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 자녀 둘을 둔 워킹맘 김경희(42) 씨는 최근 ‘마음의 짐’을 덜었다. 문화공연을 보고 감상문을 써내라는 자녀들의 방학 숙제를 손쉽게 해결했기 때문이다. 생활비 쓰기도 빠듯한 형편에 관람료가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사랑티켓’ 제도를 알게 돼 평소의 반값에 관람료를 해결했다. ‘사랑티켓’은 공연·전시 관람료의 일정 금액을 복권기금과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원해 좋은 공연을 보고 싶지만 비싼 관람료 때문에 망설이는 취약계층이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제도다. 김 씨는 “아이들에게 늘 미안했는데 오랜만에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한 것 같다”며 “다양한 공연으로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취임식에서 ‘문화융성’을 정부의 국정기조 중 하나로 밝히면서 ‘문화’에 대한 거리감을 줄였다.
특히 소외계층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기회는 늘렸다. 지난해 ‘사랑티켓’ 제도를 통해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한 관객 수는 45만여 명. 어린이는 물론 청소년·어르신 등 다양한 연령층이 혜택을 받았다. 기존 문화이용권, 여행이용권, 스포츠 관람이용권 등 3개의 이용권을 하나로 합친 통합문화이용권(문화누리카드) 사용자도 160만명을 넘었다. 통합문화이용권은 공연·전시·영화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 관람이나 음반·도서 등의 구입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발급되는 일종의 전용 카드다. 지난해 기초·차상위 계층의 약 50퍼센트까지 수혜 대상이 확대됐다. 가구당 지원액도 종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저소득층의 절반이 혜택을 누렸고, 90퍼센트가 넘는 이용률을 보였다.
지난 1월 첫 시행된 문‘ 화가 있는 날’도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에게 선물이 됐다. 정부가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해 국립 공연시설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스포츠·영화 관람료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직영관을 포함한 전국 주요 영화상영관에서 저녁 시간대(오후 6~8시)에 상영을 시작하는 영화도 8천원이 아닌 5천원으로 관람 가능하다. 서울 구의동에 사는 박성진(23) 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문‘ 화가 있는 날’을 맞아 뮤지컬 <영웅>을 30퍼센트 할인된 가격인 5만원에 관람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뮤지컬을 좋아하지만 관람료가 비싼 편이라 자주 접하기 어려웠는데 할인을 받으니 부담이 줄었다”며 “앞으로 종종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입시 공부에 찌든 학생들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예술강사 4,500여 명을 전국 7,254개교에 파견해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분야도 국악·연극·영화 등으로 다양하다. 주말이면 전국 600여 개 박물관·미술관·도서관 등지에서 토요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이 열렸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동반가족을 포함해 3만여 명이 문화와 함께하는 토요일을 보냈다. 산업단지 근로자와 지역 주민 등 1만5천명의 성인에게도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했다.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문화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였다. 노년층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노인복지회관을 중심으로 전국 6,400명의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고, ‘청춘연극제’ ‘실버합창대회’ 등 각종 행사에 참가했다. 관람객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주체인 예술인에 대한 지원도 늘었다.

‘예술인 복지법’ 개정해 적정 수익배분 등 의무화
정부는 지난해 ‘예술인 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예술인 복지사업에 144억원을 지원했다. 그 일환으로 예술인 실업수당에 준하는 창작지원금을 5개월간 월 60만원씩 1,831명에게 지원했다. 예술인 직업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3,768명에게 실시했다. 또 예술인복지법 개정으로 예술인에 대한 불공정 계약 강요가 금지되고 적정한 수익 배분이 의무화됐다. 예술인복지재단의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 예술인 산재보험료 지원, 예술인 실태조사 등도 가능해졌다.
예술가를 지원하는 종합지원실도 문을 열었다. 서울 대학로에 자리 잡은 ‘예술가종합지원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예술인복지재단·예술경영지원센터·한국저작권위원회 등 문화예술 지원기관이 연계해 만들었다. 이곳을 방문하는 예술인들의 고충은 물론 일자리·복지·공모사업·저작권·해외진출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국립공연장과 국립예술단체가 상호 발전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예술의전당의 시즌프로그램을 구성해 공동 마케팅 등을 위한 ‘국립예술기관 운영 활성화 협의체’(문체부·예술의전당·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국립발레단·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출범시켰다. 또 한국공연예술센터와 국립현대무용단 간의 운영 효율화를 위해 공동창작 및 협력활동도 전개됐다.
글·허정연 기자 2014.02.24