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임금체불 사업주는 구속수사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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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l 이철원
항공기 내 승무원, 대학원생(이른바 인분교수 사례), 백화점 점원(VIP 모녀 사건) 등에 대한 폭언과 폭행, 알바 청년에 대한 부당한 임금 지급(열정페이, 악덕체불) 등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부당처우(이른바 갑질)를 없애기 위해 국가가 발 벗고 나선다.
정부는 2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사회적 약자 보호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사회적 약자 보호대책(부당처우 근절대책)’을 논의해 확정했다. 부당처우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가 지위를 악용해 약자인 상대방에게 부당한 요구·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갑질’이다. 정부는 어감이 좋지 않은 ‘갑질’ 대신에 ‘부당처우’ 또는 ‘우월적 지위 남용’을 사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부당처우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인간 존엄 등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체계를 훼손하는 사회악(惡)으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해나가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 간 불공정 거래관행부터 민생 분야 불공정행태 개선까지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부당처우는 ‘기업 간 거래관계’에서 흔히 발생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업자와 하청업자,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부당대금과 원부자재 구매강제 등이 대표적 사례다.
부당처우 근절 위한 정부의 각종 조치
이에 대해 정부는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불공정거래를 방지해왔다. 최근에는 대리점주를 구매강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리점법 제정, 하도급대금 직불제 도입, 대금 미지급 빈발 업종(건설·전기·전자 등) 점검 및 대금 지급조치(지난 4년간 7280억 원) 등을 시행했다.
정부는 교육, 문화·체육, 병영 등의 분야에서 발생하는 부당처우도 근절하려고 노력해왔다. 교수와 학생, 선후배, 기업과 인턴학생 간에 발생하는 폭언·폭행, 가혹행위 등 부당처우를 방지하기 위해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제정·보급했고, 인턴제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운영기준을 담은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도 마련했다.
문화예술사업가와 예술인, 기획사와 연습생 간 구두계약과 이른바 ‘열정페이’ 등 부당처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면계약 체결을 의무화했고(예술인복지법 개정), ‘표준계약서’도 개발해 보급했다(6개 분야, 29종).
선임병의 후임병 구타·가혹행위 등의 부당처우를 방지하려고 장병기본권을 보장하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해 공포했으며, 병영 내 폭행과 협박을 근절하기 위해 군형법을 개정해 영내 폭행·협박죄를 신설했다.
기내 난동, 블랙컨슈머, 백화점 직원에 대한 폭언·폭행 등 각종 유형의 부당처우에 대해서는 경찰청이 특별팀(2069명)을 구성해 ‘갑질횡포 방지를 위한 100일 특별단속’을 실시하기도 했다. 여성,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사범 삼진아웃제’ 기준을 강화하는 등 폭력에 대한 엄정 처벌기조를 확립했다. 고객의 폭언으로 정신질환을 앓는 감정노동자 문제를 해소하려고 직무스트레스 예방점검 및 산재 인정기준도 개선했다.
이처럼 정부의 점검·단속, 제도 개선 등으로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관행이 개선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거래관행 개선실태 민관합동 점검 결과에 따르면, 하도급 수급사업자(6769개)의 97%, 유통·납품업체(1733개)의 92%, 가맹점주(2845개)의 83%가 거래관행이 전년보다 개선됐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정부는 하도급대금 미지급, 가맹점에 대한 매장 리뉴얼·물품구매 강제, 납품업체에 대한 판촉행위 강요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불공정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계층의 특권의식과 인식 부족, 피해자의 소극적 대처에 따른 부당처우 사례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대책
정부는 부당처우 근절을 위해 점검·단속, 관련 제도 개선, 교육·홍보를 통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관계부처, 지자체, 수사기관 등을 통해 부당처우를 점검하고 단속할 계획이다. 단속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피해자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신고창구(공정위의 익명제보센터, 고용부의 상시제보시스템, 문체부의 예술인신문고)를 활성화하고, 단속 결과·피해 신고를 분석해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올해 집중 점검·단속할 분야는 ▲하도급 불공정행위(부당대금·위탁취소·반품) ▲판촉 관련 불공정 관행에 대한 거래단계별 조사 ▲가맹본부의 부당한 원부자재 구매 강제 ▲상습체불·열정페이 감독(500개소) ▲장애인·여성 등 취약계층 점검(1900개소) ▲청년 다수 고용 프랜차이즈 점검(8000개소) ▲기내 난동·생활 주변 폭력·블랙컨슈머·거래관계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리베이트 요구와 권력 및 토착형 공직비리 단속 등이다.
