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2월 8일 서울 종로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핀테크 기업, 금융협회 및 유관기관, 연구원, 관계부처 등 핀테크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핀테크 1년, 금융개혁 현장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1년간 추진해온 금융개혁과 핀테크 육성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회의에서 임 위원장은 "전 분야에 걸쳐 금융개혁을 추진한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새로운 플레이어와 서비스로 상징되는 핀테크야말로 금융개혁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분야"라고 언급했다.
핀테크는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스(Finance)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정보기술(IT)과 융합한 첨단 금융 서비스를 의미한다.
임 위원장은 1년간의 핀테크 육성 등 금융개혁 과제의 주요 성과로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자 예비 인가 ▶크라우드 펀딩 도입 추진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출범 ▶비대면 계좌 개설 허용 ▶간편결제 서비스 26종 출시 ▶계좌이동 서비스 시행 등 국민 생활 편의를 위한 금융 서비스와 핀테크 지원센터 개소 등 핀테크 기업 지원정책을 꼽았다.
23년 만에 새로운 은행으로 등록될 인터넷 전문은행은 '금융 혁신'의 산물로 핀테크를 한 단계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는 11월 30일 인터넷 전문은행의 첫 사업자로 카카오가 이끄는 한국카카오은행 컨소시엄과 KT가 이끄는 케이뱅크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 발표(6월) 후 5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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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12월 8일 서울 종로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핀테크 1년, 금융개혁 현장점검 회의’에서 지문으로 본인 인증을 시연하고 있다.
카카오·KT, 인터넷 전문은행 이끌 주인공 낙점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내년 1월부터 도입
인터넷 전문은행은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모든 은행 업무를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은행으로, 중금리 대출 및 낮은 수수료 제공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은행에선 온라인 빅데이터 정보를 통해 차별화된 신용평가 모형을 구축할 수 있고, 모바일 기기 등을 활용해 자동화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자산관리 서비스 '로보 어드바이저' 등 개발이 가능해 금융 거래 프로세스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식 출범은 내년 상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턴 크라우드 펀딩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창의적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길이 열리게 됐다. 1월 25일부터 시행되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제도는 온라인 포털을 통해 다수의 소액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증권을 발행함으로써 초기 창업·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통로가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자본시장법을 개정(7월)하고 중앙기록관리기관(예탁결제원)을 선정(11월)하는 등 크라우드 펀딩 도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2018년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약 2700억 원 수준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1월 30일 출범한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 누리집(www.e-insmartet.or.kr)은 출범 2일 만에 약 9만5000명이 방문했다. 금융위원회가 개발한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은 여러 보험회사의 보험료와 환급금을 비교·공시하고 가입 경로까지 안내한다. 현재까지 실손, 자동차, 여행자, 연금 등 217개 보험상품이 등재됐다.
보험사는 홍보비용 등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어 약 10~15%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금융위원회는 내다보고 있다.
지문·홍채 등으로 본인 인증
모바일 결제·계좌 이동도 단숨에
은행에 가지 않고 계좌 개설이 가능해진 것도 금융개혁 덕분이다. 금융위원회는 비대면 실명 확인이 가능토록 금융 거래 시 실명 확인 합리화방안을 마련(5월)하고, 지문·홍채 등 생체정보 활용을 본인 인증 방식으로 인정(9월)했다.
이에 따라 생체 인증을 포함해 신분증 사본 제출, 영상통화, 기존 계좌 활용 중 두 가지 방법을 선택해 본인 인증을 하면 은행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신규 계좌 개설 등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달까지 금융위원회가 출시한 간편결제 서비스는 총 26종에 이른다. 간편결제를 통하면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등 기존 인터넷 뱅킹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비밀번호 입력이나 결제단말기 접촉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간편결제 도입을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전자결제대행사(PG사)의 카드정보 저장을 허용하고, 올해 2~3월에 걸쳐 보안 프로그램 설치 및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올 6월 조사에 따르면 간편결제를 경험한 비율이 97.2%, 재이용 의향은 77.5%로 나타났다.
10월 문을 연 자동이체 통합관리 시스템(페이인포)은 주거래 계좌에 연동된 여러 건의 자동이체 항목을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카드·보험·통신사별로 자동이체 계좌를 일일이 옮겨야 했던 불편을 개선한 것이다. 11월 30일까지 누리집 누적 접속자 수는 48만5000명에 이른다.
소비자의 서비스 선택권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회사 간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 개발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년간 핀테크 기업을 위한 정책도 꾸준히 마련됐다. 아이디어가 상용화되기까지 성장 단계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지원센터를 통해 총 254개 기업이 금융회사 연계, 보안 컨설팅, 입주공간 등을 지원받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총 2733억 원의 자금 조달에 힘을 보탰다.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전담조직을 신설(52개사)하고, 자체 육성 프로그램(신한 퓨처스랩, NH농협은행 핀테크협력센터, KB 핀테크HUB센터 등)을 마련하는 등 핀테크 기업 육성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핀테크산업 관련 스타트업이 360여 개, 핀테크산업 종사자 수는 약 2만56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핀테크 기업들은 "지난 1월 금융위원회의 핀테크 육성방침을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해묵은 규제들이 빠르게 개선돼가는 과정을 보며 금융개혁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들도 "최근 출시한 핀테크 서비스가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는 것을 보며 핀테크가 경쟁과 혁신을 통해 기존의 금융권에도 새로운 자극과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밝혔다.
글 · 조영실 (위클리 공감 기자) 201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