
"임신하면서 불면증이 생겼어요. 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하루 종일 피곤하고, 피곤한데 또 밤에 잠이 안 오고…. 점점 피로가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됐죠. 너무 힘들어 회사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11시까지 출근하게 되면서 아침잠을 푹 자니까 피로가 풀리고, 여유가 생겼어요. 회사 일에 능률도 오르고요."
"근무시간이 줄어든 대신 업무 강도는 더 높아진 것 아니냐"고 묻자 "그랬다면 출산휴가 끝난 후에 복직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석 달간의 출산휴가를 마친 그는 두 달 전 복귀했다.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하거나 시간선택제로 전환할 수 있었지만 그는 종일근무를 선택했다.
"소중한 권리인데, 꼭 필요할 때 사용하려고 아껴두려고요. 육아휴직은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까지거나 만 8세가 될 때까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선배들 이야기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처음 들어갈 때,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등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 대신 탄력근무제를 활용해 출근시간을 30분 늦췄다. 퇴근시간도 그만큼 늦어졌지만 시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두 시간 늦게 출근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30분 여유가 있는 게 얼마나 큰지 몰라요. 남편은 출근하면서 자고 있는 저를 볼 때마다 약이 오른대요(웃음)."
정 씨는 임신 중 근로시간 단축 경험자로서 바람이 있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제를 쓸 수 있는 기간을 더 늘렸으면 좋겠어요. 현재 임신 12주 이내, 36주 이후에만 사용할 수 있는데, 임신기간 내내 활용할 수 있으면 임신한 여직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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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근로자 모두 도움 주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부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으로 2만여 명 혜택
정 씨와 함께 근무하는 김리원(36) 씨는 현재 시간선택제로 근무하고 있다.
"2006년 결혼하고, 임신하면서 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어요. 임신한 상태에서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것도 힘들었고, 당시 일하던 회사는 남자 직원이 대부분이라 임신부를 배려하는 문화도 없었고요. 남편이 만류했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만일 지금처럼 시간선택제가 있었더라면 계속 다녔겠지만요."
첫째가 15개월쯤 자라자 다시 일을 하고 싶어졌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지만 기혼여성을, 더구나 아이 엄마를 채용하겠다는 곳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2008년 이 회사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했다.
"2014년 3월에 둘째를 출산했어요. 그래서 육아휴직을 했는데, 제도가 바뀌어 육아휴직 가능연령이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로 확대됐어요. 둘째뿐 아니라 첫째 아이 몫으로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래서 운 좋게 2년 동안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친구들이 다 부러워했죠. 육아휴직을 2년 쓸 수 있는 회사가 어디 있냐고."
"그렇게 오랫동안 육아휴직을 하면 회사 눈치가 보이지 않냐"고 묻자 "오히려 회사에서 알려주었다"고 답했다.
"원래 육아휴직 기간이 올해 5월 말까지예요. 그런데 둘째를 낳고 일 년이 넘으면서부터 일이 하고 싶더라고요. 너무 오래 쉬는 것도 안 좋은 것 같고. 마침 제 후임자가 육아휴직에 들어간다고 해서 지난 3월부터 육아휴직을 시간선택제로 전환해 출근을 하고 있어요."
그는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전에는 오후 6시에 퇴근하자마자 아이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달려가도 혼자 남아 있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죠. 놀고 싶다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 집으로 데리고 와 저녁 먹이고, 씻기고, 집 청소하고…. 하루 24시간을 쫓기듯 살았어요.
그런데 오후 4시에 퇴근해 어린이집으로 가 아이를 데리고 나오면 여유가 있어요. 놀이터에서 놀거나 공원을 산책하면 아이가 정말 좋아해요. 아이 씻기고, 저녁 준비하고, 내일 출근 준비하고, 다음 날 아침도 미리 준비하고, 애들 재운 뒤 나만의 시간도 즐기고…. 두 시간이 별거 아닐 것 같았는데 그 두 시간 때문에 하루 전체가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는 "종일근무보다는 수입이 줄긴 했지만 생활의 여유가 생기고, 아이도 좋아하고, 남편도 내가 요리한 저녁을 먹을 수 있어 좋아하니까 충분한 보상이 된다"며 웃었다.
그의 시간선택제 기간은 5월로 끝난다. 물론 계속해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다. 그는 우선은 종일근무를 해보고 필요하면 시간선택제로 전환할 생각이라고 했다.
유베이스 김미룡 운영지원팀장은 "시간선택제는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말했다.
"회사로서는 오랜 노하우를 쌓은 직원이 계속 일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돼요. 직원도 일을 그만두지 않고 가정과 일을 병행할 수 있어 좋고요."
그에 따르면 유베이스에서 현재 시간선택제로 일하는 여성 근로자는 300~400명이라고 한다. 전체 여직원의 5%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242개 업체 556명이 자녀 보육 등으로 근무 형태를 시간선택제로 전환했으며, 올해도 4월 말 기준 225개 업체 489명이 전환했다.
정부는 올해 2040명의 시간선택제 전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 4512개 업체 1만1056명의 신규 채용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4월 말 기준 7632명의 신규 채용 성과를 거뒀다. 올해 1만4605명의 신규 채용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 · 최호열 (위클리 공감 기자) / 사진 · 김성남 기자 201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