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한 임금체계개편에 반대하며 공공부문 노조가 잇따라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9월 23일 공공금융노조에 이어 27일에는 공공운수노조, 28일에는 보건의료노조가 가세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임금 협상을 근거로 2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박 대통령, 기득권 노조에 대한 우려 표명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동개혁의 필수 과제
이에 정부는 명분 없는 파업이라며 철회를 당부하는 한편,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공공노조 파업에 대해 우려와 안타까움을 밝혔다.
9월 22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최근 경기 부진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대부분의근로자들은 그 경제적 충격을 맨몸으로 견뎌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고 수준의 고용 보장과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공공·금융부문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 반대를 명분으로 연쇄적으로 파업을 벌이는 것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에 공감하고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편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구조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우리가 꼭 이루어야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과 금융회사의 뿌리 깊은 비효율도 걷어내고, 또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갖추도록 해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과연봉제 도입은 대기업·정규직부문의 상위 10%와 중소기업·비정규직부문의 90%로 나뉘어 있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고 성과와 직무 중심으로 우리 노동시장을 개편해나가기 위한 노동개혁의 필수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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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9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공공노조 파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청와대
박 대통령은 또한 "관계 수석실과 부처는 소관기관의 파업 자제를 권고하는 한편, 파업 시에 필수 유지 업무를 비롯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며 "국민을 볼모로 제 몸만 챙기는 기득권 노조의 퇴행적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불법행위에는 적극 대응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9월 24일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도 박 대통령은공공노조의 파업을 언급하며 "가뜩이나 국가 경제도 어렵고 북한의 핵실험과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이런 행동들은 우리나라의 위기와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렵더라도 지금 우리가 더 힘을 내지 않으면 이제까지 이뤄놓은 성과도 물거품이 되고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우리의 약속도 모두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불법 파업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
유 부총리 "집단 이기주의에 청년층 고용여건 악화" 비판
정부는 불법 파업이 벌어질 경우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28일 오전 파업 동향 및 대응방안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공공기관,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일터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 파업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 필수 유지 업무 준수를 철저히 적용할 것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공공기관과 현대자동차 파업 등에 대해 "해도 너무한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판하며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비롯해 청탁금지법 시행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이번 파업으로 우리 산업과 청년층 고용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미약했던 회복 모멘텀(동력)마저 잃게 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유 부총리는 또한 "4차 산업혁명, 후발국 추격,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급격한 변화 물결 속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며 "이처럼 엄중한 시기에 금융기관에 이어 철도와 지하철, 공공병원 등 공공기관마저 성과연봉제 반대를 이유로 파업에 나서는 것은 국민의 공분을 살 뿐"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지금 우리 경제는 회복이냐 추락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우리 경제를 다시 반석 위에 올리는 길은 구조개혁뿐"이라고 강조한 후 "경직되고 불합리한 임금체계와 투쟁과 파업만을 일삼는 시대착오적 노동운동은 우리나라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9월 28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이어 26위에 머물렀다. 임금 결정 유연성은 73위, 노사 협력은 135위에 그치며 전체 국가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 부총리는 이를 언급하며 "우리 임금체계 연공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으며 그혜택도 대기업과 공공기관 종사자에게 집중됐다"며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연공급 적용에서 배제되고 외주화와 비정규직화를 초래해 노동시장 격차 확대, 이중구조형성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 부문에서도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점차 확산되고있는데, 높은 보수를 받는 금융기관과 고도의 고용 안정을 누리는 공공기관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파업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 집단 이기주의이며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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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철도노조가 집회를 열고 있다. ⓒ동아DB
유 부총리는 또한 "노조 이기주의와 고비용, 저효율의 노동시장 때문에 기업들은 공장 신설 등 국내 투자와 채용을 주저하게 된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일자리를 얻기 위해 뛰어다니는 청년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9월 28일 오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공정인사 평가 모델 발표회’에서 "우리 경제와 국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법과 제도에 마련된 모든 방안을 강구해 (현대자동차) 파업이 조기에 마무리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음에도 임금 인상 폭이 낮다는 이유로 이를 부결시키고 다시 파업에 돌입하는 상식 밖의 행태까지보이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이 아닌 파업으로주장을 관철하려는 이러한 구시대적 교섭 문화와 쟁의행위 패턴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한 "대표적인 상위 10% 고임금에 해당하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협력업체, 비정규직 등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임금체계 개편, 원청과 하청의 격차 해소 등 우리나라 노동시장 개혁과 노사 교섭 문화에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면서 "청년층에게 일자리 희망을 주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파업을 중단하고 현업에 복귀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글· 최호열(위클리 공감 기자) 201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