정부는 사회적 약자의 권익보호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 개선에도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항공기 내 난동(징역형 도입 등 처벌기준 강화), 임금체불(상습체불 사업주 부과금 부과), 감정노동자 피해(감정노동자 보호규정 도입) 등에 대해 제도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 그동안 제도 개선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공정거래 분야에 대해서는 주요 제도의 시행, 정착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부당처우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고 강화된 처벌기준을 확립해 사회적 경각심 및 예방효과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예컨대 상습적·악의적 임금체불 사업주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근로자를 폭행할 때는 가중처벌한다.
정부는 교육과 홍보를 통해 부당처우의 부당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노력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방송·신문·SNS 등을 활용해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공동체’를 메시지로 하는 범국민 캠페인도 벌인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사회적 약자 보호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당처우에 대한 정부의 단속과 처벌, 제도 개선,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 등을 통해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공정한 사회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달라져요
◇항공기 내 난동자
이제 항공기 내에서 난동을 피우면 항공사 승무원에게 바로 제압돼 경찰에 이송된다. 구속수사, 징역형 등 무거운 처벌도 받는다. 다른 승객의 안전을 위해서 무기(테이저건), 포승줄 등의 사용 요건도 완화된다.
◇열정페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에게 사업주가 최저시급(시간당 6470원)을 주지 않거나 임금을 체불할 경우 고용노동부 누리집에 마련된 통합신고시스템에 제보·신고·상담을 할 수 있다.
◇블랙컨슈머
마트, 백화점 등에서 종업원을 상대로 폭언과 폭행을 하는 고객에 대한 사업장의 고객응대 업무매뉴얼이 마련된다. 폭언·폭행이 심한 경우 경찰의 중점 단속 대상에 해당돼 경찰이 개입해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가 개시된다.
◇백화점 점원 등 감정노동자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규정이 마련되면(현재 개정안 마련 중) 폭언·폭행을 당한 백화점 점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점원의 신청으로 업무전환 등이 가능하게 된다.
◇폭언·폭행을 당한 경비원
건물·아파트 경비원에게 폭언·폭행을 할 경우 경비원은 경찰에 형법상 모욕죄나 폭행죄로 신고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찰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검찰은 2017년 3월부터 시행되는 폭력사범 사건처리기준 합리화 방안에 따라 해당자를 가중처벌한다.
◇폭언·폭력 교수
2017년부터 교수의 대학(원)생에 대한 폭언, 성희롱 등을 예방하기 위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학내구성원 대상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연 2회), 대학(원)생의 권리장전을 제정·채택하도록 지속적으로 권고한다. 교수의 신분을 이용해 대학(원)생에게 폭언·폭행 등을 하는 경우에 형법상 모욕죄 등으로 신고할 수 있고, 이 경우 경찰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를 하게 된다.
◇노예계약을 체결한 문화예술인
만화를 그리는 작가가 구두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계약상대방에게 바로 계약서 작성을 요구할 수 있다. 상대방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면 5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계약서 미작성 사실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할 수 있다.
◇주취 난동
음주 후 이유 없이 아동,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한다. ①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② 피해자의 비난 원인 제공 등 특별한 동기 없이, ③ 주취상태에서 폭행치상·상해(4주 이상) 범행을 저지르면 초범이거나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에도 구속된다.
백승구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