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전통적인 사적 부양체계가 빠르게 붕괴돼가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65세 이상 어르신 중 소득이 낮은 하위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요긴한 재원으로 쓰이고 있다.
기초연금 도입 배경과 취지
우여곡절 끝에 19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됐지만, 1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규모 사업장과 자영업자는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점진적인 적용 대상 확대 과정을 거쳐 1999년 4월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자영업자에게도 국민연금이 적용되기에 이르렀다. 이 처럼 단계별 확대 과정을 거쳐 전 국민 연금시대가 도래했으나, 최소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연금 수급자격을 확보할 수 있는 국민연금 제도의 속성상 현재 노령층 상당수는 노후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설령 수급권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연금액이 가입기간에 비례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상 연금액이 적어 노후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상당수 노인이 노후 빈곤에 노출돼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노인 빈곤율이 높다 보니 물질적, 정신적 괴로움과 외로움으로 노인 자살률 역시 제일 높은 수준이다.
근대화의 주역인 노인층을 이렇게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소요재원을 국가가 부담해 65세 이상 어르신 중 소득이 낮은 하위 70%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시행 1년 후 나타나는 장단점들
2007년 제정된 기초노령연금이 지난해 7월부터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연금 지급액이 두 배로 올라 1인 기준으로 월 20만 원(부부 기준으로는 월 32만 원)이 지급돼 넉넉하지는 않아도 요긴한 재원이 생겼다는 게 기초연금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것이다.
특히 텃밭에서 기본적인 식재료를 마련할 수 있는 농어촌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푸성귀를 시장에 내다팔아도 몇 푼 쥐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매달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가뭄에 단비처럼 어르신들에겐 반갑고도 귀한 존재일 것이다. 기초연금을 모아 뒀다가 손주들에게 용돈으로 준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전통시장을 주로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특성상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시장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반면에 다른 소득 없이 기초연금에만 의존하는 도시지역 저소득 어르신들의 경우 기초연금만으론 노후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취약 어르신이 처한 상황은 이러한데, 인구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다 보니 기초연금 소요재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기초연금 소요재원을 절약하기 위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어날수록 기초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장치를 도입했지만, 이 경우에도 최소 월 10만 원 이상의 기초연금이 지급돼 소요재원 증가는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지방자치단체, 특히 노인 인구 비중이 많은 지자체의 경우 복지예산 대부분이 기초연금 등 경직적 예산으로 사용돼 여타 복지사업을 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와 저성장 추세 고착화로 중앙정부 역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빠르게 늘어날 기초연금 재원 마련이 국가적 어젠다로 등장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높은 노인 빈곤율을 완화하기 위한 기초연금 도입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 도입 취지가 좋더라도 투입비용 대비 빈곤 완화 효과가 크지 않다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목소리는 커질 수 있다. 소요재원 조달 측면과 국민연금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면 기초연금액을 무작정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이렇다면 선택 가능한 대안들을 검토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2007년 제정된 기초노령연금이 지난해 7월부터 기초연금으로 바뀌면서 연금 지급액이 두 배로 올라 1인 기준으로 월 20만 원(부부 기준으로는 월 32만 원)이 지급돼 넉넉하지는 않아도 요긴한 재원이 생겼다는 게 기초연금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것이다.”
기초연금 발전을 위한 제언
무엇보다도 노인 빈곤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선 취약 노인에게 더 지급하는 차등 지급을 모색해볼 때가 된 듯하다. 현재 기초연금을 수급하는 65세 이상 어르신은 그대로 유지하되, 신규 수급 대상자는 좀 더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65세가 될 사람들은 현재의 노인층보다 노후 준비가 더 잘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노후 준비가 더 잘된 사람들에게도 세금으로 조달하는 기초연금을 지급할 경우, 높은 실업률과 낮은 임금에 허덕이는 젊은 세대와의 세대 갈등 우려도 있다.
최근 발간된 OECD 보고서는 빈곤 문제가 노인계층에서 청년계층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중·장기적으로 그러한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새로 65세에 진입하는 사람들에게도 지급 대상 70% 규정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함에도 국민연금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높은 노인 빈곤율을 낮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 세대 노인에겐 준보편적인 기초연금의 특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되, 저소득 노인에게 더 지급하는 차등 지급 형태가 노인 빈곤 완화라는 기초연금 도입 취지에 더 부합할 것 같다.
여기에 덧붙여 식품, 주거 등에서 다양한 바우처 제도를 활용해 저소득 노인이 절대빈곤에서만큼은 벗어날 수 있도록 기초연금과 현물 급여를 적절히 혼합해 운영하는 방식도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
글 ·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고려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2015.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