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정지영(35) 씨는 얼마 전 두 살배기 아들이 이유도 없이 밤새 고열에 시달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으려 스마트폰을 꺼내들었지만 포털 검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해하던 찰나 회사 지인이 알려줬던 보건복지부의 공공앱(애플리케이션) '응급의료정보 제공 E-GEN'이 떠올랐다.
찾아보니 다행히 소아 야간진료가 가능한 집 주변 대형병원 응급실이 거리 순서대로 검색돼 나왔고, 아이는 무사히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정 씨는 "공공앱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설 연휴에 베트남 여행길에 올랐던 직장인 이재한(35) 씨는 해외여행 정보를 손쉽게 얻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유용한 앱을 검색했다. 그러던 중 관세청에서 해외여행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공공앱 '투어패스'가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검색해보니 유사한 민간앱만 검색될 뿐 관세청 공공앱은 찾을 길이 없었다.
이 씨는 "국가에서 공신력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앱이기 때문에 분명 유용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검색조차 되지 않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공들여 만들어도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
이용률 저조한 공공앱 642개 폐지·정비
그동안 정부 각 부처는 저마다 국민 편익을 증진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행정·공공기관의 모바일 앱인 '공공앱'을 만들어 제공해왔다. 지난해 말까지 행정·공공기관에서 운영 중인 모바일 앱은 총 1768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어린이나 노인, 여성이나 청소년 등 사용자가 설정한 목적지까지의 이동 정보를 주기적으로 문자나 누리소통망(SNS)으로 보호자에게 전송해주는 국민안전처 공공앱 '스마트 안전귀가', 노선별 교통 흐름과 구간 폐쇄회로(CC)TV 정보를 볼 수 있고 사고나 지·정체구간 정보도 확인할 수 있는 한국도로공사 공공앱 '고속도로 교통정보', 국내 인기 여행지의 여행정보와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한국관광공사 공공앱 '대한민국 구석구석' 등 대다수 공공앱은 현재까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공앱은 민간 서비스와 유사하거나 이용률이 저조해 국민 불편과 행정력 낭비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각종 공공앱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부터 국민 이용 실적이 낮고 장기간 관리가 소홀한 공공앱에 대해 폐지기준을 마련하고 관리지침을 강화하는 등 정비를 추진했다. 행정자치부의 정비기준에 따라 각 부처별로 지난해 말까지 정비한 결과 행정·공공기관이 운영 중인 총 1768개의 모바일 앱 가운데 642개를 폐지·정비했다.
폐지된 앱 중 38%를 차지하는 244개는 내려받기 건수가 1000건 미만으로 이용이 저조했고, 20%에 해당하는 128개는 보안 및 유지보수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등 더 이상의 유지관리가 어려워 폐지됐다. 또한 77개(12%)는 민간 서비스와 유사하거나 개발 목적이 소멸되어 폐지됐고, 나머지 193개(30%)는 다른 시스템에 통합돼 서비스 중이거나 시범운영 등 기타 사유로 폐지됐다.
또한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민간이 운영 중인 모바일 앱과 유사하거나 중복성이 높은 공공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개발 방지도 법제화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의 원천 데이터를 제공해 민간의 창업과 서비스 개발을 뒷받침하도록 공공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했으며, 공공앱은 재난안전, 복지, 의료 등 공공성이 강한 분야로 개발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 결과 지난해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민간앱이 활성화됐다. 그 예로 한국감정원 정보 기반의 '직방(부동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 기반의 '굿닥(병원정보)', 우정사업본부 정보 기반의 '스마트택배(택배 조회)'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부는 2013년부터 36개 국가 중점 데이터를 중심으로 정보를 개방 중인데, 개방 건수는 2013년 4718건에서 2016년 2월 기준 1만4714건으로 3배가량 늘었다. 이에 따라 공공데이터 활용 민간앱 서비스는 2013년 말 42개에 불과했지만, 2016년 2월 기준 741개로 2년여 만에 18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해서 정부는 대한민국정부포털 등에 기관별 공공앱을 등록하도록 의무화해 중복 개발을 방지하고, 3년 단위로 운영 성과를 평가해 통폐합하는 등 정비를 상시화하며 내려받기 건수, 이용고객 등 운영 실태도 공개한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정부는 2018년까지 연간 공공앱 100개의 신규 개발을 억제해 앱·누리집 개발과 유지보수 등에 들어갔던 약 550억 원의 재정 지출을 절감하고, 데이터 개방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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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데이터 활용 민간앱 2년 사이 18배 증가
공공앱은 신규 개발 최소화, 지속 관리
앞으로도 행정자치부는 공공앱에 대한 지속적 관리를 위해 전화, 카메라, 위치정보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만 서비스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공공앱을 개발하는 등 신규 개발은 최소화하고, 공공·민간과의 중복 여부 등 사전 검토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범정부 정보기술아키텍처 지원시스템(EA : Enterprise Architecture)에 공공앱 등록을 의무화하고, 매년 공공앱의 내려받기 건수와 이용자 만족도, 업데이트 최신성 등을 측정해 기능을 고도화하거나 폐지하는 등 상시적으로 정비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전문기관인 '전자정부 SW·IoT 보안센터(한국인터넷진흥원)'를 통해 매년 공공앱의 보안 취약점을 진단하고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행정자치부 이인재 전자정부국장은 "취약계층 지원 등 공공성이 높고 민간 대체가 곤란한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공앱은 과감하게 정비해나갈 것"이라며 "이러한 공공앱 관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 정혜연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