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를 상징하는 디자인이 바뀐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3월 1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태극'을 소재로 한 새로운 대한민국 정부 상징 디자인을 공개하고, 행정자치부와 공동으로 새로운 정부 디자인 향후 적용 방향을 발표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해 광복 70년을 맞아 대한민국 정부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담은 새로운 정부 상징을 개발하고 이를 정부기관에 일관되게 적용해 국민들이 쉽고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며, 하나 된 정부로서 부처 간 협업을 촉진하겠다는 '정부상징체계 개발 및 적용계획'을 3월 17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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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 상징은 앞으로 각 부처에 통합적으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깃발, 표창장, 명함 등 각종 관련 용품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정부 조직개편 때마다 행정력 · 예산 낭비
새 정부 상징, 국민 통합과 국가 번영 계기 될 것
국가의 존립을 표상하는 기호인 국가 상징에는 오랜 세월 이어온 가치관과 신념 등 국가 정체성의 본질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를 표현하는 국가 상징에는 대한민국(국호), 태극기(국기), 애국가(국가), 무궁화(국화), 나라 문장(국장), 나라 인장(국새) 등이 있다.
국가 상징이 존재하는 것처럼 정부 상징도 있다. 대한민국을 표상하는 '나라 문장' 아래 입법·사법·행정부 등 3부를 표상하는 상징이 별도로 존재하는데 이 3부 상징 가운데 행정부를 표상하는 상징을 '정부 상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정부를 이루는 각 부처 소속기관들은 정부 상징과 관계없이 각자 상징을 별도로 제작해 기관을 표상하는 데 사용해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부처별로 개별적인 상징 혹은 로고를 사용함에 따라 정부 조직개편 때마다 부처 상징이 교체돼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각 부처 상징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가 매우 낮고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실제로 중앙부처 조직개편에 따른 상징 혹은 로고의 신설·변경 사례는 2008년 18곳, 2013년 15곳에 이르고, 기관당 개발비만 건당 3000만~1억2000만 원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3월 문체부가 일반인 11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앙부처 22개 상징 가운데 1인당 평균 0.52개를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단 하나의 로고도 알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이 53.6%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일반인의 68.9%는 통합된 정부 상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정부 상징과 관계없는 부처별 상징을 사용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일본, 폴란드 등 6개국에 불과하다. 28개 나라가 정부 상징과 개별 행정기관의 상징이 연계성(통합형 또는 혼합형)을 가지고 있다. 최근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도 국민들이 쉽게 정부기관을 인지하고 부처 간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의 상징과 국가 행정기관의 상징을 통합·개편하는 추세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2007~2008년 175개 국가기관의 상징을 통합했는데 이후 연 6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가 나타났고, 상징 통합 3년 만에 통합에 들어간 비용인 213억 원을 거둬들이는 효과를 얻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상징 통합에 따라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식별이 더욱 쉬워지고, 정부 내 소통도 원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개한 정부 상징 디자인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상징체계 개발추진단'이 중심이 되어 전문 연구기관의 연구와 국민 인식조사, 국민 아이디어 제안 및 전시회 개최, 전문사업단 공모 등을 거쳐 기본 디자인 안을 도출한 후 전문가 자문과 각 부처 국장급으로 구성된 정부협의체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완성됐다.
지난 1년간 추진단은 우리 역사와 전통, 미래 비전을 구현할 수 있는 소재로 '태극'이 가장 적합하다는 연구와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상징 디자인을 수정·보완해왔다. 태극은 지난해 3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상징 소재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3~5월 실시한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에서도 태극을 활용한 제안이 24.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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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모티프로 여백의 미 살려
미래를 향하는 진취적인 모습
새로운 정부 상징은 태극기의 청·홍·백 삼색 조합과 여백의 미를 살린 담백한 표현으로 '대한민국다움'을 극대화하고, 열린 조형성을 통해 국민과 세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진취적인 대한민국 정부를 표현하고 있다. 태극 문양은 음(파랑)과 양(빨강)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우주 만물의 음양의 조화를 통해 생명을 얻고 발전한다는 대자연의 진리를 표현한다.
또한 새로운 정부 상징 글꼴은 훈민정음 창제기의 글꼴을 현대적 감각에 맞춰 태극과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구현함으로써 정부 상징의 권위를 뒷받침했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우리 국민이 공감하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미래 비전을 담기 위해 지난 1년간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모았다. 이렇게 탄생된 정부 상징이 전 부처에 통합 적용돼 운영되면 국민과의 소통이 더욱 원활해지고, 정부 조직이 개편될 때마다 부처 상징을 바꾸는 데 들어갔던 행정력과 예산의 낭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이번 정부 상징 개편이 우리 정부가 변화하고 도약하며 더 나아가 국민이 하나 되고 우리나라가 더욱 번영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정부 상징은 3월 중 관련 규정인 '정부기에 관한 공고'를 개정하고 부처별 매뉴얼 정비, 내부 절차 등 제반 여건을 갖춰 정부기관에 적용될 예정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국가행정기관이 적용 대상이지만 특정 기능 수행기관으로 그 기능 표현이 중요하거나 기존 상징을 오랜 기간 사용해 대내외적으로 인지도가 매우 높은 일부 기관은 통합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상징 전문가 평가
김영기 이화여대 명예교수
"국민에게 새로운 정부 상징을 설명할 때 태극 사상에 대한 정확한 원형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상과 철학에 근본이 있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옮기면 행위가 됩니다. 이 시대 한국이 세계로 나아가면서 작용하는 행위적 해석으로 봤을 때 새 정부 상징으로 쓰인 태극 디자인은 매우 좋다고 봅니다."
홍석일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 교수
"새 정부 상징은 초창기 태극기의 태극 형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새 정부 상징은 오늘날의 태극 형태가 아니고, 조선시대에 나왔던 오리지널 태극 형태에 가까워진 것 같아서 잘 만들어진 것 같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반갑습니다."
김기영 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학과 교수
"태극 마크를 가지고 이 정도 시대성을 반영해 완성도를 뽑아내는 일이 쉽지 않은데 결과가 잘 나와서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한글 디자인과 태극 마크의 밸런스가 상당히 좋습니다. 관련자 여러분이 수고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글 · 정혜연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